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거래를 지킨 프랑스, 20년 거래를 버린 한국

[주장] "왜 여전히 프랜차이즈 업종의 위법 행위가 줄지 않을까"

등록 2025.11.06 15:21수정 2025.11.0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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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서 열린 가맹사업 피해자 간담회에서 한 변호사가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정보공개서로 가맹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분쟁 사례도 여러 번 언론에 알려져 문제점이 공론화되었는데, 왜 여전히 프랜차이즈 업종의 위법 행위가 줄지 않는가?"

사실, 이 질문은 필자의 연재 동기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종속적 거래관계에서 수많은 분쟁이 공론화되어 여론이 들끓었음에도, 여전히 후진적 관행과 위법 사례가 만연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현장의 실상을 알려 단 한 명이라도 피해자를 줄여 보고 싶은 것이 이유였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법이 지배하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미국의 개척 시대를 방불케 하는 이런 사업이 존재한단 말인가?

누군가 그런 질문을 던진다면, 필자는 직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단호히 '그렇다'라고 답할 것이다. 혹시 그것이 부정적 경험에 따른 편향 아니냐고 묻는다면, 우연히 읽었던 미국의 한 기고문에서 찾은 문장을 근거로 답하고자 한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DNA 깊숙한 곳에는 기본적으로 '허풍과 과장'이라는 결함 있는 유전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랜차이즈가 막 태동하던 시절, 맥도날드가 초기 투자자들에게 로켓처럼 엄청난 수익을 상승시키던 그때, 수많은 프랜차이즈는 흥분과 과열된 기대, 그리고 '제2의 맥도날드'를 꿈꾸는 투자자들의 환상 속에서 팔려 나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프랜차이즈 법률전문가 Andrew A. Caffey, AllBusiness.com 기고문 중)

심지어 이 기고문의 자극적 표현에는 나름 역사적 근거가 존재했다.


1969년 미국의 '미니 펄 치킨'이 미국 프랜차이즈 업계에 불미스러운 대형 사건을 터뜨렸을 때, 이 사건을 지휘했던 뉴욕주 법무부 장관 루이스 레프코위츠는 조사 결과를 1970년 미 상원 소기업위원회 청문회(The Impact of Franchising on Small Business) 보고하며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프랜차이즈 업계를 비판했었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먹튀 사업(fly-by-night operation)으로 가득 차 있으며 시민들이 평생 모은 돈을 가치 없는 프랜차이즈(worthless franchises)에 쏟아붓고 있다."


물론 현재 미국의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종주국답게 정교하게 다듬어져 가맹점주들의 권익이 상당히 보호되고 있다.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인 만큼 크고 작은 분쟁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대중의 무지를 이용한 사기성 가맹사업은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기업에 대한 편향적 인식이다. 기업은 '먹고 살게 해준 고마운 존재'로 여겨지지만, 기업에 종속된 근로자와 중소상공인에게는 '먹고 살게 해 줬더니'라는 부정적 시선이 여전히 사회 기저에 깔려 있다.

2년 전 밥솥으로 유명한 A 가전회사와 서비스센터 간 분쟁이 그랬다. 해당 기업은 오랜 파트너였던 다수의 서비스센터를 '매년 계약 갱신'이란 조항을 이용하여 갑작스럽게 계약 갱신을 거절했고, 센터들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공정위에 분쟁을 신고하며 저항했다.

당시 재판에 참여한 한 센터 사장은 판사가 '20여 년 하셨으면 초기 투자금도 회수했을 거고, 그만하면 많이 하신 듯한데'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 순간 가처분 기각을 예감하며 크게 좌절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공정위에서 2년여 동안 다루어지며 국정감사까지 올랐다. 그러나 공정위는 상호 합의한 계약서에 따라 사전에 갱신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현행법 위반이 아니라며 기업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사자들은 지나간 오랜 시간의 노력과 앞으로의 미래가 '그만하면'이라는 한마디로 '유효기간 만료' 판정을 받은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도 계약서로 합의했으니 그에 따르면 된다는 냉정한 잣대만을 들이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 BMW 사건, 40년 거래의 '갑작스러운 종료'는 위법

프랑스에서는 유사한 분쟁이 전혀 다른 결과로 귀결되었다. 2008년 BMW France는 1964년부터 40여 년간 자사 차량만을 판매·정비해 온 독립 딜러 Taurisson과의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BMW는 EU의 MVBER 규정(일종의 가맹사업법, 대리점법)에 따라 6개월 전 예고를 했으니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딜러는 "수십 년간 이어온 거래관계를 불과 몇 달 만에 종료하는 것은 경제적 파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프랑스 상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오랜 거래관계를 갑작스럽게 종료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거래 기간·경제적 의존도·투자 규모를 고려해 합리적 해지 예고기간을 부여하도록 규정한다.

2016년 7월, 프랑스 대법원은 "40년 이상 거래를 6개월 예고로 종료한 것은 부당하며, 최소 36개월의 예고기간이 필요했다"라고 판시했다. 즉, 계약서상 조항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실질적인 경제적 종속성과 거래의 지속성을 법적으로 보호한 것이다.

이 두 사건은 법이 '거래관계의 시간적 축'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프랑스에서는 오랜 거래관계 자체가 보호의 근거다. 반면 한국에서는 같은 20년의 거래가 오히려 "충분히 오래 지속됐으므로 종료해도 무방하다"라는 판단 근거가 됐다.

물론, 한국에서도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하도급법이 개선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종속형 자영업자들의 권익이 외국에 비해 여전히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 현실이다.

A 전자 서비스(판매)점 분쟁 사건은 바로 그 법적 공백 한가운데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판단은 사실상 피해 당사자들에게 "당신의 헌신과 종속은 법적으로 고려할 가치가 없다"라는 뜻으로 전해졌다.

이제는 '계약자유'의 이름 아래 방치된 종속 사업자의 생존권을 '거래 지속 기대권'이라는 새로운 법적 개념으로 재정립할 때다. "장기간의 거래관계에는 그만큼의 존중과 예고가 따라야 한다"라는 원칙이 우리 법에도 뿌리내려야 한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이 시리즈의 동기는 분쟁이 기사화되고 토론이 벌지고 제도가 개선되어도 여전히 부정적 관행과 위법 사례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회차는 시민들이 간과하는 가맹사업의 태생적 문제점과 기울어진 운동장 속 종속적 자영업자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취약한 보호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프랜차이즈 #수탁사업 #종속사업자 #대리점 #가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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