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사봉 이미지(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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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심이 특히 간과한 부분이 있다. A 중령은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참관 의사를 철회했다. 이를 두고 원심은 "스스로 참여를 포기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관점을 제시하였다. 참여권 포기는 수사기관이 혐의와 무관한 모든 정보를 탐색하는 데 동의했다는 뜻이 아니라, 수사가 영장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신뢰를 전제로 진행된 것이라는 점이다. 즉, 피압수자의 참여권은 단순히 절차적 요식이 아니라 수사의 적법성을 실질적으로 감시하는 권리이며, 이는 형사사법의 정당성을 떠받치는 핵심 장치임을 대법원은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이번 판결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별건의 유혹이 아무리 달콤해도, 그 열매는 법정에서 썩는다. 수사기관이 일단 복제하고 나중에 선별하자는 관행은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적법절차를 무너뜨리는 지름길이다. 이번 판결은 수사기관이 잊고 있던 근본을 일깨운다. 형사절차는 유죄를 입증하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국가권력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압수수색의 범위는 편의에 따라 확장될 수 없고, 별건 수사는 성실한 수사의 다른 이름이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 사건은 단순히 한 군인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적법절차의 경계를 넘는 순간, 그것은 정의를 위한 수사가 아니라 권력을 위한 수사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공은 수사기관에게 넘어갔다. 그들이 진실을 밝히는 만큼, 법의 절차도 함께 지켜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판결은 단지 한 사건의 위법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전자정보 수사 전반에 대한 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있다. 오늘날 압수·수색영장은 거의 자동적으로 발부되고, 법원의 심사는 형식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렇게 인신구속 못지않은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는 현실에서, 법원의 사전심리와 대면통제 강화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영장 발부 전 수사기관을 직접 심문하여 필요성과 범위를 확인하는 절차가 마련될 때 비로소 영장주의는 실질적 의미를 회복할 수 있다. 또한 수사기관이 압수한 전자정보를 통째로 복제·보관하거나, 별건 수사의 단서로 활용하는 관행도 근본적으로 차단돼야 한다. 영장 집행 시에는 검색어·기간·대상정보를 구체적으로 특정한 집행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무관정보는 즉시 폐기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수사팀과 분리된 독립적 포렌식 조직 또는 필터팀이 압수물 선별을 담당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번 판결은 '절차를 지키는 것이 곧 정의를 지키는 길'임을 절실히 보여준다. 편의와 효율이 법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이제 입법부가 응답해야 한다. 별건의 유혹을 제도적으로 끊어내지 않는 한,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수사는 언제든 권력의 이름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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