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11.12 11:15수정 2025.11.1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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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문득, 추운 겨울 골목 한 모퉁이에서 퍼져오던 호떡 굽는 소리와 달콤한 냄새가 떠오른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코끝을 스치는 찬바람, 그 속에서 피어오르던 호떡 특유의 냄새는 간식 이상의 기억이었다. 호떡은 겨울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던, 그 시절 길거리의 상징 같은 간식이었다. 손을 호호 불며 한 입 가져가면 뜨거운 설탕 시럽이 입술 위로 흘러내리던 순간까지도 생생하다.
한국이 아닌 해외에 살다 보면, 그때 그 맛이 더욱 간절해진다. 마트에서 웬만한 재료는 구할 수 있지만, '그 시절의 맛'만큼은 어디에서도 살 수 없다. 며칠 전, 아내가 한인마트에서 호떡 믹스를 사다 놓왔다. 오늘,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점심 겸 간식으로 호떡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 아내가 호떡을 팬 위에서 눌러가며 굽는 모습
김종섭
산책 전 숙성시킨 반죽은 몽글몽글 부풀어 있었고, 손끝으로 살짝 눌러보니 촉촉하게 반죽이 감기는 느낌이 들었다. 한 주먹 크기로 떼어낸 반죽 속에 흑설탕 두 스푼을 넣고 오므린 뒤, 지글지글 끓는 프라이팬 위에 올렸다. 원반 모양의 누름판으로 꾹 눌렀을 때, 설탕이 녹으며 나는 소리와 달콤한 향이 주방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자연스레 따뜻해졌다.
막 구워낸 호떡을 입에 가져가면, 옛날처럼 뜨거운 흑설탕 시럽이 흘러나왔다. 혀를 델까 조심스럽게 호떡을 좌우로 돌리며 식히던 예전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도 달콤한 유혹을 참지 못하고, 결국 뜨거운 걸 감수하며 한 입 먹었다. 호떡은 식기 전에 먹어야 제 맛이라는 걸, 우리는 이미 입맛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 만든 호떡은 옛날 학교 앞 종이컵에 담아 팔던, 기름 냄새 섞인 그 맛과는 조금 달랐다. 세월이 지나 입맛이 변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맛의 차이는 장소와 시간의 흐름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추운 겨울날 친구들과 손을 호호 불며 나눠 먹던 기억이, 맛보다 더 큰 향수를 불러오기 때문일 것이다. 골목길 호떡집 앞에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가며, 지금의 맛과 비교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호떡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옛 기억을 담는 통로였다. 한 입 먹으면 자연스레 친구들, 거리, 그 시간이 떠올랐다. 어릴 적 호떡 뿐 아니라 호빵과 붕어빵도 줄 서서 사 먹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들과 나누던 따뜻한 순간과, 호빵 속 어머니의 손길까지, 모두 호떡 냄새와 함께 추억으로 피어올랐다. 그때의 겨울 풍경과 소리, 사람들의 모습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 노릇노릇하게 완성된 호떡 한 장
김종섭
지금은 먼 타국에 살지만, 아내와 함께 호떡을 기름에 눌러가며 만드는 순간이면, 마치 그때 겨울 한복판, 골목 호떡집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팬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와 설탕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우며 마음까지 훈훈해진다. 아내와 함께 호떡을 만드는 작은 순간 속에서, 고향의 겨울 풍경이 자연스레 겹친다.
먼 타국 이민자의 부엌이지만, 그 기억 만큼은 여전히 마음속에 따뜻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오늘의 호떡 한 장이, 추억 속 골목길을 잠시 다시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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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이민자의 삶과 일상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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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지글 흑설탕 가득 호떡, 호호 불며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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