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4년 6월 18일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이 더본코리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10월 30일, 2024년 국정감사가 공식 종료되었다. '민생 국감'을 기치로 출범한 이번 국정감사는 당초 소상공인과 소비자 보호, 불공정 행위 감시 등에 집중하겠다는 여당의 선언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대표적 민생 사안인 더본코리아의 여러 논란 - 연돈볼카츠의 허위·과장 매출 및 수익률 제시 문제, 지역축제 운영 논란 등 - 과 관련한 국정감사는 핵심을 잃은 채 끝났다고 생각한다. 상징적 장면이 될 수 있었던 백종원 대표의 행정안전위원회 국감 증인 출석은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하며 '알맹이 없는 감사'로 전락했다.
연돈볼카츠 사건은 단순한 프랜차이즈 분쟁을 넘어선다. 이는 가맹사업 구조에 내재된 불균형과, 이를 감시하고 시정해야 할 공공기관의 무기력함이 교차하는 상징적 사례라고 본다. 정권 교체라는 정치적 격변을 감안하더라도, 공정위의 소극적 대응은 제도에 대한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맹점주만 책임지는 구조, 지연되는 정의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문제는 명확하다. "월 매출 3천만 원, 수익률 20~25%"라는 장밋빛 제안에 기반해 창업을 결정했지만, 현실은 그와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허위 또는 과장된 모집 설명'에 대한 구체적인 녹취 증거가 있음에도, 공정위가 1년 넘게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다만, 더본코리아 측은 "연돈볼카츠 가맹점의 모집 과정에서 허위나 과장된 매출액, 수익률 등을 약속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편집자 주).
필자 또한 가맹점주였던 시절 본사와의 분쟁을 경험했다. 그때 가장 괴로웠던 것이 바로 정부 기관의 지연되는 결과였다. 이를 직접 겪어본 사람으로서, 점주들의 심리적·물리적 고통이 얼마나 클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공정위는 본사의 행위가 법적 형식(정보공개서 제공 등)을 갖췄다는 이유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점주들은 녹취라는 명확한 증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유보적 태도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진실조차 변명이 될 수 없다?" - 미국의 엄격한 책임성
프랜차이즈 원조 국가인 미국의 사정은 어떨까? 여러 자료를 조사한 결과, 현재 미국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본사의 '허위·과장 정보 제공'과 관련된 분쟁은 상당히 줄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미국의 프랜차이즈 규제 시스템은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규정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Item 19'(프랜차이즈 정보공시문서 FDD의 조항)를 통해 본사와 가맹점의 재무 정보를 공식 문서에 포함해야만 예비 가맹점주에게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의 한 프랜차이즈 법률 전문가는 기고문에서 이 조항을 '진실조차 변명이 될 수 없다(Truth, as they say, is no defense)'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정보공개서 외에서 수익 예측을 제시하는 행위는,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불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었다. 2008년 미국 미네소타 주의 'Choice Hotels' 사례에서, 본사 임원이 가맹사업 설명회에서 '달성 가능하고 보수적'이라며 제시한 수익 예측은 정보공개서에 없는 정보라는 이유만으로 불법 간주됐고, 그 진술의 진위와 무관하게 법적제재를 받았다.
2016년 'Dissette v. Pie Five Pizza Company' 사건도 시사점이 크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본사의 정보공개서가 '문자 그대로 진실한 정보'만을 담고 있어도, 중요한 정보(직영점 손실, 본사의 재정적 어려움)를 누락하여 전체적인 그림을 오해하게 만들었다면 '중대한 누락(material omission)'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즉, 침묵도 거짓말만큼이나 기만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본사의 설명이 수익성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포장하거나 필수 정보를 누락하는 경우 '사기적 부작위(Fraudulent omission)'로 간주하며 법적 책임을 묻는다. '문자 그대로의 진실'이 존재해도, 그것이 전체 맥락에서 기만적으로 작동했다면 면책되지 않는다. 계약서에 본사의 면책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도, 법원은 이를 이유로 가맹점주의 손해배상 청구를 막지 않는다.
이와 비교하면, 현재 한국의 시스템은 지나치게 형식에 치우쳐 있고 실질적 보호 기능은 뒷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공정위는 실제 사실 관계보다 '문서 제출 여부와 한 번이라도 그 매출이 나왔는가?'에만 집중하며, 실질적 진위 확인이나 피해 구제에는 지나치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듯하다.
민생을 말한다면, 가장 먼저 책임을 다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본사의 브랜드와 시스템을 활용해 가맹자에게 생존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다. 그러나 본사의 정보 제공이 왜곡되는 순간, 이는 일방적인 리스크 전가로 전락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에게 돌아간다. 더 심각한 것은 이를 감시해야 할 제도기관이 침묵할 때 이 시스템은 더 이상 '기회'가 아닌 '위험'이 된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2024년 10월 17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그리고 이번 국감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은 이점을 강변한 바 있다. 더본코리아가 2008년부터 50개 브랜드를 운영했으나 현재 살아남은 브랜드는 절반인 25개에 불과하며, 프랜차이즈 평균 운영 기간(7.7년)보다 훨씬 짧은 3.1년에 그친다고 지적했다(연돈볼카츠는 2년 만에 70% 폐점률을 기록했다). 본사의 문어발식 확장과 그에 따른 조기 실패 책임이 가맹점주에게 전가되어 경제적 손해를 입힌 대표적 사례로 거론한 것이다.
연돈볼카츠 사건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우발적 분쟁이 아니다. 이는 구조적 부조리가 여전한 우리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 중 하나로서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소상공인들이 얼마나 취약한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따라서 공정위는 '서류가 있다'라는 이유로 조사와 제재를 미루지 말고, 실질적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민생을 말한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정부 기관의 책임성이다. 그를 바탕으로 현실적 해결이 진정한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다. 더 이상 소상공인들이 본사의 장밋빛 언어에 기대 창업하고 손실을 홀로 감당하는 구조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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