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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한국어 선생님 펭짱 "포기 안 하길 잘했어요"

[인터뷰] 씨엥쿠앙 세종학당의 한국어 교사, 한국과 라오스를 잇는 다리가 되다

등록 2025.11.06 13:18수정 2025.11.0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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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엥쿠앙 시내 중심가에서 촬영한 펭짱 .
▲씨엥쿠앙 시내 중심가에서 촬영한 펭짱 . ACN아시아콘텐츠뉴스

펭짱(27세)을 처음 만난 건 지난 9월, 라오스 씨엥쿠앙에서였다. 불발탄 관련 취재 현장에서 한국어 통역을 맡은 그녀는 차분하면서도 정확하게 현장의 감정을 전달했다(관련 연재 : 땅속에 남은 전쟁-불발탄&지뢰). 통역은 단순히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공감과 맥락의 예술인데, 그녀는 그 미묘한 결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AI 번역으로는 대신할 수 없는 사람의 온기가 그녀의 말 속에 있었다.

잠시 쉬는 시간,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지난주 SNS를 통해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건 취업 때문이었다. 라오스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2016년, 펭짱은 라오스 국립대학교 한국어과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처음 배운 한국어는 새롭고 흥미로웠지만 쉽지 않았다. 문법은 규칙과 예외가 많았고, 어미 변화는 복잡했다. 어휘도 같은 뜻이라도 상황에 따라 달라져 헷갈렸다. 그러나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그때 포기하지 않은 걸 지금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라오스 씨엥쿠앙의 한 마을에서 불발탄 피해자를 통역 중인 펭짱 .
▲라오스 씨엥쿠앙의 한 마을에서 불발탄 피해자를 통역 중인 펭짱 . ACN아시아콘텐츠뉴스

고향으로 돌아와 한국어를 가르치는 펭짱

- 처음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문법이요. 규칙이 많고 예외도 많아서 헷갈렸어요. 조사나 어미 변화도 복잡했고요. 같은 의미라도 상황에 따라 단어를 다르게 써야 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한국어의 구조가 얼마나 체계적인 언어인지 알게 됐어요."


졸업 후 코로나19가 발생하자, 펭짱은 고향 씨엥쿠앙으로 돌아왔다. 폰사반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동시에 통역사로도 활동했다. 세종학당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전 세계 252곳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라오스에는 수도 비엔티안과 씨엥쿠앙의 폰사반 두 곳이 있다.

폰사반 세종학당에는 한국인 교사 2명과 펭짱을 포함한 라오스 교사 2명이 함께 근무하며, 약 150명의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곳에서는 언어 뿐 아니라 노래, 음식, 전통문화까지 폭넓게 가르친다.


"김치를 직접 담가보거나 한복을 입어보는 체험을 하면 학생들이 정말 즐거워해요. 한국을 배우는 게 공부가 아니라 놀이가 되는 순간이죠."

폰사 세종학당에서 학생들과 함께 한국어 수업을 진행 중인 펭짱 .
▲폰사 세종학당에서 학생들과 함께 한국어 수업을 진행 중인 펭짱 . 펭짱

- 라오스 학생들이 한국어에 가장 열광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단연 K팝과 한국 드라마예요. 수업이 끝나도 드라마 얘기가 계속돼요. BTS나 블랙핑크, 배우 박서준처럼 유명한 인물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면 아이들이 훨씬 몰입해요. 요즘은 한국 음식에도 관심이 많아요."

펭짱은 처음엔 인사조차 못하던 아이들이 한국어로 꿈을 이야기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선생님, 저 한국 회사에 취직하고 싶어요."
"한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요."

학생들이 이렇게 말할 때마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뿌듯함을 느꼈다.

"이 학생들의 미래에 작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면 정말 행복해요."

그녀는 학생들이 단지 언어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자신감이 생기며, 도전하려는 마음이 커진다는 것이다. 기억나는 제자 중에는 '노아'가 있다.

"노아는 처음엔 한마디도 못했어요. 포기할 거라 생각했는데 끝까지 노력하더니 지금은 자신의 생각을 한국어로 말해요. 정말 감동했어요."

- 선생님에게 한국어 교육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한국어는 학생들의 삶과 꿈을 넓히는 다리예요. 한국어를 배우면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자신감을 얻으며, 한국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돼요. 저는 그 다리를 함께 놓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펭짱은 앞으로 한국과 라오스를 잇는 가교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을 사랑하고, 라오스를 사랑합니다. 두 나라를 이어주는 통역사이자 교사로 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더 공부하고 싶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한국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난 아이들이 언젠가 한국과 라오스를 잇는 또 다른 다리가 되길 바란다는 펭짱. 그녀는 이미 통역사이자 교사로서, 두 나라를 잇는 '첫 번째 가교'로 서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ACN아시아콘텐츠뉴스에도 실립니다.
#한국어 #라오스 #씨엥쿠앙 #세종학당 #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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