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페스타 무대에 오른 김제동 특유의 말하기 방식으로 김제동은 AI 시대의 불안을 짚었다.
이준길
그는 예상대로, 기교보다는 진심·유머·생활의 언어로 말을 시작했다.
청년이 왜 기죽습니까. 누구 앞에서도 기죽을 필요 없습니다. 세상이라는 게요, 그냥 좀 비틀어 보고 '이거 왜 이래요?' 하고 한마디만 던져도 이미 자기 길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말투는 가볍지만, 문장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정답 알고 사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저도요, 맨날 흔들리고 방황합니다. 근데 그 흔들림이 나쁜 게 아니라, 그게 청년의 힘이고 재능입니다.
대강당 곳곳에서 조용한 웃음이 퍼졌다. '내가 흔들리는 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걸까' 하고 청년들의 마음이 잠시 풀린 듯한 순간이었다.
"AI 시대? 겁낼 필요 없습니다"… 김제동의 오늘을 사는 법
김제동은 특유의 말하기 방식으로 AI 시대의 불안을 짚었다. 요즘 청년들에게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인 퇴사, 불안, 자동화, 격차를 유머 사이사이에 끼워 넣듯 자연스럽게 언급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요, 사람만 할 수 있는 건 있어요. 웃고, 고민하고, 친구 사귀고, 서로 마음 살피는 일. 그건 기계가 못합니다.
청년들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누구도 속단하거나 훈계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청년들과 똑같이 흔들리고 불안한 사람이 건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큰 정답 찾으려고 애쓰지 말고 하루에 몇 번만 슬슬 웃고, 나를 좀 가볍게 해 주세요.
그는 "남 눈치 보지 말고, 내 기쁨 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어라"는 메시지로, 청년들의 '불안한 오늘'에 닻이 되어줄 한 문장을 남겼다.
"스님, 오늘은 청년 법륜이 한 번 질문하시죠!"
현장에서 가장 큰 웃음이 터졌던 순간은 질의응답 때였다. 청년들이 "무슨 질문을 해야 하지?" 하며 망설이자, 김제동은 재빨리 분위기를 읽고 법륜 스님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스님, 평생 남들 고민만 들으셨으니 오늘은 청년 법륜이 질문해 보십시오!"

▲청년페스타에서 청년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김제동 자신감, 외로움, 연애, 학력 콤플렉스, 청년 정치, AI 시대의 방향성 같은 현실적인 주제들이 연달아 쏟아졌고, 김제동은 가벼움과 진지함을 오가며 청년들의 마음을 받아냈다.
이준길
이 말에 대강당은 환한 웃음으로 가득 찼다. 스님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김정은하고 트럼프를 어떻게 만나게 할 수 있을까요? 그게 제 고민입니다."
대강당이 그대로 웃음바다가 되었다.

▲질문자가 된 법륜스님 “스님, 평생 남들 고민만 들으셨으니 오늘은 청년 법륜이 질문해 보십시오!” 김제동이 말하자 법륜스님이 지금 고민을 이야기했다.
이준길
김제동은 숨을 고르고 이렇게 받아쳤다.
"스님, 현실에 발을 좀 딛고 사세요! 청년들과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정상회담을…!"
그러면서 그는 스님의 질문을 다시 청년들의 자리로 끌어왔다.
"이게 바로 지금의 시대 고민입니다. 큰 변화 속에서 어떻게 한 사람의 역할을 찾느냐, 그걸 묻는 거잖아요."
웃음을 끌어낸 뒤에 본질을 붙잡아 되돌려주는 방식이었다. 이후 질문들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자신감, 외로움, 연애, 학력 콤플렉스, 청년 정치, AI 시대의 방향성 같은 현실적인 주제들이 연달아 쏟아졌고, 김제동은 가벼움과 진지함을 오가며 청년들의 마음을 받아냈다.
"문득문득 행복하면 됩니다"… 청년들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
강연을 마무리하며 그는 청년들에게 짧지만 오래 남을 말을 남겼다.
문득문득 행복하면 됩니다. 하루 세 번만 슬슬 웃으세요. 여러분은 앞으로 100년 뒤 대한민국을 여는 세대입니다.
그는 무대 중앙에서 큰절을 올리며 인사를 마쳤고, 청년들은 긴 시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대단한 이벤트도, 화려한 연출도 없었지만 충분히 마음이 채워지는 순간이었다.
강연장을 나선 청년들… "오늘은 조금 덜 외롭다"
강연이 끝난 뒤 청년들은 대강당을 서서히 빠져나왔다. 누군가는 "오늘 말이 너무 위로가 됐다"고, 누군가는 "나만 흔들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며 서로의 등을 두드렸다.
건물 15층 옥상에서는 무소음 DJ파티가 한창이었다. 무선 헤드폰을 낀 청년들이 각자 다른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밖으로는 소리 한 톨 새어나가지 않는, 그러나 안에서는 각자의 리듬이 분명하게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었다.

▲청년페스타 무소음 DJ파티가 열린 정토사회문화회관 15층 루프탑 무선 헤드폰을 낀 청년들이 각자 다른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밖으로는 소리 한 톨 새어나가지 않는, 그러나 각자 리듬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었다.
이준길
청년페스타 2일 차는 이렇게 저물었다. 외로움과 불안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청년들이 서로의 체온을 확인하고, 잠시 웃고, 잠시 가벼워지고, 잠시 살아있음이 느껴졌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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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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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죽습니까" 김제동이 청년페스타에서 던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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