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조명 홈플러스를 밝히는 불빛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등불과 같았다
안수용
"명절에도, 주말에도 불을 껐던 적이 없습니다"
울산 동구 홈플러스 약국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영민(가명) 약사는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물론 피곤할 때가 많죠. 집에 가서 쉬고 싶을 때도 많아요. 그런데 밤늦게 열이 나는 아이를 안고 뛰어오시는 부모님, 알레르기로 숨이 막히는 어르신이 오시면 그 분들을 어찌 외면하겠어요."
그는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어요"라는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느껴요. '아, 내가 이 지역의 한 부분이구나.'"
"불빛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었습니다"
김 약사는 약국의 불빛을 단순히 '영업등'으로 보지 않았다. "그 불은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주는 등불이었어요." 대형마트의 불이 꺼지면, 약국의 불도 함께 꺼질 것이다.
그는 한동안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덧붙였다.
"그 불빛이 사라진다면, 남는 건 단지 어둠만이 아니라 수많은 관계의 단절과 공동체의 상실일 거예요."
"홈플러스는 동구의 물적 중심이자 정서적 안식처"
홈플러스는 단순한 유통 시설이 아니었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죠. 젊은 부부에게는 생활의 편리함을, 어르신들에게는 걸음을 내디딜 이유를, 직장인들에게는 잠시 숨 돌릴 여유를 주는 곳이었어요."
그는 홈플러스가 문을 닫는다면, "동구의 일상은 결코 예전 같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트는 상품을 판매하는 곳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장소입니다. 여기엔 사람의 온기가 있어요."

▲홈플러스사태 정부가 나서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 간부들이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안수용
"15년 동안 이 불빛 아래서 사람들의 삶을 봤습니다"
김 약사는 홈플러스 약국에서 15년간 일하며 세대의 변화를 지켜봤다. "유모차를 밀고 오던 젊은 엄마가 중학생 아이의 손을 잡고 다시 찾아오고, 학생이던 청년이 부모가 되어 나타나는 걸 봤어요." 그는 약국을 찾는 사람들의 얼굴에 삶의 시간과 기억이 겹쳐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그것이 내가 지켜온 시간의 의미였습니다."
"이곳은 단지 건물이 아니라 '기억'이고 '숨결'입니다"
그는 홈플러스의 존재를 단호히 정의했다.
"홈플러스는 이 지역의 기억이고 숨결이에요. 문을 닫는다는 건 단지 한 건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쌓인 신뢰와 관계, 서로 돌봐주는 마음이 함께 사라지는 일이죠."
김 약사는 마지막으로 조용히 덧붙였다.
"홈플러스의 불이 꺼지지 않으면, 약국의 불도 꺼지지 않을 겁니다. 그 불빛은 단지 상점의 조명이 아니라, 이 지역을 비추는 등불이에요."
그는 인터뷰가 끝나고도 한참 약국 안을 정리했다. 밖으로 나와 보니, 홈플러스 건물 위로 따뜻한 노란 불빛이 아직 꺼지지 않은 채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그 빛이 꺼지지 않기를 오늘도 많은 지역의 주민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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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의 불이 꺼지지 않는 한, 약국의 불도 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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