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생존자 인터뷰 <누군가의 생존법> 타이틀
박정원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아래 '호박랜턴')은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결성된 단체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참사를 경험한 사람들이 모여 지난 삼 년의 시간을 함께했다. 지역 주민으로서, 국회 보좌진으로서, 관련 연구자로서, 언론 종사자로서, 문화예술인으로서, 생존 피해자로서, 시민 연대자로서 등등. 따로 또 같이 활동을 이어 나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각자 가진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데 주된 목적을 두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그런 관계망 자체가 얼마나 드물고 귀한 것인지 싶다. 또 한편으로는 그날 이후 우리 사회가 만들지 못한 이야기 공간에 대해 애태우게 된다.
대상에 가닿으려면
올해 국가는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 조사와 피해 지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말이 없고, 그건 그만큼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참사에 관해 나누는 일은 단순히 개인적인 해소만을 위한 게 아니다. 우리 사회가 참사를 이해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저마다 무엇을 겪어 왔는지 기억과 경험을 확인할 때 진상 조사도 피해 지원도 가능하지 않을까. 호박랜턴 활동의 대부분은 그런 아쉬움에서 비롯되었다. 어떻게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궁리하며, 연구를 수행하고 행사를 기획하고 답사를 진행하고 부스를 운영했다. 직접 찾아 나섰다.
이번 생존자 인터뷰의 취지 역시 다르지 않다. 아직 모르는 게 많아서 결국 이야기를 실마리 삼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염두에 둔 것은 지난 삼 년을 폭넓게 묻자는 것이었다. 저마다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그 가운데서 느낀 삶의 변화와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그 과정을 '생존'으로서 비추고 싶었다. 한편, 직전의 문장은 인터뷰이 모집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기도 하다. 과연 호박랜턴이 만나고자 하는 대상에 가닿으려면 어떤 말이 필요할지 걱정이 앞섰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생존자라고 인지하고 있을까.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짐작이 들었다.

▲ 인터뷰 참여 모집 포스터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
누군가의 생존법
다섯 명으로 구성된 기록팀은 일곱 명의 인터뷰이를 만났다. 이때 섭외 경로에 대해서도 남기고 싶다. 직접 설문 양식을 작성해 준 인터뷰이도 있고, 그밖의 다른 방식을 통한 인터뷰이도 있다. 가령, 재영(가명) 씨의 경우, 그의 사연을 게시한 블로그를 발견해 댓글을 남겼다. 보빈(가명) 씨의 경우, 지난 6월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 내 호박랜턴 부스 방문을 계기로 연이 닿았다. 션 씨의 경우, 또 다른 인터뷰이 현민 씨의 소개를 받아 연결되었다. 그런가 하면, 희진(가명) 씨와 루나(가명) 씨의 경우,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정숙씨의 지인으로서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생존자는 그리 먼 존재가 아니다. 당장 우리 곁에서 일상을 이어 가고 있고, 사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또한 생존자일지 모른다. 다만, '생존자'라는 단어가 가지는 무게감이 있다. 그리고 개인을 지칭하는 용어는 자연스럽게 일도양단의 판단을 전제하기 쉽다. 때문에 호박랜턴은 '생존'의 과정을 강조하면서 이번 연재 제목을 <누군가의 생존법>이라고 지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누군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이제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가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꼬리를 물 듯 또 다른 누군가의 생존법이 들려오기를 희망하며 연재를 시작한다.
글 : 이상민
* 이 활동은 재단법인 숲과나눔의 2025 풀씨 사업이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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