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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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공급 확대가 집값 상승의 대책이 아님을 확인했으니, 이제 투기적 가수요를 차단하고 투기 목적의 주택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금 정책인 보유세 강화 방안을 검토해보자. 그 전에 먼저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소장으로 있는 '토지+자유연구소' 이진수 연구위원이 발행한 보고서(OECD 국가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분석, 토지+자유 리포트, 2025, 제28호)에 따르면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2023년 현재 0.15%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3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순위로 따지면 30개 국가 중 20위이고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1/3에서 1/6 정도밖에 안 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관점에서만 보면 보유세 강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편 보유세는, 특히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 부과하는 보유세는 경제를 왜곡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토지의 효율적 사용을 촉진하는, 즉 경제 효율을 높이는 세금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그런 사례도 상당히 많다.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보유세를 강화할 이유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보유세를 강화할 이유가 분명하다. 우리나라 재정 형편을 생각하면 증세는 꼭 필요하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19.0%로 OECD 평균 25.3%에 무려 6.3% 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증세의 최우선 대상은 무엇이어야 하나? 세금은 크게 소득세, 자산세, 소비세로 구분한다. 소득세는 개인 소득이든 법인 소득이든 강화하면 원론적으로 경제에 부담을 준다. 소비세는 경제에 부담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의 소득 대비 부담률이 높다는 역진성이 있어서 곤란하다. 그러므로 소득세, 소비세는 가능한 후순위여야 하고 우선 대상은 자산세여야 한다. 왜냐하면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불로소득 성격이 강하고 자산이 불평등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자산은 곧 부동산이다. 그렇다면 부동산세(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에서 가장 중요한 세금인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건 너무나 분명하다.
집권 초기가 보유세 강화 가장 큰 효과 발휘할 때
이에 대해서 보유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보유세 강화가 집값의 하향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는 건 이론일 뿐 현실에서는 입증이 안 된 것 같다는, 오히려 보유세를 강화했는데 집값이 상승한 경험이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민주당과 민주당의 서울시장 출마 예정자들이 주로 이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보유세 강화가 집값 하향 안정화에 유일한 정책 수단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지금이 보유세 강화의 효과, 즉 투기적 가수요 차단 효과와 투기 목적 보유 주택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는 기능이 가장 잘 발휘될 때라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이 집권 초기이기 때문이다. 지금 정책을 발표하고 입법화하면 최소한 4년 이상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집권 초 보유세 강화 정책의 효과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정부가 노무현 정부다. 노무현 정부는 첫해 2003년의 집값은 상승하는 분위기였는데, 어찌 된 일인지 2년 차였던 2004년에는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화되었다. 경제 환경만 보면 2004년이 더 불리했는데도 말이다.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경제성장률은 2003년엔 3.1%고, 2004년엔 5.2%로, 무려 2.1% 포인트나 높았다. 금융 요인, 즉 기준 금리도 마찬가지다. 2003년 7월 3.75%였던 기준금리는 2004년 8월 3.5%로, 같은 해 11월에는 3.25%로 하락했다. 요컨대 다른 변수가 같다면 2004년에 집값은 더 올랐어야 했다.
그럼 2004년 집값 하향 안정화의 이유가 뭘까? 노무현 대통령의 확고한 보유세 강화 의지 천명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책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13일 국회 연설에서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토지공개념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 발언과 유사하다. 이 발언 후 10월 29일 내놓은 대책에서 정부는 고가 부동산과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방안으로 처음 도입하는 종합부동산세 시행 시기를 2006년에서 2005년으로 앞당기고 중저가 부동산 보유세인 재산세도 강화할 것이라는 대책을 발표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보유세로 투기적 가수요를 차단하고 투기 목적으로 보유한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건데, 필자는 이것이 2004년 집값 하향 안정화의 핵심 원인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04년 말 정부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입법 내용은 크게 실망스러운 것이었고, 그 이후 2005년부터 집값은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정부는 그 해에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대책, 즉 종부세와 재산세를 2017년까지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대책을 8월 31일에 발표하고 그해 말 입법화에 성공했지만, 이미 노무현 정부는 지지도가 크게 하락한 정권 후반기였고, 보유세 강화의 상징인 종부세를 저주했던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넘어갈 분위기가 무르익은 상태였던 까닭에 주택 시장은 2006년에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렇다. 노무현 정부가 보여주는 교훈은 보유세 강화라는 중요한 정책은 집권 초기에 발표하고 입법화에 성공해야 효과가 강력하게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도 지금이 집권 초기다. 이재명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보여준 길을 걸어가야 한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처럼 입법화에 실패하지 말고 성공해야 한다.
