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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다 삼켰다" 강원도 스킨스쿠버 명소에서 벌어지는 일

수중방파제 설치 후 모래사장 사라지고 돌무덤만... 관광객 줄자 주민·상인 한숨

등록 2025.10.30 18:23수정 2025.10.3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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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스런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교암해변 주민(2025/10/28)
걱정스런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교암해변 주민(2025/10/28) 진재중

강원도 고성군 교암해변이 돌과 자갈로 뒤덮여 몸살을 앓고 있다.

한때 고운 백사장과 완만한 수심으로 피서객들에게 사랑받던 해변이, 이제는 돌무덤으로 변했다. 바닷가를 찾은 주민들은 "바다가 모래를 다 삼켜버렸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잠제 설치 이후의 변화

교암해변 일대엔 2019년, 해안 침식을 막기 위해 잠제(수중방파제)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후 해류의 흐름이 달라지면서 바다모래가 해변에 쌓이지 못하고 외해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해변의 지형은 점점 낮아지고 곳곳에 절벽이 형성됐다.

예전엔 조개를 줍고 미역을 감던 모래사장이었지만, 지금은 바위와 자갈이 뒤덮여 해안을 따라 걷기도 어려운 모습이다. 바다모래는 계속 바깥으로 밀려나가고, 해안선은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있다.

지난 28일 현장을 찾았을 때 해변은 낭떠러지 아래 자갈과 돌로 뒤덮여 있었다.

모래는 사라지고 돌무더기만 남았다


 심각한 침식으로 해변이 낮아지면서, 모래 대신 돌무더기만 쌓여 있는 교암해변 전경. 바닷모래는 사라지고, 돌과 자갈만 해안을 덮고 있다.(2025/10/28)
심각한 침식으로 해변이 낮아지면서, 모래 대신 돌무더기만 쌓여 있는 교암해변 전경. 바닷모래는 사라지고, 돌과 자갈만 해안을 덮고 있다.(2025/10/28) 진재중

고성군은 해안 침식을 막기 위해 절벽 아래에 돌무더기와 자갈을 채워 넣는 보강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경관이 훼손되고, 주민과 관광객이 다칠 위험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태동 교암어촌계장은 "예전에는 아이들과 함께 놀던 모래사장이었지만, 지금은 돌무더기뿐이라 위험해 발도 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잠제를 설치한 뒤 해류 흐름이 바뀌면서 모래가 모두 빠져나갔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의 호소 "돌로 막은 바다는 결국 무너집니다"

 “한때 모래사장이던 교암해변이 침식으로 인해 자갈과 돌로 뒤덮인 모습. 해변 본래의 모습은 사라지고, 거친 지형만 남아 있다.”
“한때 모래사장이던 교암해변이 침식으로 인해 자갈과 돌로 뒤덮인 모습. 해변 본래의 모습은 사라지고, 거친 지형만 남아 있다.” 진재중

교암리 한인동 이장은 해안 절벽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돌덩이들은 임시방편일 뿐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바닷속으로 잠기고, 비가 많이 오거나 파도가 세게 치면 금방 무너집니다. 해변이 이렇게 깎여 내려가니 마을 주민들도 불안해요."

그는 "수차례 군청과 도청에 복구를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검토 중'뿐입니다. 행정은 말뿐이고, 현장은 그대로입니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교암해변을 바라보며 해안 침식 문제를 이야기하는 마을이장과 상인. 심각하게 낮아진 해변과 돌무더기를 가리키고 있다.”(2025/10/28)
“교암해변을 바라보며 해안 침식 문제를 이야기하는 마을이장과 상인. 심각하게 낮아진 해변과 돌무더기를 가리키고 있다.”(2025/10/28) 진재중

교암해변 앞바다는 한때 맑은 수중 시야와 다채로운 해중 경관으로 유명했다. 스킨스쿠버 동호회원들이 즐겨 찾는 명소였고, 다양한 어종이 서식해 전국 각지의 다이버들이 몰려들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해안 절벽이 무너져 내려 접근이 쉽지 않다.

한 스킨스쿠버 동호회원은 해변 인근 커피숍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곳은 우리 동호회원들이 자주 찾던 명소였어요. 이렇게 망가지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

바닷속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을 품던 해변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집 크기만 한 돌들로 뒤덮인 교암해변. 해변의 원래 모래사장은 사라지고, 이 모습을 바라보는 관광객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2025/10/28)
“집 크기만 한 돌들로 뒤덮인 교암해변. 해변의 원래 모래사장은 사라지고, 이 모습을 바라보는 관광객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2025/10/28) 진재중

교암해변 입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안동식(60)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해변이 좋았을 때는 손님이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주말에도 손님이 드뭅니다."

그는 이어 "모래가 사라지니 피서객도 안 오고,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도 줄었어요. 돌만 쌓아놓고 관리를 안 하니 관광객이 다시 올 리가 없지요. 파도 소리만 요란할 뿐, 해변이 예전의 생기를 잃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해변 상인들은 "관광객 감소로 마을 경제가 위축됐다"며 "행정기관이 침식 복구를 미루는 동안 지역이 점점 죽어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 동해안 전역서 나타나는 침식 문제 경고

교암해변 침식 현장과 설치된 잠제  .해류 변화로 모래가 사라지고 해안선이 후퇴하면서 돌들만 남아 있다.(2025/10/28)
▲교암해변 침식 현장과 설치된 잠제 .해류 변화로 모래가 사라지고 해안선이 후퇴하면서 돌들만 남아 있다.(2025/10/28) 진재중

전문가들은 교암해변뿐 아니라 강릉과 양양 등 동해안 전역에서 유사한 침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잠제와 방파제 등 인공 구조물이 해류를 왜곡시키고 모래의 자연 순환을 막아 침식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한국항만협회 강윤구 박사는 "교암해변에는 이안제나 돌제를 설치했어야 하지만, 수중방파제를 설치한 것이 침식의 원인이 되었다"며, 구조물은 균형을 고려해 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근본적 복구 대책 촉구

교암해변에 설치된 3기의 잠제 설치 목적과 달리 해안침식을 막지 못하고, 모래는 사라진 채 침식 흔적만 남아 있다.(2025/10/28)
▲교암해변에 설치된 3기의 잠제 설치 목적과 달리 해안침식을 막지 못하고, 모래는 사라진 채 침식 흔적만 남아 있다.(2025/10/28) 진재중

주민들은 행정기관이 실질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돌 쌓기나 모래 채우기는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해류의 방향과 지형 변화를 함께 분석해 근본적인 복구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해변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교암해변 침식 문제 해결의 시급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한때 피서객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백사장은 이제 모래가 사라지고, 돌무더기와 관광객을 지키던 자리만 남아있다
“한때 피서객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백사장은 이제 모래가 사라지고, 돌무더기와 관광객을 지키던 자리만 남아있다 진재중
#교암항 #해안침식 #돌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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