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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도 못 죽이던 상현, 자길 죽일 줄은..." 3년 만의 장례, 다짐한 아버지, 약속한 박정훈

[현장] 고 김상현 이병 '추모의 밤', 여러 군 사망 유족 등 참여해 애도... 박 대령 "군 사망, 지구 무게처럼 무겁게 다뤄야"

등록 2025.10.30 11:42수정 2025.10.3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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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이병의 아버지·어머니가 슬픔에 잠겨 있다.
김 이병의 아버지·어머니가 슬픔에 잠겨 있다. 소중한

"상현이가 왕개미 몇 마리 넣어서 파는 걸 사와서는 아파트 화단에 다 풀어주더라고요. 벌레 한 마리 못 죽였는데, 자기를 죽일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어요."

군에서 가혹행위를 당해 목숨을 잃은 아들의 장례식을 약 3년 만에 치르며 열린 추모행사(군인권센터 주최)에서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자, 어머니는 고개를 떨궜다. 그와 함께 3년을 활동한, 군에서 자식을 잃은 또다른 유족들도 슬픔에 잠겼다.

"아들을 놀릴 때 '천하태평 김상현'이라고 했어요. 천하태평이라 뭐 해먹고 사나. 자기 것 다 내주고 어떻게 사나. 낙천적인 성격이라 군대에서도 잘 견딜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못 견뎠나 봅니다."

 고 김상현 이병을 애도하는 '추모의 밤' 행사가 29일 오후 7시께 김 이병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고 김상현 이병을 애도하는 '추모의 밤' 행사가 29일 오후 7시께 김 이병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소중한

고 김상현 이병을 애도하기 위한 '추모의 밤' 행사가 지난 29일 오후 7시 17분,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김 이병은 2022년 11월 28일 육군 12사단 52보병여단 일반전초(GOP) 부대에서 선임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하다 생을 마감했다. 괴롭힘에 가담한 선임 3명에게는 1심에 이어 지난 24일 열린 2심에서도 각각 징역 6개월, 징역 4개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유족은 "아직 규명해야 될 진상은 많지만, 추운 겨울을 세 번 넘기기 전에 좋은 곳으로 보내주고 싶다"며 3년 여 만에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올해 초 김 이병의 죽음이 순직으로 인정되고, 그가 숨진 곳에 추모비를 건립하기로 하면서 내린 결정이었다.

김 이병의 장례식 이틀 차에 진행된 '추모의 밤'에는 김 이병의 유족과 친구들을 비롯해 그동안 유족의 곁을 지킨 군인권센터 관계자들, 군 사망사건 유족들(고 남승우 일병의 어머니, 고 박세원 수경의 부모, 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고 이예람 중사의 부모, 고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 고 황인하 하사의 아버지, 고 지수혁 일병의 부모)이 참석했다. 또 현역 장병 부모 모임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가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을 수사했던 박정훈 대령(국방부조사본부 차장 직무대리)과 부승찬·진선미·박선원·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눈물 삼킨 형, 거듭 "감사합니다"

 고 김상현 이병을 애도하는 '추모의 밤' 행사가 29일 오후 7시 김 이병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고 김상현 이병을 애도하는 '추모의 밤' 행사가 29일 오후 7시 김 이병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소중한

김 이병의 아버지 김기철씨는 "상현이는 장난이 많은 아이였다"며 옅은 미소를 내보였다. 장례식장 한편에 걸린 김 이병의 환한 얼굴을 보며 김씨는 "사진 찍을 때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지루한 것을 조금도 못 참았던 아이였다"며 "그랬던 아들을 떠나보내고 3년을 미친듯이 여기저기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이면 상현이는 한줌의 재로 돌아가겠지만 목표가 뚜렷하다"라며 "제2의, 제3의 김상현을 막기 위해 군인권센터와 유가족의 손을 잡고,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는 심정으로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이병의 친형인 김준혁씨가 부모님 앞에서 동생을 떠올리며 애써 눈물을 참고 있다.
김 이병의 친형인 김준혁씨가 부모님 앞에서 동생을 떠올리며 애써 눈물을 참고 있다. 소중한

