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사회와 인터뷰 하고 있는 박종화 뉴스타파 PD
참여사회 박영록
한 언론사가 특종을 했다. 어떻게 나온 걸까?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거나 우연의 결과로 여긴다. 대체로 특종은 양질의 제보로 시작하는데 그런 제보가 들어오지 않았거나 다른 언론사로 갔다면 나오지 못했을 기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보자 입장에서 보면 우연일 수 없다. 제보자도 언론사나 기자를 봐가며 제보한다. 그런 면에서 뉴스타파가 이른바 '리박스쿨 여론조작 사태'를 세상에 처음 드러낼 수 있었던 건 우연이 아니다. 뉴스타파, 그리고 박종화 PD가 그동안 보수정치권이 어떻게 극우 세력을 동원해 부적절한 여론 조작에 나섰는지 꾸준히 추적해왔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노력의 결실이다.
리박스쿨은 지난 5월 뉴스타파 보도로 알려진 극우 성향의 역사 교육단체로 '이승만·박정희 스쿨'의 약자다. 윤석열 정부 교육부가 방과후 학교와 돌봄교실을 합쳐 '늘봄학교'를 만들었는데 리박스쿨 교육을 통해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받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학살과 반민주적인 행태를 벌인 이승만·박정희를 옹호하고 5·18을 부정하는 식의 왜곡된 역사를 어린이들에게 세뇌하는데 그 배후에 정부·여당이 있었던 것이다. 대선 때는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이란 댓글팀을 통해 비상계엄 등 윤석열 정권을 옹호하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트렸고, 김문수 후보를 띄우고 이재명 후보 등을 비방했다.
리박스쿨의 존재는
당시로선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던 뉴스타파 인턴기자가 리박스쿨의 대선 댓글팀에 잠입 취재해 세상에 드러났다. 참여사회는 리박스쿨 취재팀의 박종화 뉴스타파 PD를 만나 궁금했던 리박스쿨 취재 과정과 남은 과제에 대해 물었다. 더불어 세계적으로 연결되고 있는 극우 세력의 실체와 뉴스타파가 지난 정부에서 겪은 언론 장악 시도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 리박스쿨을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
"6.3 대선 댓글감시단 포스터 한 장을 제보 받았다. 뉴스타파는 언론장악공동취재팀(뉴스타파·미디어오늘·시사인·오마이뉴스·한겨레)을 하면서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에 등장했던 단체에 있던 이희범씨가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을 위해 만든 관변단체를 추적했다. 그러다 제보자를 알게 됐는데 그는 국정원 댓글 썼던 사람들, 여론조작 네티즌 1세대부터 추적해온 분이라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 팀에 제보받은 포스터를 공유했고, 2시간 만에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에게도 (댓글팀 합류) 승인을 받았다. 바로 그날 오후 5시간 정도 댓글 쓰는 방법을 교육받았다."
- 리박스쿨이 있는 서울 종로구 종로빌딩이나 댓글팀 교육이 이뤄진 인근 건물에는 다양한 극우 활동 단체들이 입주해있다. 리박스쿨 측은 잠입취재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 손효숙 대표는 지난 7월 10일 국회 '리박스쿨 청문회'에서 "내가 지혜롭지 못해 뉴스타파 잠입 취재한 젊은 여기자한테 당했다"고 말했다.
"잠입한 최혜정 인턴기자는 명태균 게이트 취재를 위해 리서처로 채용했는데 문서 보는 능력이 뛰어나고 취재를 잘해 인턴기자로 전환했다. 같은 취재팀 전혁수 기자가 이희범 취재를 오래해서 우리가 잠입하긴 어려웠다. 최 기자를 리박스쿨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밖에서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하기로 했다. 손 대표가 최 기자를 신뢰하게 되면서 '이렇게 맑은 청년은 처음 봤다'는 말도 했다."
- 이번 취재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손효숙 대표의 연결고리도 드러났다.
