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페데리카, 토마쉬, 리디아, 정선, 안, 여주, 동주
조계환
이번에 김장을 같이 한 외국인 친구들은 안(30세, 독일), 리디아(24세, 영국), 페데리카(28세, 이탈리아), 토마쉬(27세, 포르투갈), 동주(23세, 캐나다). 모두 숙박과 봉사를 공유하는 세계여행자네트워크 월드패커, 워크어웨이, 헬프엑스 등으로 찾아온 봉사자들이다. 여기에 서울에서 일손 도우러 온 지인 박여주(33세)가 함께 했다. 김치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들은 우리가 직접 유기농 재배한 채소들로 준비했다.

▲ 독일 친구 안이 무를 수확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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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한국 음식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라, 김장을 시작하기 전에 김치 만들기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씻고, 물기를 빼고, 속을 만드는 과정을 알려줬다. 모두들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설명을 들었다. 안이 독일 사람 답게 배추를 씻은 후 말릴 때는 몇 분마다 한 번씩 뒤적여줘야 하는지 물어봐서, 자주 뒤적거리면 더 잘 마른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들어가는 소금이나 양념의 양이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는 김장 방식도 설명해주었다.
김장은 오후 늦게 배추와 무를 수확하는 일로 시작했다. 지난 일주일간 날씨가 추워져서 배추가 살짝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 덕에 보기에도 맛있어 보였다. 다행히 날씨가 따뜻해 일하기 힘들지 않았다. 모두들 신나서 무와 배추를 수확해왔다.

▲ 토마쉬와 페테리카가 엄청난 양의 양파를 도맡아서 씻고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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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네 등분으로 잘라서 소금에 절이고 밤이 되어서야 첫째날 일을 마무리했다. 소금을 적당량 넣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쉽지 않았다. 너무 많이 넣으면 짜지고, 덜 넣으면 배추가 절여지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소금 넣는 법을 시범으로 보여주었다.
둘째날 아침, 마침 날씨가 따뜻하고 화창했다. 밤새 잘 절여진 배추를 물에 깨끗히 씻고, 채반에 넣어 말렸다. 마늘과 양파를 까기 시작했다. 몇 시간을 마늘 까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다같이 이야기 꽃을 피우며 재미있게 일했다.

▲ 두 시간 넘게 배추를 버무렸다. 힘들었지만 다들 즐겁게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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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과 양파를 갈고, 올해 잘 자란 고추 덕분에 충분히 갈무리해둔 고춧가루를 추가했다. 무채를 썰어넣고 약간의 새우젓과 액젓을 첨가하니 배추 속이 오후 늦게 완성 됐다. 과일과 따뜻한 생강차로 간단하게 참을 먹은 뒤 김장의 마지막 작업, 배추 버무리는 일을 시작했다. 허리와 어깨가 아프다면서도 다들 얼마나 재밌게 일하는지 우리도 덩달아 신나게 마무리 작업을 했다.

▲ 김치 속이 모자라지도 남지도 않게 딱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박여주가 속 분배를 담당해서 김장을 잘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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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김장 때마다 일손을 도우러 오는 지인 박여주가 "외국인들이 김장하는 것을 이렇게 좋아한다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캐나다 교포 동주는 "캐나다에서는 김치를 사 먹었는데, 김장을 한 번 해보니 이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드디어 김장 김치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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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돌아가면 채식 김치도 만들어 볼 계획"
김장을 마치고 언제 김치를 처음 먹어봤는지, 함께 김장을 담가보니 어땠냐고 물어봤다.
안 : "미생물학자로 스코틀랜드에서 6년간 공부하고 직장 생활을 했는데, 발효 음식 김치에 무척 관심이 많았어요. 에든버러에 있는 한식당에서 김치를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어서 자주 방문했어요. 발효가 많이 된 신김치를 좋아하고, 새콤달콤 아삭하고 깊은 맛이 김치의 매력이라고 느껴요. 함께 김치를 담근 일은 정말 재밌고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어요. 집에 돌아가면 이번에 배운 것을 참고해서 꼭 김치를 직접 만들 거예요."
토마쉬 : "노르웨이에서 관광 관련 일을 하고 있어요. 3년 전 한국을 여행하며 김치를 처음 먹어보고 전혀 예상치 못한 깊은 맛에 빠졌어요. 김치는 어떤 음식에 넣어도 맛있어요. 반찬으로도, 전으로 먹어도 다 좋아요. 김치를 먹을 때마다 한국으로 순간 이동하는 것 같고, 한국에서 만난 좋은 친구들과의 추억이 떠올라요. 백화골에 3년 만에 김장을 함께 하러 다시 찾아왔어요. 발목과 허리가 아팠지만 '공동체'로 함께 김치를 만드는 일은 정말 즐거웠어요. 일하면서 김치에 대한 이야기, 음악, 그리고 우리 삶의 일부를 나누었네요. 집에 돌아가면 젓갈이 들어가지 않는 채식 김치를 한번 만들어볼 계획이에요."
페데리카 : "노르웨이에서 남자친구인 토마쉬랑 함께 일을 하고 있어요. 김치를 처음 먹어본 것은 슈퍼마켓에서 파는 통조림 김치였는데, 전혀 맛이 없었어요. 한국 농장에 와서 김치를 먹어본 후로 김치의 진가를 알게 되었죠. 몇 시간 동안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게 힘들었고 허리가 아팠어요. 하지만 김치 만들기에 대해 잘 배웠고, 김치가 한국의 중요한 문화라는 걸 실감했어요. 김장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 활동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 엄마가 마케도니아 사람인 리디아는 김치찌개를 잘 끓인다. 엄마 고향인 마케도니아에도 김치찌개와 비슷한 음식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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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 "고등학교 때 학교 근처 식당에서 김치를 처음 먹었는데, 너무 매워서 먹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몇 년 후에 다시 먹어보고 새콤달콤한 맛에 푹 빠졌어요. 유산균이 살아 있어 건강에 좋고, 여러 요리에 잘 어울린다는 점이 좋아요. 활용도가 높고 조금씩 다른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어요. 김장을 함께 한 건 정말 새롭고 신나는 경험이었어요. 모든 과정을 보면서 김치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되었어요. 친구들과 함께 일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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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김장 담그기 김장하는 동안 힘들었지만 농담과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 조계환
매년 외국인 봉사자들과 김장을 담그는데, 해가 갈수록 김치의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한다. 호기심에 한두 번 먹어보는 것을 넘어서, 일상적으로 김치를 먹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유기농 매장 같은 곳에서 비싼 가격으로 김치를 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우리 농장에 오는 외국인 친구들도 대부분 김치를 아주 좋아하고, 가끔씩 이 친구들에게 요리를 부탁하면 김치찌개나 김치 토르티야 등을 뚝딱 만들어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요즘 김장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김장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문화 중 하나라는 것을 외국인들의 김치 사랑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낀다. 이번 김장 김치가 맛있게 잘 익어서 내년에 오는 외국인 봉사자 친구들에게도 한국의 맛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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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골 푸른밥상' 농부. 도시를 떠나 농촌살이를 시작한 지 22년 차.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흙과 함께 살아가는 전업 농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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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에 진심인 외국인들..."김장 하러 3년 만에 한국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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