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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5.11.12 09:00수정 2025.1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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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의 끝판왕' 여름이 질척이다가 떠나갔다. 이제 가을을 제대로 즐기나 싶었는데 순식간에 찬바람이 불었다. 면역력 떨어지기 쉬운 날씨다 싶었는데 역시나 독감이 등장했다. 지난 주말, 아이 할머니댁 에서 돌아온 늦은 저녁이었다. 쾌활하던 아이가 평소와 달리 축 처졌다.
"왜 그래, 어디 아프니?"
"그냥... 좀 피곤해, 엄마."
피곤한가 싶었는데 상태가 예사롭지 않았다. 엄마의 촉이 발동했다. 체온을 재보니 미열이 있었다. 달빛어린이병원이라도 다녀올까 잠시 고민했다. 고열이 아니라서 월요일에 진료 받기로 결정했다. 아이는 주말 내내 컨디션이 저조했지만 다음날 아침, 정상 체온으로 돌아왔다. 열이 지속되면 학교를 쉬려고 했는데 정상 체온이라서 원래대로 등교했다. 그런데 하교 후 돌아온 아이 얼굴은 한눈에도 아파 보일 만큼 창백했다.
"엄마, 나 학교에서 힘들었어. 여기저기 온몸이 다 아파."
얼른 병원으로 달려갔다. 학교 생활을 시시콜콜 알려주지 않던 아이가 그제야 독감 때문에 결석한 친구가 몇 명 있다고 알려 주었다. 불안한 마음에 독감 검사를 할까 싶었는데 병원에서는 하루 더 상태를 지켜본 뒤 결정하자고 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몸과 마음만 건강하길

▲ 독감으로 결석한 아이가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kellysikkema on Unsplash
그날 밤부터 고열이 시작됐다. 슬슬 시동만 걸던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활개 치기 시작한 모양이다. 끙끙 앓던 아이는 해열제를 먹자마자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아이 몸은 다시 불덩이였다. 작은아이를 등교시키고 큰아이와 인근 소아과로 달려갔다. 독감 검사 결과, A형 독감으로 판정 났다. 담임선생님과 통화하니 독감으로 결석한 아이가 절반이 넘는다고 했다. 반쯤 빈 교실과 아픈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A, B형 독감 중에 A형 독감이 증세가 심하고 전염력도 강하다고 한다. 고열, 기침, 두통, 근육통을 동반하며 동물에게도 발병 가능하다니 그 위력이 얼마나 센지 알만하다. 며칠은 약을 먹으며 쉬어야 했다. 아픈 와중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학습 진도를 걱정하는 아이가 짠했다.
내년이면 아이는 중학교에 진학한다. 반 배치고사가 예정되어 있고 부족한 과목을 보완할 계획도 세웠지만 학습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기로 했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아이도 감기 덕분에 숨을 골랐다.
그동안 점수로 등급을 매기는 교육보다는 아이 건강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욕심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다. 그런 기대 때문에 아이가 더 부담을 느끼는 건 아니었을까. 후회와 깨달음은 늘 한 박자 늦게 찾아온다. 아이가 아프고 나서야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큰아이는 오랜만에 휴식다운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컨디션도 빠르게 회복되었다.
"아~ 학교 학원 둘 다 가기 싫다. 보충도 힘들고. 엄마, 하루만 더 쉬면 안 돼?"
"보충 안 해도 되고 진도 못 따라가도 되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학교 가더라도 쉬엄쉬엄해. 네 건강이 우선이야."
치열한 경쟁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아이가 안쓰럽지만 어떤 길에서든 꿈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나아가길 바란다. 과한 기대는 덜어내고 뒤에서 지켜봐 주기로 했다. 빼곡한 삶의 틈 바구니 속에서도 숨 쉴 구멍은 있어야 하니까. 많은 걸 해주지는 못해도 아이가 언제든 찾아와 쉴 수 있는 둥지가 되어 주자고 다짐해 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몸과 마음만 건강하다면, 원하는 꿈을 찾아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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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걸렸는데 진도 걱정하는 아이, 엄마는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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