"손 대표는 (최 기자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김문수 후보 얘기를 많이 했다. 과거 서로 활동을 같이 했고 사무실에도 왔다는 얘기를 했다. 이희범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부터 수십 개의 관변단체를 만들어 정권 주도 사업을 시민단체 이름으로 주도하는 역할을 했는데 리박스쿨은 원래 이희범이 활동하던 제일빌딩에서 만들어졌다. 손 대표가 이씨를 만나 만든 단체가 프리덤칼리지장학회인데 활동가들에게 이념교육을 진행한 곳이다. 여기에 더해 이승만·박정희에 대한 역사교육도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만든 단체가 리박스쿨이다. 아스팔트 삼총사로 불리는 극우 성향 유튜버 안정권 GZSS 대표,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 역시 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지난 9월 19일 손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도주 우려가 없다며 손 대표 영장을 기각했지만 리박스쿨 댓글조작사건은 서울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해서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 국회 리박스쿨 청문회에서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이 당시 교육부 국장에게 '리박스쿨을 늘봄사업자로 선정하라'라고 전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실이 나서서 압박한 사실은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수사하고 있다."
- 리박스쿨 관련해 더 밝혀야 할 부분은 무엇이 있나?
"윤석열 대통령실에 있던 6명을 관련자로 보고 있다. 강승규·황상무·전광삼(시민사회수석)을 비롯해 신문규(교육비서관), 성삼영(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김대남(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 등이다. 성삼영은 윤석열 정권에서 민주노총에 맞서며 '건폭몰이'를 주도한 국민노조 등기 감사다.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가 대통령실 성삼영으로부터 집회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국민노조에는 김문수, 그리고 심재철·윤상현·김진태·김영선 등 전현직 의원이 조합원이거나 고문으로 있다. 박근혜 정부 때 허현준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관변단체 집회를 지시했다는 이유로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확정받아 만기출소했는데 리박스쿨 관련자들도 제대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 최근 한국의 극우가 미국의 극우와 연결돼 있다는 분석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지난 9월 일산 킨텍스에서 '빌드업코리아'란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 직후 미국에 돌아갔다가 총격으로 사망해 더 유명해진 찰리 커크(터닝포인트 USA 대표)는 빌드업코리아에서 '이재명 정부가 교회를 압수수색하는 걸 트럼프 행정부가 주의해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2000여 명의 참가자 다수가 10대였다. 단체복을 입고 교회 여름성경학교처럼 참석한 아이들에게 결혼을 빨리 해서 아이를 많이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야 하며, 중국 공산화를 막기 위해 한국을 도울 수 있는 건 미국 밖에 없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런 주장이 최근 기독교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빌드업코리아를 주최한 김민아 대표(유튜브 엠킴TV 운영자)는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와 연결돼 있다고 본다. 미국의 극우 주장을 수입해 'CCP(Chinese Communist Party, 중국공산당아웃)'을 외치는 새로운 극우 세력이 나타났다."
- 이런 새로운 흐름은 한국의 전통적인 극우 세력과 다른가?
"이희범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극우와 다르다. 리박스쿨 관련 데이터를 가지고 사회관계망분석(SNA)을 시도했는데 빌드업코리아와 같이 극우 기독교 중심의 젊은 층이 많이 참여하는 최근 극우 모습까지는 담지 못해 추가로 분석하고 있다. 극우 기독교가 미인가 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는데 보고 의무가 없으니 어떤 교육이 이뤄지는지 알 수 없다."

▲ 박종화 뉴스타파 PD
참여사회 박영록
- 극우 단체를 취재할 때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사안마다 다르다. 신자유연대 김상진은 돋보이고 싶었는지 취재 요청에 바로 응해줘서 사무실까지 가서 1시간 넘게 인터뷰를 하고 왔다. 집회 등 현장 취재도 많이 하는데 일단 날 알아보지 못하더라. 분위기에 잘 융화될 수 있는 복장이나 표정으로 연기자처럼 다녀온다."
