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풍요로운 순환

매월 첫째주 토요일 되살림 장터 여는 갤러리 카페 '짚과 헝겊'

등록 2025.11.10 15:48수정 2025.11.1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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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살림 장터’ 운영을 시작한 박효신·김보라씨가 대흥면 갤러리 카페 ‘짚과 헝겊’에서 누군가가 기증한 의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되살림 장터’ 운영을 시작한 박효신·김보라씨가 대흥면 갤러리 카페 ‘짚과 헝겊’에서 누군가가 기증한 의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무한정보> 황동환

'덜 버리고 덜 사고 더 오래 쓰자'는 단순한 원칙을 월 1회라도 실천해 반복 가능한 의식으로 바꾸자는 작은 실천이 예산에서 다시 시작됐다.

충남 예산군 대흥면 의좋은형제공원 옆 갤러리 카페 '짚과 헝겊'이 1일 '되살림 장터'를 열었다. 카페 운영자 박효신 대표(78)와 안골교회 김진희 목사(53·감리교), 교회 신자 공동체,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매월 첫째주 토요일마다 사용 가능한 의류·가방·도서·생활용품을 기증·판매하는 생활 실천의 장을 꾸린다.


이들은 지난 2010~2012년에 '버려질 물건에 새 주인을, 과소비의 일상에 작은 제동을'이라는 선언으로 '희망창고'를 운영해 본 기억을 '되살림 장터'로 다시 소환했다.

누군가의 장롱에 고이 '모셔져 있던' 재킷, 책장에 박혀 있던 단행본, 찬장 속에 잠들었던 그릇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며 한 번 더 쓰이는 순간, 우리는 탄소를 덜 배출하고 쓰레기를 덜 만든다. 그 거래의 남은 수익이 다시 지역의 이웃과 숲으로 돌아갈 때, 소비는 기부가 되고 쇼핑은 참여가 된다.

'짚과 헝겊'은 2018년 문을 연 카페이자 갤러리·공방으로, 이름처럼 짚공예와 자투리 천 리폼을 일상화해 온 공간이다. 박 대표는 "최대한 덜 사고 오래 쓰는 삶이 편안했다"며 "자원을 다음 세대에 남기자는 마음으로 장터를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되살림 장터’에 전시·판매 중인 기증 의류·가방·도서들. 버려질뻔한 물건들의 재활용·순환은 지구를 살리는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
되살림 장터’에 전시·판매 중인 기증 의류·가방·도서들. 버려질뻔한 물건들의 재활용·순환은 지구를 살리는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 <무한정보> 황동환

장터의 첫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 매대에는 깔끔히 세탁·정리된 물건들이 '보물찾기'처럼 진열됐다. 한 어르신은 "가디건을 2000원에 샀다. 거저 산 것 같다"며 웃었다. 기증자와 구매자 모두가 순환의 고리를 만든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김 목사는 "괜찮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좋은 만남이 이뤄지고, 더불어 환경을 살리는 효과도 있다. 이런 경험을 한 분들이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내놓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며 "장터에 오는 것이 마치 축제 같은 느낌을 갖게 하고,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하는 환경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밝힌 '되살림 장터'의 원칙은 분명하다. 첫째, 환경보호다. 한 번 더 쓰는 선택이 곧 탄소 감축·폐기물 감량으로 이어진다. 둘째, 과소비 지양이다. '안 사고, 안 쓰기'가 아니라 '덜 사고, 오래 쓰기'로 생활의 방식을 바꾼다. 셋째, 공동체 회복이다. 기증·선별·진열·구매·수선이 이웃과 연결되며 관계의 순환이 생긴다. 판매 수익은 홀몸노인 돌봄, 나무 심기 등 의미 있는 공익 활동에 사용할 계획이다. 다만 사용 가치가 없는 파손·오염 물품은 기증을 지양해 달라는 안내도 곁들였다.

장터는 과거 '희망창고'의 경험과 성과를 토대로 한다. 예산읍 주교오거리 작은 매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도 기부'라는 메시지로 나눔 문화를 확산했고, 운영비를 뺀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며 공동체 신뢰를 쌓았다. 그 경험을 기억한 이들이 지난 10월 '짚과 헝겊'에 모여 재가동을 합의했고, 교회 공동체가 실행을 도왔다.


김 목사는 "시골에서 버려지는 물건이 재활용 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게 늘 아쉬웠는데, 박효신 선생님이 공동의 선을 위해 장터 공간을 내어줘, 안골교회 신자들과 함께 이번에 '되살림 장터'를 시작하게 됐다"며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는 많은 물건들이 속절없이 버려지거나 집 안에 쌓여 있는데, 이 물건들이 적절하게 순환된다면 결국 지구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되살림 장터'가 마을마다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되살림 장터' 운영에 동참하고 있는 김보라(43)씨는 "어떻게 하면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좋은 환경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까를 고민하고 있다"며 "오늘 장터를 방문한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 가격에 이걸 가져가도 되나?'라고 호응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버려지는 물건인데, 이곳에서 새로운 주인을 만나 새 생명을 얻고 있다"고 첫날 장터 상황을 소개했다.

 되살림장터.
되살림장터. <무한정보> 황동환

'되살림 장터'의 가치는 값싼 새것의 유혹을 거슬러 '필요한 만큼, 오래'의 미덕을 회복하는 일, 리폼·수선의 손길로 물건의 시간을 연장하는 일, 기증과 구매가 곧 기부가 되는 회계의 투명성을 지키는 일에 둔다.

이들은 장터의 테이블에서 물건과 이야기가 오가고, 작업대 위에 바늘과 실이 놓이며, 골목에 발걸음이 늘어나는 변화가 곧 생활 속 민주주의이자 지역 생태의 복원력이 돼 예산의 내일을 단단히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소박하지만 풍요롭게, 심플하지만 감각적으로"라는 박 대표의 말처럼 '되살림 장터'는 거창한 캠페인보다 반복 가능한 일상의 실천을 지향한다.

매월 첫째주 토요일, '짚과 헝겊'의 문을 여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을 위한 약속이다. 오늘 누군가가 덜 버리고, 덜 사고, 더 오래 쓰는 그 순간, 예산의 환경과 공동체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취지에 동의하는 이들은 누구나 '되살림 장터'에서 구매자로서 또 기증자로서 함께 할 수 있다. 버리기 전, 혹은 정리함에 넣기 전 잠시 고민해보자. '나 보다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닐지를', 그렇다면 매월 첫째주 토요일 대흥 '짚과 헝겊'에서 열리는 '되살림 장터'로 가면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 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되살림장터, #재사용, #자원순환,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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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지역신문인 예산의 참소리 <무한정보신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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