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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중박' 한가운데 선 탑, 실향민들이 반기는 이유

    개풍군에 있었던 경천사탑, 사진 찍어 집에 걸어두기도... 고향 그리움 담아 참배하기도

    등록 2025.10.30 10:54수정 2025.10.3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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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중박 경천사탑은 박물관 랜드마크로도 유명하다.
    ▲ 국중박 경천사탑은 박물관 랜드마크로도 유명하다. 이혁진

     국중박 상설전시관에 들어서면 저 멀리 경천사탑이 눈에 들어온다.
    ▲ 국중박 상설전시관에 들어서면 저 멀리 경천사탑이 눈에 들어온다. 이혁진

     국중박 상설전시관의 경천사탑이 웅장하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 국중박 상설전시관의 경천사탑이 웅장하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혁진

     국중박 광장은 평일인데도 관람하려는 학생과 외국인들로 붐비고 있다.
    ▲ 국중박 광장은 평일인데도 관람하려는 학생과 외국인들로 붐비고 있다. 이혁진

    지난 29일 국립중앙박물관(아래 국중박) 용산 개관 20주년을 맞아 고향의 유물인 경천사지 10층 석탑(경천사탑)을 볼 겸 나들이를 갔다. 정오가 되지 않은 시간에도 박물관 광장과 입구에는 학생들과 외국인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확실히 예전의 박물관 풍경이 아니다.

    국중박은 올해 1월부터 지난 10월 15일까지 누적 관람객이 5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296만 명)과 비교해 관람객 숫자가 무려 약 70% 증가한 것이다. 연간 관람객이 500만 명대를 넘긴 것은 1945년 국립박물관이 개관한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국중박은 올해 용산개관 20년을 맞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 국중박은 올해 용산개관 20년을 맞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이혁진

    이처럼 관람객이 폭증한 것은 국중박 용산 개관 20주년 기념 분위기 조성에 국보 반가유상 그림이 전시된 '사유의 방'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K컬처에 대한 뜨거운 관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한 것은 박물관 1층 상설전시관에 설치된 높이 13.5m의 '경천사탑'이다. 하늘을 찌르듯 자태를 뽐내고 있는 이 대리석탑을 5백만 명 넘는 관람객이 결코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중박 경천사탑이 관람객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유물이라는 뜻이다.

    고려의 전통과 원나라 양식을 바탕으로 제작된 경천사탑은 본래 경기도 풍덕군 광덕면에 있었다. '
    풍덕군'은 '미수복경기도 개풍군'의 옛 지명이다. 박물관에서 직선 거리로 60km에 불과한 곳으로 아버지 고향이자 내 뿌리이다. 개풍군 실향민들은 이 탑을 보면서 고향 가지 못하는 아쉬움과 서러움을 달래고 있다.

    실제 군민회원 중에는 해마다 이곳을 찾아 사진을 찍어 집에 걸어두고 감상하는 사람도 있다. 이만큼 개풍군 실향민들의 경천사탑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는 실로 대단하다. 개풍군민들은 경천사탑을 고향과 망향을 상징하는 성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경천사탑, 실향민의 향수를 달래다


    경천사탑은 대표적인 수난 문화재이다. 국중박에 오기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1907년 일본 궁내부 대신이 무단 반출했다가 언론인 베델과 헐버트의 노력과 우리 국민들의 지속적인 요구로 1918년 환수됐다. 경복궁에서도 한동안 방치되다시피 관리되다가 드디어 1962년 국보 86호 지정되고 1995년부터 10년의 보존 처리를 거쳐 2005년 국중박 개관에 맞춰 전시됐다.

     경천사탑 탑층에 조각된 부처와 불상이 화려하고 생생하다.
    ▲ 경천사탑 탑층에 조각된 부처와 불상이 화려하고 생생하다. 이혁진

    경천사탑의 탑신에 걸린 법회 현판과 탑층마다 볼 수 있는 부처 불상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K-탑'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 없다. 전문가들도 경천사탑의 아름다움과 정교함을 극찬하고 있다. 고려왕실이 자주 왕래한 사찰인 경천사탑은 120년 뒤 조선시대 원각사탑에도 영향을 미쳤다.


    필자가 20년 전 국중박에서 경천사탑을 마주할 때 느낀 전율을 지금도 생생하다. 마치 오랫동안 헤어진 이산가족을 재회하는 감격이었다. 이후 개풍군 사람들도 이곳을 찾아 고향을 그리며 참배하고 있다.

     2019년 미수복경기 개풍군민회 임원들이 국중박 경천사탑을 찾아 참배했다.
    ▲ 2019년 미수복경기 개풍군민회 임원들이 국중박 경천사탑을 찾아 참배했다. 이혁진

    경천사탑은 국중박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경천사탑을 개풍군 고향이 아니라 국중박에서 다시 보는 감회가 새롭다. 나아가 세계인이 관람하는 문화재라니 정말 자랑스럽다. 경천사탑은 실향민이 고향을 찾아가듯 언젠가 애당초 있었던 개풍군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날은 평일인데도 경천사탑 주변에는 관람객이 많았다. 강원도 철원에서 수학여행을 온 초등학교 6학년생들은 박물관 도슨트의 탑 제작 방법과 재료에 대한 설명 하나하나에 귀를 쫑긋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초등학교 5학년생들은 3층 난간에서 경천사탑을 바라보며 이렇게 큰 탑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천사탑이 실향민들의 유적을 넘어 학생과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전시콘텐츠가 됐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이날 대학교 국사학과 졸업 50년을 맞아 국중박을 찾은 머리가 희끗한 노인들도 경천사탑에 모여 관람을 시작했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국중박 #박물관 #경천사탑 #개풍군 #실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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