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11.10 15:43수정 2025.11.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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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선 단미공방 대표. ⓒ 무한정보신문
<무한정보> 황동환
꽃으로 삶을 이어 붙이는 곳, '단미공방'은 오늘도 누군가의 추억을 다시 활짝 피워 올린다. 지난해 충남 예산역 앞에 문을 연 '단미공방'은 경력 단절의 시간 끝에서 마침내 길을 찾아낸 한 여성이 운영하는 '플라워 공예' 전문 공방이다.
가게 문을 열면 절제된 색깔들이 조화를 이룬 다양한 크기의 꽃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마치 잘 가꾼 정원의 꽃밭 가운데 들어선 기분 좋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단미'라는 이름부터가 공방의 방향을 말해준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인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김은선(43) 단미공방 대표는 "전업주부·엄마라는 역할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 '사랑스러운 하나의 존재'임을 기억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이 공간을 찾는 이들, 특히 여성들이 그 메시지를 온전히 받아 안길 바란다는 마음에서 정한 상호다.
대전 대덕구에서 자란 김 대표는 평택 서정리초·은혜여중을 거쳐 공주대 천안캠퍼스 시각디자인과에서 형태와 색, 여백의 호흡을 배웠다. 2015년 예산 출신 남편과 결혼하며 예산에 터를 잡았고, 자녀 교육을 위해 내포신도시 예산권역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꾸렸다. 두 딸을 키우며 맞닥뜨린 경력 단절과 육아 스트레를 받던 그는 "뭔가를 붙잡아야 했다"고 회상한다.
그러던 중 지난 2023년에 우연히 예산군해봄센터에서 자이언트 플라워 강좌를 들었던 것이 계기가 돼 '플라워 공예가'가 되었다. 그는 "당시 해봄센터가 개설한 자이언트 플라워 강좌를 통해 알게 된 '플라워 공예'는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던 분야였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말한다.
그렇게 시작한 김 대표의 '플라워 공예' 수업은 실크플라워(조화), 플랜테리어, 프리저브드(보존화) 등 심화과정으로 이어졌고, 수제 비누 등으로 저변을 넓혔다.
유치원·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미술을 가르치던 20대의 교육 경험, 디자인 전공에서 다져진 조형 감각, 그리고 생활인으로서의 시선이 '플라워 공예'를 만나면서 내면에 잠재돼 있던 공예가적 본능을 일깨웠다.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지금은 "정말 잘할 자신이 있다"는 확신에 찬 어조로 '플라워 공예'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손으로 시간을 붙드는 '플라워 공예'

▲ 소중한 추억을 저장하는 ‘프리저브드’. 리부케, 웨딩 부케를 특수 처리해 ‘순간’을 ‘영원’으로 만든 작품이다.
<무한정보> 황동환
그는 '생화'가 아닌 '조화'를 다룬다. 그의 손길로 새롭게 생명을 얻어 탄생한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햇빛에 색이 바래지고 먼지가 쌓여 있는 기존 '조화'에 대한 선입견이 여지없이 해체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졸업식 꽃을 액자 작품으로 되살리고, 웨딩 부케를 특수 처리해 '리부케'로 보존하며, 고인이 된 어머니의 조화를 "다시 놓아 드리고 싶다"는 의뢰를 정성껏 완수한 순간, 그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 "'예쁜 것'만이 아닌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과 마음'이라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단미공방은 '플라워 토탈 공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제작·클래스·판매를 유기적으로 운영한다. 문을 열면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대형 꽃 '자이언트 플라워'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케치·재단·성형·접합·설치 등 공정을 거쳐 완성되며, 하루 3~4시간 기준 2~3일이 소요된다. 마치 살아 있는 듯 꽃잎이 만개했다 오므라드는 움직임을 구현하는 모빌형은 약 1주일 정도 걸린다.
웨딩·돌잔치·기업 행사, 카페·갤러리 포토존, 팝업스토어 무대 등 공간을 설득하는 장식으로 기능한다. 그는 재사용이 가능한 방식으로 제작한다. '한 번의 장식'이 아닌 '오래가는 구성'이 되게 하기 위해서다.

▲ 공방 안을 가득 채운 ‘자이언트 플라워’. 행사 뒤 재배치가 가능한 모듈 구조가 특징이다.
<무한정보> 황동환
'실크플라워'는 쉬운 관리가 장점이다. 물을 주지 않아도 형태와 색을 오래 유지하고, 먼지를 살짝 털어 주는 것만으로도 새것 같은 상태를 유지한다.
조화의 약점으로 꼽히는 '향' 부재는 합법적 절차 안에서 향을 입히는 방식으로 보완 중이다. "조화가 '싸구려 대체재'라는 편견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프리저브드'는 시간의 기술이다. 생화의 수분을 없앤 뒤 특수 처리해 형태와 색을 보존하는 공정으로 작업하며, 액자형의 경우 초보자도 2시간 내외면 완성할 수 있다.
공방에선 직접 '플라워 공예'를 배우고 싶은 주민들을 위해 원데이·취미·전문(자격·심화)반을 운영하고, 단체 출강은 공간의 목적·조명·색감을 사전 진단해 커리큘럼을 맞춘다. 완성작은 포토존에서 촬영해 기록과 함께 돌려준다. '보이는 아름다움'이 '남는 의미'로 건너가도록 돕는다.
그는 "일단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즐겁다. 꽃을 보며 굉장히 반기는 분들을 보며 기쁨을 찾고 있다. 저처럼 화분만 샀다가 관리가 안 되는 분들에게는 플라워 공예가 힘이 되고 힐링이 되는 것 같다"며 자신이 선택한 '플라워 공예'에 대해 만족해 했다.
최근 예산상설시장에서 열린 삼국축제에서 '단미 앤 모일'이라는 이름으로 부스를 열어 포토존 제작과 자이언트 플라워 수업을 선보였다. 예산군가족센터에서는 미술 강좌·프리저브드 공예·수제비누 수업을 진행하며, 아이·학부모·시민이 함께 손을 움직이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는 "예산은 생각보다 문화·교육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그 문을 두드리면 도시는 더 밝아진다"고 말한다.
편견을 넘어 쓰임으로, 내일을 준비하는 공방

▲ 공방을 가득 채운 다양한 플라워 공예 작품들이 방문객을 환영하고 있다.
<무한정보> 황동환
그의 바람은 '판매'보다 '접근'에 가깝다. 멀리 가지 않아도 동네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배울 수 있고, '구경만 하다 가도 괜찮은' 주민들의 또 다른 사랑방이 되길 원한다.
그는 "저가형만 있던 시절을 지나, 소재·발색·내구성이 좋아진 제품이 늘면서 조화 시장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며 "고급화, 프리저브드의 대중화, 자이언트 플라워의 콘텐츠화는 단미공방에 기회다"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실크플라워는 이제 카페와 매장, 사무실의 공기정화 식물을 대신하는 인테리어 오브제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향이 더해 체류감을 높이고, 자이언트 플라워는 포토 스폿을 만드는 콘텐츠가 된다. 프리저브드는 기념일의 감정을 보존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김 대표는 "예산에 우리처럼 예쁜 꽃이 많은 공방은 드문 것으로 안다"며 "플라워 공예는 결과물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누가, 무엇을 위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었는지까지가 작품의 일부다"라며 "단미공방은 졸업식의 설렘을, 결혼식의 맹세를, 그리움의 온기를 다시, 곁에,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라고 강조한다.
'단미공방'은 오늘도 한 사람의 시간을 한 송이의 형태로, 사랑스럽게 붙들어 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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