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국제공항.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출국대기실에 머물고 있는 난민에게 겨울 옷 등 필요한 물품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공항 측에서 "보안 구역이라 외부 물품을 전달할 수 없다"며 제대로 안내를 하지 않는 등 사실상 전달을 가로막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다. 출국대기실 운영은 2022년 8월부터 법무부(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가 맡고 있다.
29일 <오마이뉴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25년 간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 난민을 지원하는 활동을 벌여온 최황규 서울중국인교회 목사는 지난 13일부터 난민 신청자 A씨에게 겨울 옷을 전달하려고 했다.
A씨가 최 목사에게 "가져온 옷도 여름 옷뿐이라 낮에도 춥고 밤에도 추워서 담요를 덮고 옷을 겹쳐 입은 채 잠을 잔다. 혈당이 높아 약으로 조절해왔는데 이곳에서 누구에게도 건강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종교 박해를 피해 한 달여 전 한국에 온 A씨는 현재 인천공항 출국대기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보통 '공항 난민'의 경우 한국 입국 심사 중에 종교나 정치적 이유로 망명을 신청해 심사 절차나 행정 소송 절차가 진행될 때까지 공항 내 대기실에 구금된다.
최 목사는 "인천공항 외국 난민 신청자들은 추운 날씨에도 여름 옷을 입고 지내며 덜덜 떨고 있다. 인천공항 출국대기실은 '보안 구역이라 어떠한 외부 물품을 전달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비인도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최 목사는 지난 13일에 이어 22일, 28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인천공항 출국대기실 관계자 등에 전화를 걸어 겨울 옷 반입 과정을 물었으나 같은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결과, 변호사가 해당 난민 신청자를 면회하거나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총무과를 통해 우편을 부치면 외부 물품도 반입이 가능했다. 실제 난민을 조력하는 단체 등은 우편으로 난민 신청자들에게 옷가지를 비롯한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난민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이같은 사실을 개인적으로 난민을 지원하는 이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최 목사가 28일 "(출국대기실에) 변호사를 통해 (외부 물품 반입이) 가능한지를 물었는데, 담당자는 '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최 목사는 "최소한 민원인이 궁금한 점에 대해 확인을 해줘야 할 거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28일 <오마이뉴스>에 "(난민이) 입고 온 옷 한 벌만으로 추운 시기를 버티는 게 힘든 일인데, 출입국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서 외부에서 돕겠다는 시도를 차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또 "외부에서 도움을 주려고 해도 공항에선 변호사만 면회가 가능하다 보니 활동가가 접근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난민 당사자가 갖고 온 수하물조차 반입 불가... 인권위에 진정 제출돼
한편, 난민인권네트워크 등 관련 시민단체들은 지난 2월 공항 난민이 자신의 수하물에 접근할 수 없도록 막고 변호사만 면회가 가능하도록 제한하는 게 인권 침해라고 주장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한 상태다.
김연주 변호사는 "현재는 난민 당사자 본인이 가지고 온 수하물조차 (출국대기실 내에) 갖고 있을 수 없는 상황으로 옷이랑 생필품, 의약품에 더해, 난민 심사에 증거 자료로 제출돼야 하는 증명서 등이 있는 짐가방에 접근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동아프리카 출신 난민 당사자 또한 지난 6월 열린 '난민의 날 증언대회'에서 "변호사에게 증거를 전달하기 위해 제 짐을 요청했지만, 출입국관리소에서는 제 짐을 본국으로 보낼 것이라고 했다. 제 허락도 없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변호사를 통해 항의 메시지를 전달하자, 며칠 뒤에야 '짐은 줄 수 없으니 필요한 증거만 말하라'는 답변을 들었고, 그제야 필요한 일부 증거만 받을 수 있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법무부는 "약품의 경우 항공사 직원을 통해 위탁수하물에서 꺼내 송환 대상 외국인에게 전달하고 있으나, 옷은 보안 상 이유로 전달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 "보호구역 출입 허가 받은 자가 보안 검색 받아야"
법무부는 기사가 나가고 난 뒤인 31일 <오마이뉴스>에 "인천공항은 '항공보안법' 제12조에 따라 보호구역으로 지정돼있어 외부 물품을 보호구역 내부로 반입하기 위해서는 보호구역 출입 허가를 받은 자가 본인의 물품을 직접 가지고 보안 검색을 받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천공항 출국대기실은 공항 내부에 위치하고 있어 외부기온에 영향을 받지 않고 1년 내내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실내 온도를 적정하게 조절하고 있으며, 추위를 느끼거나 의류가 필요한 외국인을 위해 담요를 추가로 지급하거나 대기실 내에 활동복 등 의류를 비치하여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해 "약 반입 또한 외부 물품과 동일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면서 "다만 지병으로 정기적으로 복용해야 할 의약품 또는 의류 등이 보호구역 밖 본인의 가방에 보관되어 있을 경우 항공사에 요청하여 본인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또한, 월 1회 인천공항 인하대병원에서 의료진이 방문하여 진료 및 의약품을 무료로 처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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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데 난민 겨울 옷 반입 불가? 인천공항 출국대기실 '안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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