금융규제가 수반됐을 때 보유세 강화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한 15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을 찾은 시민이 상담 받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있다. 20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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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금융규제가 수반되었을 때 보유세 강화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험이 반면교사의 역할을 한다.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강화에 소극적이었다가 집값이 폭등하자 2018년 9월 13일에 그리고 2020년 7월 10일에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종부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는다.
그러나 금융환경은 너무 안 좋았다. 2019년 1.75%였던 기준금리를 같은 해 7월엔 1.5%로, 10월엔 1.25%로 계속 내리면서 집값은 오르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사태로 기준금리는 계속 떨어져 2020년 5월부터는 2021년 8월까지, 무려 1년 3개월 동안 정부 수립 이후로 가장 낮은 0.5%를 유지한 것이 집값 폭등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게다가 여기에 보유세 강화를 무력화 하는 결정적 변수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전세보증비율 강화 및 전세대출 확대다. 문재인 정부는 15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을 아예 금지하고 9억 원 이상 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대출받기 어려운 매우 강력한 정책도 도입했지만, 이런 금융규제 대책은 전세대출 확대 앞에서 무력했다. 전세대출은 갭 투기하는 사람에게 돈을 무이자로 빌려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대출 규모만 해도 엄청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전세대출이 6.1조가 늘었고 박근혜 정부 동안에는 29.6조가 늘었는데, 문재인 정부 때 무려 126조가 늘었다. 결국 이 돈은 유주택자・다주택자들의 투기 자금으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갔다. 여기에 똘똘한 집 한 채 현상을 초래한 1주택자 종부세 특혜와 양도소득세에 대한 과도한 특혜 제공도 투기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렇다면 현재 이재명 정부의 금융규제는 어떤가? 강력한 금융규제 정책을 지금 시행 중이다.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투기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전반적으로 대출의 규모를 크게 줄였으며,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90%에서 80%로 축소했고 전세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시작했다. 요컨대 보유세 강화의 효과가 발휘될 수 있는 가장 좋은 금융환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보유세 강화가 이론과 달리 집값 안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박주민 의원과 전현희 의원의 발언은 정책적 효과가 발휘될 수 있는 상황과 그렇지 못한 상황을 구분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혁신적인 보유세 강화 방안
그렇다. 공급은 신규 공급만 있는 것이다. 투기 목적으로 보유하는 주택이 시장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 공급인데,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지금 바로 보유세 강화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듯이 강력한 금융규제만으로는 투기 목적으로 보유한 주택이 시장에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의 큰 고민 중 하나는 보유세 강화가 그리 인기 있는 대책이 못 된다는 것인데, 이것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민주당은 정말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보유세 강화를 안 하거나 하더라도 생색내기에 그치면 집값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큰데, 그렇게 된다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까. 서울의 유주택·다주택자들이 집값 올랐다고 민주당을 더 많이 지지할까? 무주택자들은 그래도 민주당을 지지할까?
필자의 생각은 부정적이다. 오히려 지금부터 보유세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주택가격을 하향 안정화한 '결과'를 들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 국가적 과제인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화'에 민주당이 유능함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민주당도 살고 나라도 사는 길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강화된 보유세액을 기본소득으로 분배하는 혁신적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보유세 강화액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사용하면 50% 가까이 되는 무주택자에게 큰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기존의 보유세 강화는 무주택자들은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무관심했지만, 기본소득의 재원이 되면 바뀌게 된다. 물론 1주택 가구 대부분도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보다 혜택이 더 크기 때문에 지지가 충분히 가능하다.
민주당은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의 민주당 정부, 국민주권정부가 세워지는 데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고통의 시간을 감내했는지를. 길게는 3년, 짧게는 6개월, 춥고 덥고 비 오고 눈 내리는 거리에서의 항쟁을 통해서 수립된 정부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주권자 국민은 집값을 하향 안정화하길 고대하고 있다. 그것이 국민주권정부가,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다. 특별히 서울시장을 준비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이 점을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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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연구소 소장.
전 국민 주거권과 토지공개념 실현이 주된 관심사다. 21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기본주거교통분과 위원장을 역임했고, 지은 책으로는 《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2023, 공저), 《불로소득 환수형 부동산 체제론: 부동산 공화국 탈출하기》(2021),《아파트 민주주의》(2020)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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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전현희 같은 괜찮던 민주당 의원들까지 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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