김 이병의 형은 눈물을 삼키며 "다들 한달음에 달려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저를 대신해 부모님을 잘 살펴주신 유가족분들과 친척분들, 군인권센터께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여러분 덕분에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아직까지 버티시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 9년 전 군 의료과실로 아들을 떠나보낸 고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씨가 그를 꼭 안아주기도 했다.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아들을 떠나보낸 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3년 동안 고통 속에서 가슴을 치며 어둠의 세월을 살아왔을 상현이 가족분들, 특히 상현이 아빠에게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안씨는 "저도 11년 전에 그 고통을 겪었다"며 "(군 사망사건) 유족들을 만나고 연대하면서 고통이 보태지는 게 아니라 나누어졌다"며 "모든 군 사건들이 조금씩 해결이 될 때마다 힘을 얻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고 김상현 이병을 애도하는 '추모의 밤' 행사가 29일 오후 7시 김 이병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완씨가 발언하고 있다.
고 김상현 이병을 애도하는 '추모의 밤' 행사가 29일 오후 7시 김 이병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완씨가 발언하고 있다. 소중한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딸의 죽음 뒤 3년 2개월만에 장례를 치렀던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도 "저도 이 자리에서 예람이와 같이 살다 상현이 아버지를 만났다"며 "이곳에서 상현이 아버지와 함께 밥도 먹고 마음을 나눴다. 우리 유가족은 다 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고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씨는 "3년 동안 냉동고에 (시신을) 넣어둔 채 싸우니까 국회의원이 화환도 보내주고, 이 자리에도 참석해주셨는데, 유가족들은 이런 현실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라며 "의원님들이 참석했으니 부탁드린다. 아들 영전 앞에 자괴감이 들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박선원 의원은 "(군대에서의 자살을)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다 가해자가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든 순직 장병으로 대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군 사망사건에서) 가해자가 초범이고, 반성한다는 점을 양형 기준으로 고려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문제 제기를 하겠다"라고 답했다.

"억울한 죽음 생기면 항상 달려온 아버지"

 박정훈 대령(국방부 조사본부 차장 대리)이 발언하고 있다.
박정훈 대령(국방부 조사본부 차장 대리)이 발언하고 있다. 소중한

지난 20일 국방부 조사본부 차장 직무대리로 임명된 박정훈 대령은 "퇴근하고 (이곳으로) 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무엇보다 상현이 아버님을 꼭 한 번 안아드려야 되겠다는 마음 하나로 이 자리에 왔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어제 확인하니 올해만 해도 자살과 사고사를 포함해 80여 명이 (군대에서) 돌아가셨더라"라며 "매년 유사한 사망 수치를 유지하는 것을 보니 변하는 게 참 더디기도 하고, 어렵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박 대령은 "직접 2년여 군사재판을 받으면서 겪어보니, 그동안 몰랐던 부분 또는 애써 외면했던 부분을 몸소 느꼈다"라며 "우리 헌병 군사경찰의 수사절차가 보완돼야 하고, 개선할 부분도 많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군에 온 병사가 사망이라는 안타까움을 맞이했으면, 유가족의 입장에서 사건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말 한 마디라도, 신경 하나라도 그 중심을 유가족에게 둬야 했는데, 그동안은 편의를 추구했던 측면도 없지 않았다"라며 "내가 조사본부에 있는 한 우리는 그러면 안 된다고 수사관들에게 이야기했다"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자식을 3년 가까이 냉동고에 두신 그 마음을 감히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냐만은, 저 역시 시작점은 채수근 해병이 냉동고에 있는 모습이었다"며 "그때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해야 할 소임이 무엇인지 더욱 명확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대에서 죽음이 발생했을 때는 내 자식과 같이, 그 죽음의 무게를 지구의 무게만큼 무겁게 다뤄야 한다"라며 "엄하게 사실을 밝혀서 (가해자들을) 처벌해야 사망사건을 예방할 수 있겠다는 신념이 생겼다"라고 덧붙였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소중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가족을 잃은 고통은 못 잊지만, 그래도 옆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삶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임 소장은 "김 이병의 추모비가 그가 복무했던 부대인 GOP 초소 앞에 세워졌기 때문에, 원하면 언제라도 유가족분들이 여기 모이신 분들과 함께 보러 갈 수 있다. 무너지지 말고 (군인권센터도) 끝까지 (군이) 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숙경 군인권센터 군성폭력상담소장은 "김상현 이병 아버님은 고통 속에 있으시면서도 모든 자리에 연대해주셨다"라며 "누구든지 간에 억울한 죽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항상 달려와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했다"라고 말했다.

 고 김상현 이병을 애도하는 '추모의 밤' 행사가 29일 오후 7시 김 이병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고 김상현 이병을 애도하는 '추모의 밤' 행사가 29일 오후 7시 김 이병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소중한

군 사망사건 유족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엄마의 말뚝>을 제작한 조현우 경남MBC PD도 "아버님이 상현씨 일도 미처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활동들에 연대해주시는 것 보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김 이병의 영결식은 30일 오전에 열리고, 그의 유해는 같은 날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김상현 #김기철 #군인권센터 #임태훈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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