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한 페이지였던 그곳이 사라진다고요?

[홈플러스를 지키는 사람들 ②] 부산 시민 이정화씨 "홈플러스는 제 청춘이자 일상의 일부였습니다"

등록 2025.10.30 14:50수정 2025.10.3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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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 지부 조합원들은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해 하루 하루 싸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홈플러스를 살리고자하는 지역 시민, 농민, 입점 업주들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홈플러스를 살려내야 합니다. 홈플러스 주변 상가에 "정부가 나서서 홈플러스를 살려내야 합니다" 현수막이 걸려있다.
▲정부가 나서서 홈플러스를 살려내야 합니다. 홈플러스 주변 상가에 "정부가 나서서 홈플러스를 살려내야 합니다" 현수막이 걸려있다. 안수용

부산 사상구에 사는 이정화씨는 최근 홈플러스가 청산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냥 마트 문 하나 닫는 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가족의 추억이 깃든 공간이었어요"

이정화씨의 홈플러스와의 인연은 20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동네에도 대형마트가 생긴다는 소식에 가족 모두 들떴어요. 처음 홈플러스 가야점에 갔을 때 카트를 밀며 매장을 구경하던 그 설렘이 아직도 기억나요."

그에게 홈플러스는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었다.

"첫 아르바이트도 홈플러스 안 패스트푸드점에서 했어요. 그때 받은 첫 월급으로 부모님 선물을 드렸는데, '일한다는 기쁨'을 처음 느꼈죠."

청춘의 어느 밤, 사촌동생과 함께 밤 마실로 마트를 한 바퀴 돌던 기억도 그에게는 소중한 일상의 한 장면이다.


"홈플러스는 제 청춘의 한 페이지이자, 가족과 웃던 시간이 쌓인 장소였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홈플러스는 제 삶의 일부였습니다"


결혼 후, 그는 사상점의 단골 고객이 됐다. 아기띠를 맨 채 아이와 함께 장을 보고, 장난감 코너를 돌며 웃던 순간들, 시식 코너에서 아이가 맛본 맛있는 음식 한입까지 모두가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마트 안에는 병원도, 약국도, 문화센터도 있었어요. 옷도 사고, 강좌도 듣고, 필요한 건 거의 다 해결됐죠. 저한테 홈플러스는 생활의 중심이었어요."

요즘은 바쁜 일상 탓에 매장을 자주 찾지 못하지만, 여전히 온라인몰을 통해 생필품을 구입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금도 제 삶의 일부이고, 가족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공간이에요."

"홈플러스가 사라진다니 믿기지 않아요"

하지만 최근 청산 가능성이 언급되며, 그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지난 8개월 동안 뉴스를 보면서 '설마 진짜 문 닫는 건 아니겠지' 했는데, 이제는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불안하고 슬퍼요."

이씨는 홈플러스가 사라질 경우, 단지 소비자의 불편을 넘어 지역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기서 일하는 분들, 납품업체, 입점 상인들 그리고 그 주변 가게들까지 다 영향을 받을 거예요.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폐점된 뒤에 상권이 황폐화된 기사를 보면, 그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부가 키운 사모펀드 MBK, 홈플러스사태 정부가 해결하라!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조합원이 "정부가 키운 사모펀드 MBK, 홈플러스 사태 정부가 해결하라!"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정부가 키운 사모펀드 MBK, 홈플러스사태 정부가 해결하라!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조합원이 "정부가 키운 사모펀드 MBK, 홈플러스 사태 정부가 해결하라!"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안수용

"노동자와 서민들의 희생 위에 기업의 이윤이 서선 안 돼요"

그는 지난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논의가 있었을 때도 반대했다.

"소비자 편의보다 중요한 건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이에요. 누군가의 휴식이 다른 사람의 희생 위에 세워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홈플러스가 문을 닫는다면, 단지 장 보러 갈 곳이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우리의 생활공간이, 우리의 추억이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일터가 사라지는 겁니다."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정화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간절하게 덧붙였다.

"이건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삶과 지역 공동체의 존립이 걸린 문제예요. 정부가 민생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죠."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홈플러스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곳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우리 시민들의 일상과 추억이 깃든 삶의 터전이니까요."
#홈플러스 #기업회생 #청산 #노조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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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계산대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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