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안녕 단편소설집 <당신의 안녕>의 책표지
건율원
하지만, 저는 '소설가'라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삶은 늘 팍팍했고, 세 아이를 키우며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지만, 그 모든 고비의 순간에도 글쓰기는 저의 숨 구멍이자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읽는 책들은 저에게 꿈을 찾아가라고 합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서평을 쓰면서 제 책이 누군가에게 읽히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카카오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매일 글을 연재하며 제 글이 누군가에게 닿기를 소망했습니다. 그렇게 매일 읽고 쓰는 동안 저만의 소설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꿈꾸는 사람에서 꿈을 이룬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토록 바라고 기다렸던 저의 첫단편소설집 <당신의 안녕>이 출간되었습니다. <당신의 안녕>에는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급격하게 변하는 제주의 모습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제주도민들의 삶을 포착하고 이야기로 만들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구이자 이웃들이 사는 모습, 주부이자 엄마, 며느리와 딸의 자리에서 겪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담담하게 그려냈습니다.
잊고 싶은 마음과는 별도로 어렸을 때의 기억은 늘 나를 따라다녔다. 고향, 친정, 엄마. 그리움과 애틋함을 연상시키는 단어지만, 나는 그 단어들이 버거웠다. 그리움은 부담으로 애틋함은 서러움을 동반했다. 신나게 내려가서 침울한 표정으로 올라오길 반복했다. - 뻠뿌
여자는 앞으로 나가려는 자신을 뒤로 당기며 타일렀다. 급한 건 없었다. 새벽은 매일 찾아왔고, 남자는 여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으며, 여자에게는 남자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었다. - 나를 깨워줘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말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말이 없다. 적당한 말, 딱 들어맞는 말, 핵심을 찌르는 말, 너를 꼼짝 못 하게 해서 입을 막아버릴 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가려진 말
엄마의 시소는 이제 멈췄다. 고군분투하며 살다 환갑도 되기 전에 비닐 포대와 함께 날아가 버린 엄마. 죽음과 동시에 짐을 내려놓고 황망 하게 가버린 엄마. 그리고 내가 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다시는 먹을 수 없는 엄마 밥을 먹으며 나는 아이처럼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 완벽한 애도
자기소개란에 "밥하는 것보다 글 쓰는 게 더 좋다"라고 썼습니다. 아이들은 밥만 할 줄 알았던 엄마가 소설을 썼다며 좋아합니다. 꿈이 없다고 했던 중학생 큰딸은 이제 꿈이 생겼습니다. 엄마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룬 모습이 좋았다는 말에 그간의 노고가 스르륵 녹아내렸습니다. '소설가'라는 꿈을 이룬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꿈을 찾고 이루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 하고 싶었던 말, 시리게 아름다웠던 풍경과 마주할 때마다 글을 썼다. 글을 쓰며 나를 본다. 글로 쓰면 나와 네가 이해됐다. 글을 쓸 때 비로소 내가 된다. 말과 기억을 글로 엮어 이야기를 만들었다. 전부터 쓰고 싶던 이야기가 있었다. 그걸 먼저 써야 나머지 것들을 쓸 수 있다. 서툴고 부족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올 것이다. 나는 그것을 받아쓰기만 하면 된다. 책과 사람이 있는 한, 글쓰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래오래 소설가로 살고 싶다. - 작가의 말 중
사람들은 언뜻 보기에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앞으로도 저는 일상 속 작은 파문을 찾아내고, 미묘하게 움직이는 감정에 대한 글을 계속 써나갈 예정입니다. 당신의 안녕이 궁금합니다.

▲첫사인 책을 출간한 다음날 친구에게 책을 선물했는데, 사인을 해 달라고 했다. '사인? 없는데 어떡하지? 연습도 안 했는데?' 부들부들떨며 하고픈 말을 써내려갔다. 촌스럽지만 진심이었다
문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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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토박이, 세 아이의 엄마지만, 밥하는 것보다 글쓰는 게 더 좋은 불량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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