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입구 앞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묘역 참배를 반대하는 광주시민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배동민
나의 처남 김의기(22세, 서강대 무역학과 4년)열사는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광주에서 신군부의 참혹한 살해 행위를 목격하고 광주를 탈출하여 5월 30일, 서울 기독교회관 6층에서 서울 시민들에게 광주 학살의 진상을 촉구하는 유서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뿌리고 계엄군의 장갑차 위에 투신했다.
"...<중략>우리는 지금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공포와 불안에 떨면서 개처럼, 노예처럼 살 것인가? 아니면 높푸른 하늘 우러르며 자유시민으로서 맑은 공기 마음껏 마시며 환희와 승리의 노래를 부르면서 살 것인가, 또 다시 치욕의 역사를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고 떳떳한 조상이 될 것인가의. 동포여, 일어나자, 마지막 한 사람까지 일어나자, 우리의 힘모은 싸움은 역사의 정방향에 서 있다. 우리는 이긴다. 반드시 이기고야 만다. 동포여, 일어나 유신잔당의 마지막 숨통에 결정적 철퇴를 가하자. 일어나자, 일어나자, 일어나자, 동포여! 내일 정오 서울역 광장에 모여 오늘의 성전에 몸 바쳐 싸우자, 동포여!"
-1980년 5월 30일 김의기 유서 <동포에게 드리는 글 중에서>
그는 스물두 살의 청춘이었다. 그를 포함하여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유와 선거, 이 모든 민주적 일상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분노한다. 단지 한 정치인의 무례함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아직도 5.18을 '이용 가능한 사건'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광주를 향한 진심이 아니라, 호남을 향한 계산으로 걸음을 내디딘다. 그들은 사과가 아니라, 사진을 남기려 한다. 그들이 말하는 '통합'은 기억의 삭제를 뜻한다. 그것이 내가 참을 수 없는 이유다.
진심어린 참배는 말이 많지 않다. 그저 묵념과 침묵, 그리고 사죄의 눈물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장 대표의 참배에는 말만 있었다. 사진 기자들이 서 있고, 수행원들이 둘러 서고, 그 속에서 눈물 대신 메시지가 있었다. 그날 유족들은 외쳤다.
"무릎을 꿇을 자격이 있는가."
그 물음은 단지 장동혁 개인에게 던진 것이 아니다. 이 땅의 모든 정치인, 모든 권력자에게 던지는 물음이었다. 당신들이 5.18을 기억하는가. 아니면 단지 이용하는가. 기억은 무겁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자는 침묵해야 한다. 광주는 단 한 번도 피해자의 이름을 잊은 적이 없다. 유족들은 매년 그 묘역을 찾는다. 묘비를 닦고, 이름을 부르고, 바람 속에 속삭인다.
"괜찮다. 우리는 아직 여기에 있다."
그러나 그 곁에 서서 가해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는 이가 나타날 때마다, 그 상처는 다시 피를 흘린다. 5.18은 한 번의 폭력이 아니라, 반복되는 망각의 폭력으로 다시 죽임을 당하고 있다. 진정한 화해는 사과에서 시작되고, 사과는 기억 위에 세워진다.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선이다. 나는 말한다. 더 이상 5.18 희생자와 유족들을 욕 보이지 말라. 우리의 눈물은 정치의 장식이 아니다. 우리의 상처는 여론조사의 재료가 아니다. 우리가 지킨 민주주의는 표를 얻기 위한 무대가 아니다.
정치인이 진정으로 오월 영령 앞에 서려면, 먼저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먼저 잘못을 고백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참배'다. 그날 그 묘역을 찾았던 그가, 언젠가 진심으로 무릎을 꿇을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 무릎이 카메라를 향하지 않고, 양심을 향하길 바란다. 그 묵념이 연출이 아니라 회개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광주는 오늘도 묻는다.
"그날의 진실을 잊었는가?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정치라면, 그 어떤 통합의 말도 공허하다. 더 이상 희생자들의 이름을 정치의 무대로 올리지 말라. 우리의 분노는 기억이며, 기억은 다시 민주주의를 지킬 불씨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7
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공유하기
역사 대신 카메라 앞에 무릎 꿇은 장동혁의 '광주 모독'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