- 지난 2023년 검찰은 뉴스타파 사무실과 기자들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관련해 박 PD는 '윤석열 정권은 왜 뉴스타파를 죽이려 드는가'란 다큐를 만들었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권은 교체됐지만 기자들을 상대로 한 '윤석열 명예훼손(뉴스타파 vs. 윤석열)' 재판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압수수색은 뉴스타파에 트라우마를 남겼고 기사를 쓴 기자들(김용진·한상진·봉지욱, 봉지욱은 퇴사) 삶을 힘들게 만들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기자 3명을 계속 묶어 놓는 효과가 있다. 기획한 이들이 법조인이니 이런 걸 알고 시작했을 거다. 다큐는 분노를 120% 담아 2~3개월 집에도 안 들어가고 총 8편을 만든 것 같다. 언제 또 압수수색이 들어올지 몰라 골방에서 몰래 만들었다.
그때 뉴스 중심에 뉴스타파가 있었고, 다 칼을 겨누는 뉴스들이었다. 근거 있게 이야기를 잘 만드는 것만이 선배들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김용진 전 대표의 경우 '압수수색'이란 이름으로 책과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정권의 언론탄압을 기자로서 잘 맞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뉴스타파는 지금 진행되는 재판도 기록하고 있다. 지루한 싸움이자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이런 일이 또 있어선 안 된다고 알려야 한다. 그 취재를 하면서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 사건도 알게 됐다."
▲ [윤석열 정권은 왜 뉴스타파를 죽이려 드는가] 다큐 1~4부 몰아보기 ⓒ 뉴스타파 Newstapa
- 류희림 전 방통심의위원장의 동생이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들에 대한 민원을 넣었고, 방심위가 이를 심의했다. 윤석열 정권이 표적 심의를 한다는 심증은 있었지만 이를 확인한 사건이다. 취재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류희림의 쌍둥이 동생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는 기분이었다. 김용진 당시 대표에게 보고했을 때 반응이 기억난다. 우리가 압수수색 당한 건 윤석열 정권이 기획한 판이란 의심은 있었지만 그걸 확인해서 반갑기도 했다. 이후 류희림을 1년 정도 쫓아다녔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은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졌지만, 관련한 특검도 없고 수사단 하나 꾸려지지 않았다. 현 정부도 언론의 기능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해결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김건희 특검도 중요하고 내란 특검도 필요하지만 '언론장악 특검'도 당연히 만들어져야 한다."
- 정권의 역사·교육·언론에 대한 장악 시도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 비슷하게 반복된다. 해결 방안이 있을까?
"이명박 정권의 이동관이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에도 나섰다. 언론에선 수없이 보도했지만 수사당국이 기획한 사람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다. 과거 역사 국정교과서, 이번 리박스쿨 모두 기획자들이 있다. 이를 수행한 이희범·손효숙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일부 꼬리만 처벌해선 고치지 못한다."
- 앞으로 어떤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나?
"통일교 보도를 준비하고 있다. 전혁수 기자와 한달 동안 매주 금요일 철야기도회에 참석했다. 지금은 구속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 날에도 기도원에 잠입했다. 기도회 참가자들이 '홀리 마더 한(Holy mother 한)'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어 우리도 사서 입고 들어갔다."
- 들키진 않았나?
"신자들은 한학자 총재가 수사받는 것에 대해 분노한 상태였고 눈 감고 기도하기 때문에 주변을 그렇게 의식하진 않았다. 나중엔 2000명 정도 모이는 대규모 철야기도회에 참석했다. 한 총재 수사에 대해 어떤 입장이고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봤는데 '퓨어 워터'라고 불리는 젊은 지지자들이 '홀리마더 한'을 지켜야 한다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 통일교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거나 당시 여권 주요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 등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는 정교분리를 규정한 헌법과 민주주의를 흔드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통일교의 정치개입을 중심으로 헌금이 어떻게 들어오고 어떻게 쓰였는지 취재해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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