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11.06 14:39수정 2025.11.07 14:10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을 두 번 보았다. 처음엔 아픈 아이와 젊은 부모의 비극적인 운명에 마음이 먹먹했지만, 두 번째는 그 안에 담긴 '부모됨의 본질'이 더 크게 다가왔다. 스물도 되지 않은 나이에 아이를 낳은 미라와 대수, 그리고 선천성 조로증으로 16세에 80세의 몸을 가진 아들 아름이의 삶을 보며 느꼈다.
이 세 인물의 삶은 비록 평범하지 않지만, 그들이 서로에게 남긴 흔적은 보통의 가족이었다.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영화 속 장면 하나하나가 '지금 이 순간 곁에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게 했다. 내게 이 영화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가 아니라 가족의 삶과 부모,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남았다.
가장 울림을 준 장면은 '아빠 대수의 눈물'이었다.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라며 소리치는 아들의 말에, 철없고 무뚝뚝하던 대수는 병원 계단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울었다. 평소에는 감정을 숨기며 늘 '괜찮다'고 말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실은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눈물은 자식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력감, 표현하지 못한 사랑의 후회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 눈물은 많은 아버지들이 말하지 못한 마음을 대신해 흘러내린 듯했다. 나 또한 아이가 아플 때마다 부모로서 그 고통을 대신해 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무력함을 느낄 때가 있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결국 아이의 고통을 대신 짊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견디는 일이다.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그 내면엔 '말하지 못한 사랑'이 쌓여 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아버지와 다시 만난 대수'였다. 오랫동안 외면했던 친부를 찾아간 대수는 "왜 이렇게 늙으셨어요"라는 말 한마디로 화해의 문을 연다.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던 대수는 아들 아름이가 쓴 시를 읽고,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이 시의 구절은 세대를 넘어 순환하는 사랑의 고백이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단절이 아니라, 서로를 통해 자신을 완성해 가는 순환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대수는 아들을 통해 아버지를 이해했고, 아들은 아버지를 통해 다시 세상과 화해한다. 결국 <두근두근 내 인생>은 죽음을 맞이하는 가족의 이야기이자, 세대 간 사랑의 복원에 관한 이야기다.
얼마 전 남편이 쓴 자기소개 글을 본 적이 있다. '존재하는 아버지'라는 소주제의 글은 "저는 감사하게도 7살, 4살 된 두 아들의 아빠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그 글은 "주말에는 아이들과 활동하려고 노력하며, 아이들의 기억 속에 항상 '함께'라는 기억을 남겨주려고 합니다. 평소 야근 등으로 자주 곁에 없지만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 아빠의 존재를 남겨주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로 끝났다. 그가 소망하고 표현하는 존재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내 가슴 깊이 남았다.

▲아버지와 아들 존재하는 아버지와 아이들
정진주
이 자기소개 글이 영화의 결말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는 '존재하는 아버지'의 의미를 다시 곱씹었다. 영화 속 대수 또한 처음엔 무능하고 철없어 보였지만, 결국 누구보다 깊게 '존재하는 아버지'가 되었다. 존재하는 아버지는 완벽하거나 위대한 인물이 아니다. 아이의 기억 속에 함께 머무르고자 애쓰는 사람, 사랑을 행동으로 남기는 사람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아이 곁에 있어 주는 것,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아이의 하루 속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실제로 현실의 아버지들은 바쁘고 지쳐 있으면서도 하루의 짧은 순간을 쪼개 아이의 등하교를 돕고, 대화를 나누며, 함께 시간을 쌓아간다. 나 역시 부모로서 아이들이 자라 먼 훗날 나를 떠올릴 때, '항상 곁에 있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실은 '부모로서의 성장기'다. 아름이는 아빠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말했다. "까꿍 하고 짓궂게 사라져도 나 잊지 말아줘"라고. 부모와 자식은 그렇게 서로의 삶에 흔적을 남기고, 다음 세대의 사랑으로 이어진다. 언젠가 아이들이 떠나더라도, 그들의 마음속 어딘가 따뜻한 흔적으로 남는 부모가 되고 싶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고등학교 보건교사입니다. 보건교육, 진로교육, 성교육을 하며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늘 도전하며 삶을 가꾸어가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부모됨'이란 무엇일까, 남편의 '자기소개'를 읽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