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보다 환자를, 누구도 소외 되지 않는 병원

[서평] <사람과 세상을 살리는 녹색병원 이야기>를 읽고

등록 2025.11.07 13:26수정 2025.11.0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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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녹색 병원에 가 본 것은 단식하던 사람들이 단식을 끝냈을 때, 혹은 집회에서 다친 사람들이 실려갔을 때입니다.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치료를 할 때 녹색병원으로 갔기에 내게 녹색 병원은 노동자들을 위한 특별한 병원으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녹색 병원이 만들어진 과정이나 녹색 병원이 의료 기관 외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자의 건강한 삶을 위해 활동한다는 사실은 잘 몰랐습니다. 책 <사람과 세상을 살리는 녹색병원 이야기>(2025년 11월 출간)를 통해 녹색 병원이 어떤 곳인지 알아볼까요? 책을 읽고 녹색병원에 대해 알게 된 이야기들을 함께 정리했습니다.


녹색병원 이야기 사람과 세상을 살리는 녹색병원 이야기
▲녹색병원 이야기 사람과 세상을 살리는 녹색병원 이야기 철수와영희

지금은 직업병이라는 말이 흔하지만 이전에는 '직업병'이라는 말조차 없었답니다. 일터의 환경 때문에 생긴 병을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돌렸지요.

직업병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서울 영등포의 한 온도계 공장에서 일하던 15세 소년 문송면이 수은 중독으로 사망하면서부터입니다. 당시 회사는 책임을 회피했고 의료인, 대학생, 노동조합, 언론 시민 단체가 나서자 노동부는 뒤늦게 문송면의 죽음을 산재(산업재해)로 인정했지요. 산재 인정 보름도 채 지나지 않은 1988년 7월 2일 문송면은 세상을 떠납니다. 문송면의 죽음은 사회에 충격을 안겼고 직업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웁니다.

또 서울 중랑구에 '원진레이온'이라는 섬유 공장이 있었어요.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이황화탄소라는 독성 화학물질에 중독되어 1000여 명이 피해를 보고 300여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지요. <한겨레>에 특집 기사가 실리면서 원진레이온의 직업병이 알려집니다. 원진레이온 피해자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회사는 직업병 피해를 공식 인정하고 보상금 지급과 재발 방지 대책을 합의합니다.

원진레이온 피해자들은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원했어요. 1993년 병든 노동자와 시민들이 '원진재단(원진직업병관리재단)'을 만들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게 됩니다.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 환자들과 시민들은 직업병 전문 병원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1999년 구리시 인창동에 '원진녹색병원'이, 2003년에는 중랑구에 종합병원이 '녹색 병원'이 문을 열게 됩니다.

원진재단 부설 녹색병원은 중랑구 사가정에 자리한 종합병원입니다. 공공 의료를 처음 시작한 민간 병원이지요. 녹색병원이 자리한 곳은 YH 무역이라는 가발 공장이 있던 곳입니다. 노동자들의 발자취가 남은 곳에 전태일의 '풀빵 나눔 정신'으로 노동자와 이주민 소외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특별한 병원이 세워진 것이지요.


녹색병원은 병원장실이 지하 2층에 있고 가장 전망 좋은 7층에는 재활 치료실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기독병원 때 500석이던 병상을 300석으로 줄이고 건물 일부를 철거해 채광과 환기가 가능한 쾌적한 구조로 바꿨다고 합니다. 병원의 이익보다는 환자를 생각한 것이지요.

병원의 모든 시설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계했고 진료실도 둥근 복도를 따라 의료진이 환자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복도 곳곳에 그림과 사진이 걸려 있고 밝은 스테인드글라스 창은 갤러리를 순회하는 것처럼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우선 녹색 병원은 저소득층, 이주 노동자, 노숙인 등 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치료 받을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생명안전 시민넷'과 재난 피해자 유가족을 돌보는 통합 돌봄 활동을 합니다.


'인권치유센터' 활동으로 인권활동가 건강 검진을 지원하고, 단식 농성장을 찾아가 해고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을 돌보아 줍니다. '지역 건강센터'를 통해 지역 사회 돌봄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일관된 환자 관리를 위한 녹색 병원 '진료 협력센터'는 전국 180여 곳의 병원, 의원과 협력하여 환자의 정보를 필요한 곳에 정확하고 꼼꼼하게 전달해 치료를 돕습니다.

병원 꼭대기 층에 자리한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일터 환경을 조사하고 개선하는 일을 합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과 실천을 이어 나가며 직업 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력합니다. 피자 30분 배달 폐지, 마트 계산대에 의자 제공하기, 택배 상자에 구멍을 뚫는 '착한 손잡이' 만들기 등이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이지요.

녹색 병원은 또 비정규직이 없습니다. 의료진부터 요양보호사, 청소 노동자까지 모두 정규직이라고 합니다. 이제 녹색 병원은 '전태일 의료센터' 건립이라는 또 다른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 녹색 병원 주차장 부지 (YH 가숙사 자리)에 시민들 성금을 모아 노동자 건강과 회복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지요. 진료실, 상담실, 쉼터, 도서관, 전시 공간을 만들어 환자들의 몸과 마음, 일과 삶을 돌보는 통합적 진료 공간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책을 통해 막연하게 녹색 병원은 노동자들이 마음 편하게 치료 받을 수 있는 곳을 넘어 정말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있도록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을 쏟는 병원이라는 사실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제 누구나 몸과 마음이 따뜻하고 건강해지는 녹색병원에 대해 잘 알게 되셨지요? 저도 녹색병원이 새로 시작하려는 '전태일 의료센터'에 벽돌 한 장을 얹는 마음으로 작은 정성을 보탰습니다. 시민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질 '전태일 의료센터'와 녹색병원이 지향하는 방향과 뜻에 함께하는 또 다른 녹색 병원들이 전국 곳곳에 생겨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사람과 세상을 살리는 녹색병원 이야기

배성호 (지은이),
철수와영희, 2025


#녹색병원풀빵나눔 #전태일의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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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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