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욱 변호사가 10월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키색 수의를 입고 초췌한 모습으로 법정에 등장한 '대장동 민간개발업자' 남욱 변호사는 증인석에 앉아 작심한 듯 증언을 쏟아냈다.
"피의자를 앉혀두고 '왜 기억하지 못하냐'고 닦달하고 그러면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정말 내가 그랬나'라고 착각할 수 있다. 유동규가 이랬다던데 기억이 왜 안 나냐'는 식으로 검사가 여러 번 물었다."
이어 남 변호사는 "제가 검사들한테 '배를 가르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꺼낼 수도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도 있으니 네가 선택하라'고 했다. 이런 말까지 들으면 검사의 수사 방향을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다"고 폭로했다.
이 순간 남 변호사는 감정에 북받친 듯 울먹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남 변호사는 "죄송하다"며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결과적으론 그게 다 사실화돼서 판결이 나고 이런 상황이 되니 돌이킬 순 없지만, 제 잘못이지만 기회가 되면 사실로 오인된 부분에 대해 질문하면 답변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남 변호사에게 질문을 쏟아내던 공판검사는 목을 죄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검사는 "사람 배를 가른다는 게 아니"라면서 "다방면으로 (조사를 한다는 뜻)"이라고 말을 보탰다.
울먹인 남욱, 검사 면전에서 충격 폭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혐의 사건 재판의 증인으로 남욱 변호사를 불렀다. 남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대장동 관련 본류 사건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정장 대신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남 변호사는 공판 시작과 동시에 "지난 주 금요일(10.31)에 선고를 받고 판결이 돼서 결과가 나왔다. 그저께 판결문을 받았다"며 "1/3쯤 읽어보고 법정에 왔는데, 판결은 이렇게 났지만 사실관계는 이러하단 얘기를 말씀드려도 된다면 그런 걸 포함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는 "증인의 기억을 묻는 것이므로, 1심 판결과는 관계없이 진술해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언은 이 사건의 중요한 부분이므로 증인이 보고 들은 내용을 말하고, 필요한 경우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 맞다. 이 사건과 관련한 판단은 재판부가 하겠다"고 덧붙였다.
남 변호사는 "유죄 전제로 판결문 작성된 걸로 봤다"며 "그 과정에서 대부분 증거들이 정영학 회계사의 회유된 진술, 강압에 의한 진술, 혹은 유동규의 회유된 진술을 대부분 유죄 증거로 사용했다. 이는 내가 알고 있는 사실, 경험한 사실과 굉장히 다르다. 그런 부분들 좀 사실확인이 다시 정확하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검찰의 신문에 2013년 유동규에게 건네진 뇌물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7차례에 걸쳐 2억 4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해당 자금은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이 마련한 것으로 봤다.
"(유동규와) 대질조사라는 표현보다는 조서가 작성됐는지가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대질면담 혹은 대화가 있었다. 정확하게 날짜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유동규가 검찰에서 지나가다가 '이렇잖아', '저렇잖아',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한번은 같은 공간에서 저한테 '이게 맞잖아, 이렇게 얘기했던 기억을 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이에 재판장은 "그런 내용이 조서에 담겼냐" 물었고, 남 변호사는 "조서에 없는 내용"이라면서 "그런데 이는 제 진술 변화에 당연히 영향을 준다"라고 답했다.
남 변호사는 당시 어떤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는지도 밝혔다.
"뇌물(혐의)이 가장 크다. 저는 김용과 정진상에 대한 이야기를 (유동규로부터) 듣지 못했다. 수사과정에서 들은 게 명확하다. '건설사 배제 조항 이런 것에 대해 유동규가 정진상과 협의했고, 시장님께 보고해서 승인받았다' 이런 내용이다. (수사과정에서) 다 처음 들은 내용이다. '그러지 않았겠냐'고 검사님이 질문했고 '뭐 그렇게 얘기하시면 그러지 않았겠냐' 제가 경험한 사실은 아니지만 그분들 시스템이 그렇다면 그렇지 않았겠냐고 답변했다. 그것이 조서에 담겼다. 그게 대부분 판결문에 사실인 것처럼 유죄 증거로 돼있다. 그런 상황이다."

▲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0월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남 변호사는 "유동규가 출소 이후 저에게 '자기는 3년만 살면 된다'고 했다"며 "저는 아무리 봐줘도 (유동규는) 징역 7년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8년이 나오니 놀라더라(놀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동규가 자백한 내용 중 얼토당토않은 사실이 많은데 그것들이 유죄의 증거로 판결문에 다 적시가 됐다"고 주장했다.
종합하면,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수익 일부가 윗선에 전달됐다'고 검찰에 진술한 이후, 검찰은 남 변호사에게도 사실 여부를 반복적으로 확인했고, 이에 일정 부분 동조하게 된 과정이 정 전 실장 기소로 이어졌다는 것이 남 변호사의 주장이다. 남 변호사는 "정 전 실장 등 공무원 입장에서는 뇌물죄가 가장 부담스러워 이 조사가 중요했다"며 "모든 포커스는 유동규가 '사실은 돈이 위로 넘어갔다'라는 진술이었다. 검사들이 계속 물었던 기억이 있어서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남 변호사의 증인신문은 오후에도 이어진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3
공유하기
울먹인 남욱의 폭로 "검사가 배 가르겠다고 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