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원 대산면 풍악산 석불좌상
이완우
남원 지역에는 오래전에 풍악산 석불좌상 터에서 손바닥 크기의 청동 입상이 출토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 청동 입상은 활과 화살을 든 형태였다. 신장상(불교의 호법신 상)으로 알려졌지만, 무사의 모습으로도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풍악산 석불좌상이 후백제의 왕 견훤의 형상을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남원 지역에 전해지는 풍악산 석불좌상에 관한 설화는 흥미롭고, 수수께끼처럼 의미가 풍부하다. 남원의 교룡산(518.9m)은 풍악산에서 동쪽으로 약 5km 떨어져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서 교룡산은 남원 고을을 수호하는 용이고, 풍악산에는 여의주 바위가 있다. 교룡산의 용이 풍악산의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면, 남원 고을을 지키는 용이 없어지기 때문에, 풍악산 여의주 바위에 부처님을 새겨 모셨다는 것이다. 용이 부처님이 새겨진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풍악산 석불좌상의 원형 광배 둘레에 새겨진 구슬과 구슬형 화염 무늬는 여의주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비교하면, 충남 태안 마애석불입상의 광배를 기본으로 하여 구슬의 여의주 이미지를 덧붙인 듯한 느낌이다.
교룡산의 용 설화를 관점으로 보면, 풍악산 자체가 교룡산 앞의 커다란 여의주와 같겠다. 풍악산의 여의주 이미지가 결국 풍악산 석불좌상으로 구체화 된 셈이다. 단풍은 나무가 진화하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적응한 지혜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단풍나무 산'이라는 풍악산의 이름은 곧 '여의주의 산'이란 의미와 연결된다. 남원 교룡산과 풍악산 석불좌상은 마치 수수께끼의 문을 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수 천년 전 암각화에 숨은 의미

▲ 남원 교룡산, 풍악산 석불좌상 부근에서 본 풍경
이완우

▲ 남원 대산면 봉황대 풍경
이완우
풍악산 석불좌상에서 남쪽으로 약 4km 떨어진 대산면 대곡리 봉황대 선사시대 암각화를 찾아갔다. 봉황대는 바위가 겹겹이 쌓인 작은 구릉으로, 하대마을 앞 하천 근처에 있다. 이곳은 봉황이 날개를 편 비봉포란(飛鳳包卵) 명당 형국으로 알려져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봉황이 대나무 열매(죽실)를 먹는 지역이라 '대실'이라 불렀다가 지금의 '대곡리'가 되었다고 한다. 봉황대는 봉황의 알에 해당한다.
연못 옆 봉황정(해발 98m) 위쪽에는 봉황대(鳳凰臺) 선사시대 암각서가 있으며, 약간 위 바위(해발 108m)에는 암각화가 새겨져 있다. 그러나 풍화가 심해 사각형 문양 한두 점 외에는 대부분 잘 구별되지 않았다.

▲ 남원 대산면 봉황대 선사시대 암각화와 암각서 바위들
이완우
이 암각화는 2천 년 전에 화강암 바위 표면에 선각 기법으로 새긴 것으로 추정되며, 선사(청동기)시대 조형 양식을 보여준다고 한다. 봉황정 위편 바위 두 곳에서도 암각화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마모가 심하여 기하학 문양 대부분은 판별하기 어려웠다. 별 모양을 새긴 성혈(星穴) 바위 두세 개가 확인 되었다.
기하학 문양 대부분은 동심원, 방사형, 사각형 격자, 삼각형, 막대, U자 형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심원 방사형 문양은 태양 숭배와 농경 풍요를 상징하며, 점들이 선을 이루어 별자리나 씨앗의 배열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각형 격자형 문양은 밭과 농경을, 삼각형과 막대는 수확한 곡물 운반 도구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 등 다른 선사시대 암각화가 주로 동물과 사실적 수렵 생활을 기록한 것과 달리, 이곳 암각화는 추상적 기하 문양으로 상징적 의미를 강조한다. 이를 통해 농경 문화 정착을 보여주며, 문화적·역사적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 남원 대산면 봉황대 성혈 바위와 봉황대 정상 풍경
이완우
깊어 가는 가을 날 아침, 천년 세월을 간직하며 의미가 깊은 남원의 역사 문화적 유산을 탐방하였다. 재궁곡 은행나무, 풍악산 석불좌상과 봉황대 암각화는 그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품으며 서로 가깝게 이웃하고 있었다. 부처의 미소와 기하 문양, 설화와 상징을 통해 남원의 풍경과 문화를 새롭게 느껴보았다.
아침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부드럽고 밝은 햇살이 산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예정된 일정 때문에 남원 대산면 봉황대를 떠나 임실 치즈테마파크로 향했다. 자동차로 약 25분 거리였다.

▲ 남원 대산면 봉황대와 풍악산 풍경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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