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에 지하철이 달리는 날 》 표지
마르코폴로(2025)
저자가 만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났고, 거기에서 죽을 현지의 사람들, '외부인'이었으나 팔레스타인 사람으로서 죽어간 이들, 이직도 경계에 놓인 이들을 아우른다. 이미 죽은 이들과 아직 살아 있는 이들이 공명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과 가자의 이야기는 민족 단위의 대서사시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밀착한 일차원의 시선으로 되살아나 독자들과 눈을 마주한다.
가자의 골목길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병원비를 내는 대신 딸의 대학 학비를 내기로 선택한 어머니, 각각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 사람인 부모의 피를 이어받은 경계인, 그리고, '사막의 연옥'인 국경 사이의 난민들까지. 그들이 바라던 것은 팔레스타인의 해방이라는 대의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그동안 그들이 영위해왔던, 그리고 앞으로도 영위하고자 하는 현재와 미래의 일상이기도 하다.
가자를 달리는 지하철. 그것은 팔레스타인 예술가 모하메드 아부살의 전시 작품 중 하나였다. 가자에는 지하철이 달리지 않으며, 그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투쟁 수단뿐만 아니라 생필품이 오가는 지하 통로의 비유일 뿐이었다. 그는 지하철이 달리지 않는 가자에 지하철역 안내 표지판을 세움으로써, 지하철이 달리는 일상의 가자라는 꿈을 현실로 이끌어낸다.
이를 통해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이 건국된 1948년(나크바)로 본격화된 '인종청소', 수 차례의 중동전쟁과 인티파다 , 70년이 지난 후 가자에서 펼쳐진 대규모 집회인 2018년 '귀환의 대행진', 나아가 2023년 이래의 '가자 학살'이란, 팔레스타인이라는 압도적이고도 거대한 서사시로부터 한 사람 한 사람이 되어, 독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난다.
<가자에 지하철이 달리는 날> 번역 제안이 들어왔을 때,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만약 번역이 하나의 연대일 수 있다면 그 또한 내가 연대하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가자의 일상과 꿈을 번역하는 것. 그럼으로써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한국어로도 기록하고 싶었다. <가자에 지하철이 달리는 날>을 통해, 전장과 학살의 현장, 죽음의 공간으로서의 가자만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서의 가자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가자에 지하철이 달리는 날
오카 마리 (지은이), 박용준 (옮긴이),
마르코폴로,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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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무엇을 꿈꾸며 살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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