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우리 교육이 제대로 된 길 찾으려면

[비켜나니 보이네 5] 지난날 우리 교육을 톺아보며

등록 2025.11.03 11:13수정 2025.11.0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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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15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을 배우기 위해,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아침 일찍 시작해 밤늦게 끝나는 지금 한국의 교육 제도는 산업화 시대의 인력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2008년 9월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포럼에서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말이다.

우리는 그 지적을 외면하고 지금까지 왔다. 이미 인공지능 시대에 들어섰음에도 우리 교육은 나갈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고교학점제로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할 수 없음을 지난 기사에서 지적하였다(https://omn.kr/2fuha). 많이 늦었지만 제대로 된 방향을 찾기 위해 지나간 시대의 교육 흐름과 잘못을 톺아볼 필요가 있다.

산업화 시대 교육은 주입식 교육이었다. 그 교육이 지금까지 우리 교육을 지배해 왔고,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그 유물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때는 주입식 교육이 필요했고, 그로 인해 우리 사회가 발전했다. 새로운 지식을 머릿속에 많이 담고 있는 사람이 경쟁력이 있었다.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빨리 가져와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였다.

학교 교육은 학생들에게 맛있는 반찬을 밥상 위에 잘 차려주는 것이다. 누가 밥상을 잘 차려주고 학생들에게 반찬 투정 없이 먹게 하는 것이 교사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였다.

학생들은 반찬 투정하지 않고 잘 먹어야 한다. 자기 입맛에 맞는 반찬이 없다고 투정하면 뒤처진다. 학생들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의 양이 힘이었다. 그래서 대학 입학 고사 이름도, 학교에서 배운 것을 누가 더 많이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학력고사(學力考査)'였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이 곧 힘이었다. 1990년대까지 그랬다.

우리 교육은 변해야 한다


21세기, 정보화시대를 앞두고 우리 교육은 변해야 했다. 이제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딪혔다. 웬만한 지식은 인터넷에 다 들어 있으니, 굳이 복잡하고 다양한 지식을 머릿속에 담아 둘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맛있는 반찬을 차려줄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먹고 싶은 반찬은 인터넷 속에서 쉽게 찾아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고기반찬을 차려줄 것이 아니라 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자기에게 필요한 지식을 머릿속이 아닌 인터넷 속에서 끄집어내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사실 우리 교육은 시대에 맞춰 잘 준비하였다. 대학 입학시험도 '학생들이 스스로 학업 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 그래서 이름도 '수학능력시험(修學能力試驗)으로 바뀌었다. 우리 교육은 시대에 맞춰 잘 변화하였다.

수능 도입으로 눈에 두드러지게 띄는 것이 학생들의 책상 변화였다. 학생들의 책상에는 사전과 신문이 놓여 있었다. 모르는 낱말은 직접 찾고, 신문으로 스스로 공부하고, 다양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교실에서도 배우지만 자기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바람이 일었다. 교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성적이 좋은 학생과 수능 성적이 비례하지 않았다. 학교가 신뢰를 서서히 잃어가기 시작하였다.

학교 공부만으로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는 생각이 퍼져나갔다. 그때 각 교과에서는 학생들의 사고력 향상에 초점을 두어야 했는데 학교에서는 준비가 미흡했다. 수능은 교사가 경험하지 않은, 배우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제도였다. 교사 연수를 한다고 하였지만, 새로운 제도의 도입 타당성에 대한 연수가 대부분이었고, 정작 수업 시간에 교사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연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학원에서도 이를 해결할 수 없는데, 다른 학생들이 가니 안 가면 안 될 것 같아 보험에 드는 기분으로 학원에 가기 시작했다. 빈부의 격차가 교육에 영향을 미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웠다

교육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EBS와 수능을 연계했다. 하지만 이것은 문제를 완전히 헛짚었다. 수능의 본질을 놓쳤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웠다.

그 뒤부터 수능은 '스스로 학업 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측정하는 학력고사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그렇게 우리 교육은 퇴보한 채로 오늘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정보화시대 우리 교육은 사실 산업화 교육의 연장이었다.

산업화 시대 교육의 문제점이 점점 노출될 때 수시 전형이라는 것이 생겨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수시 전형 비중이 너무 높았다.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입학 결과를 위해 학생들의 학생부 부풀리기가 시작되었다. 학생부에 기록된 학생들의 기록을 보면 학생의 인품은 도덕군자이고, 학문적 자질은 전문가 수준이다. 고등학교 진학을 오랫동안 담당하였던 나 역시 그랬다.

이렇게 수시 전형이 진행되다 보니 대학에서는 학생부에 대한 신뢰를 의심했다. 되돌아가고 말았다. 수시 전형 역시 학교의 성적, 흔히 말하는 내신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학교는 또다시 주입식 교육을 넘어서지 못했다.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

우리는 정보화시대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에 살고 있다. 학교에서는 자기가 먹고 싶은 고기를 낚아 거기에 어울리는 재료를 시장에서 구매하여 맛있게 요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

먼저, 자기가 먹고 싶은 고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정체성 교육이 필요하다. 정체성 교육이란,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무엇을 하면 경쟁력이 있을까 등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래야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정확하게 물어야 자기에게 필요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 판단력이다. 인공지능에 물어보면 모든 것을 다 답하여 준다. 하지만 그 답변을 오롯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잘못된 자료도 있을 수 있고, 과거의 자료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인공지능이 제시한 답변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 힘이 판단력이다. 그 힘이 없으면 이제 인공지능의 노예가 된다.

마지막으로, 공동체 교육이다. 공동체 교육의 핵심은 나눔과 배려, 자긍심이다. 다양성과 개성이 예전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개성과 다양성이 어울려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시대이다. 개성이 인정받고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데 공동체 교육이 없으면 다양성과 개성은 분열로, 이기주의로 흐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고등학교도 거의 의무교육의 수준에 있다. 공동체에 대한 자긍심이 없다면 다양성 속에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긍심 더욱 필요하다.

학교는 학생이 바다로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섬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정보화시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 바다로 마음껏 항해하도록 안내하는 섬이다.

학교가 길을 잃으면, 학생이 바다로 나갈 수 없다. 학생이 바다로 나가지 못하면 우리 공동체가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많이 늦었지만,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 교육의 방향이 제대로 된 길을 찾길 바란다.
#인공지능시대교육 #정보화시대교육 #산업화시대교육 #수학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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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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