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사위와 만난 날, 웃음이 터졌다

단골 미용실에서 도란도란... 가족 모임의 즐거운 에피소드가 되었습니다

등록 2025.11.05 09:26수정 2025.11.05 09:2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얼마 전 머리를 자르려고 미용실에 갔다. 내 차례가 되어서 의자에 앉아 머리를 자르려고 준비를 마쳤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에요? 혹시 두 분이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하셨어요?"


미용실 원장 부인이 하는 말이다. 이 미용실은 부부가 미용 일을 하는데 남편은 원장이고 부인은 직원이다. 그 말에 거울을 통해 입구 쪽을 보니 사위가 들어서고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사위도 깜짝 놀랐는지 멋쩍게 웃으면서 "어머니도 오셨네요"한다. 동 호수는 다르지만 같은 아파트에서 살다 보니 생각지도 않게 이런 일도 생기고 있다.

 미용실에서 사위를 만난 날
미용실에서 사위를 만난 날 giorgiotrovato on Unsplash

나는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고 사위는 잠시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가족 모임이 있으면 사위와 이런저런 말을 잘하는 비교적 친한 사이이다. 아들도 엄마하고 매형처럼 친한 장모와 사위는 보기 힘들 정도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왠지 서먹한 느낌이 들었다. 사위도 어색한지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전 중이라 "출근하고 오는 길이야?" 하니 "아니요. 머리 자르고 지방 출장 가요"한다. 미용실에서 바로 KTX역으로 간다고 한다.

사위는 이곳에 다닌 지 20년도 넘었다. 하지만 나는 10개월 정도 된다. 내가 6년 정도 다니던 단골 미용실의 주인이 바뀌면서 핑계 삼아 이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미용실을 새로 옮기기 전에도 이웃에 사는 언니의 머리 스타일도 괜찮고 항상 깔끔한 모습에 유심히 봐왔다. 어느 날 그 언니에게 물어보니 지금 다니는 미용실이 비교적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 언니는 이곳을 30년 정도 다녔는데 그동안 미용실 주인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서로의 가족 관계부터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알 정도라고 한다. 도시에서도 그런 단골 관계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내가 다니던 미용실 주인이 바뀌면서 그때 들었던 언니의 말이 생각났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 일단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갔을 때는 이웃 언니가 동행을 해주기도 했다. 첫 느낌은 아주 꼼꼼하고 친절하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파마 머리도 괜찮은 편이었다.

그렇게 2~3번 정도 다녔을 때 가족 모임이 있었다. 가족 모임 중에 우연히 미용실 이야기가 나왔다. 딸아이가 "엄마 머리 스타일이 조금 바뀐 것 같은데 요즘 어느 미용실 다녀요?" 물었다. "엄마가 다니던 미용실 주인이 바뀌어서 ○○미용실로 다녀" 했다. 딸과 사위가 웃으면서 "어머나 엄마, A 서방도 그 미용실 다녀" 했다.


예전에는 손자들도 그 미용실을 이용해서 원장 부부를 잘 안다고 했다. 가족 모두 "그럴 수가"하면서 한바탕 웃었다. 내가 "난 그 미용실이 비용을 싸게 받아서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언제나 현금 주고 있어" 했다. 그 말에 사위도 "저도 그래요. 바로 현금 이체해주고 있어요" 해서 또 한 번 웃음 바다가 되었다. 사람의 마음은 모두 비슷한가 보다.

미용실에서 사위를 만났던 날, 내가 가자마자 원장 부인은 내게 "며칠 전에 사모님 아들 부부가 왔다 갔어요" 한다. 난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우리 아들 며느리는 여기 위치를 잘 모르는데" 했다. 원장 부인은 "사모님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우리 엄마예요. 맞지요?" 하더라고 전했다. 그래서 난 휴대폰에 있는 딸과 사위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혹시 이 두 사람 아니에요?"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맞아요. 이 두 사람이에요" 했다.


"이 두 사람은 아들 내외가 아니라 딸과 사위에요" 하니 그제야 "아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엄마하고 딸이 분위기가 비슷하네요"하고 말했다. 그때 사위가 미용실을 찾은 것이다. '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온다더니' 타이밍이 제대로 맞은 것이다. 내가 먼저 머리를 다 잘라서 사위 비용까지 내고 출장 잘 갔다 오라는 말을 전한 뒤 집으로 왔다. 잠시 후 사위에게 카카오톡이 왔다. "어머니 오늘 미용실에서 만나서 반가웠어요. 비용도 내주시고 감사합니다"라고.

며칠 후 가족 중에 생일이 돌아와 가족 모임이 있었다. 가족 모임에서도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닌지라, 단연 사위와 장모가 미용실에서 만난 즐거운 이야기부터 시작이 되었다. 사위는 "그 미용실에서는 제가 아들인 줄 알았대요"한다. 가족들이 이구동성으로 "아무리 봐도 아닌데, 안 닮았어요 "하며 입을 모았다.
은퇴 전후의 6070 시니어들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요?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미용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인천세관 마약사건, 정유미 검사장 인사... 임은정의 답변 인천세관 마약사건, 정유미 검사장 인사... 임은정의 답변
  2. 2 결말 알았는데도... '감독님, 제가 졌습니다'가 절로 나왔다 결말 알았는데도... '감독님, 제가 졌습니다'가 절로 나왔다
  3. 3 "김건희, 계엄 후 윤석열에게 '너 때문에 다 망쳤다' 취지 발언" "김건희, 계엄 후 윤석열에게 '너 때문에 다 망쳤다' 취지 발언"
  4. 4 3층 침대 놓고 층마다 월세... 홍콩 자본주의의 쓴맛 3층 침대 놓고 층마다 월세... 홍콩 자본주의의 쓴맛
  5. 5 "혹시 한국 분이냐?" 미국 호텔 직원이 두 손 가득 들고 나온 것   "혹시 한국 분이냐?" 미국 호텔 직원이 두 손 가득 들고 나온 것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