▲ 서명을 받고 있는 홈플러스 노조 조합원들
안수용
매일이 긴장과 초조의 연속이지만, 지난 8개월 동안 우리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함께 해온 일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신호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국정감사장에서 MBK 김병주 회장에게 책임을 묻는 질타가 쏟아졌고, 정부와 정치권 관계자들도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한 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국민 10만 명의 일자리와 국산 농산물의 유통망, 그리고 지역경제가 걸린 사회적 문제"라며 공적 책임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 한마디 한마디는 현장에서 흘린 노동자들의 땀방울이 만들어낸 변화의 증거였다.
이 모든 건 누가 시켜서 되는 일이 아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 선전전에 서고, 퇴근 후엔 홈플러스 살리기 서명대를 지키며, 휴무와 식사시간까지 내어가며 싸워온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 온 결과다. 누군가는 계산대 앞에서 고객에게, 누군가는 주차장 한켠에서 시민에게, "홈플러스를 살려달라"고 외치며 서명을 받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국민 서명운동이 불과 며칠 만에 전국으로 불길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기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운명은 여전히 절벽 끝에 서 있다. 10월 31일까지 홈플러스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11월 10일 제출될 회생계획서는 '청산안'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홈플러스는 끝내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멈출 수 없다. 절벽 끝이라 해도, 우리가 손을 맞잡으면 그 끝이 새로운 출발선이 될 수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없던 길도 만들어 가는 사람들'
이 말은 결코 비유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여러 번 이런 길을 만들고 걸어왔다. 자본의 논리와 무관심 속에서도, 버텨내고, 싸우고, 함께 길을 냈다. 이 말은 우리의 하루이자, 우리의 삶이다.
지금 이 싸움은 단순히 홈플러스를 지키는 싸움이 아니다. 노동자의 생존을 지키는 싸움이고, 지역사회의 숨을 이어가는 싸움이며, 우리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지키는 싸움이다. 정부가 이 절박한 현실 앞에서 더 이상 책임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이 사태를 '시장 논리'로 방관한다면, 무너지는 것은 한 기업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공동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단 하나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 그 믿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그 다음 날도 우리는 싸운다. 홈플러스 살리기 서명대를 지키는 손끝마다, 피로에 젖은 눈빛마다, 새 길의 불씨가 피어나고 있다.
폭풍우가 불어도, 천길 낭떠러지 앞이라도,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우리의 길은 자본이 아니라, 우리의 단결과 투쟁이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길 끝에, 반드시 새로운 내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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