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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과거사를 기억하는 법, '난징대학살 희생자 기념관'

공동기획_지워지지 않는 민간인 학살의 역사… 끝나지 않는 아픔(4)

등록 2025.11.14 15:27수정 2025.11.1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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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상잔의 아픔을 가진 대한민국. 7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그 아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전남 영암, 충남 태안, 경남 함양 등의 민간인 희생자들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혹은 한국군에 의해 아무런 이유 없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이웃이 이웃을 죽이는 비극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사과와 추모, 용서 없이 75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낸 채 살아오고 있다. 이에 낭주신문·태안신문·주간함양은 공동취재팀을 구성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을 가진 대전 골령골과, 여순사건의 아픔이 서린 전남 여수·순천, 4·3의 아픔을 간직한 제주 평화공원, 그리고 캄보디아 킬링필드를 찾아 민간인 학살 피해지역의 실상과 피해자 유족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 방안을 모색해 본다.[기자말]

 난징대학살 희생자 기념관 야외에 학살 현장의 처참함을 담은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난징대학살 희생자 기념관 야외에 학살 현장의 처참함을 담은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주간함양

영화 '난징사진관'이 지난 11월5일 한국에서도 개봉됐다. 중국의 난징대학살을 다룬 이 영화가 지난 7월 중국에서 개봉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는 1937년 겨울을 배경으로 난징의 한 사진관을 피란처로 삼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비밀리에 학살의 증거를 인화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젊은 우편배달부 아창은 전쟁 속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일본군 종군기자 이토 히데오의 요청으로 진씨 가족이 운영하는 난징의 한 사진관에서 사진을 인화하게 된다. 비밀리에 인화된 수백 장의 사진 속에는 일본군의 참혹한 만행과 살아남기 위해 숨죽인 평범한 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정체가 드러날 위기 속에서 아창은 사진관을 임시피난처로 지키며 세상에 알려야 할 진실, 그 증거들을 모으고, 숨겨둔 필름 한 통이 전 세계에 알려지며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

 전시관 외부 넓은 부지에 수많은 자갈이 언덕을 이루고 있다.
전시관 외부 넓은 부지에 수많은 자갈이 언덕을 이루고 있다. 주간함양

30만 명에 이르는 난징대학살 희생자

난징대학살은 1937년 12월13일 일본군이 당시 중화민국 수도 난징을 점령한 뒤, 난징과 그 주변으로 피신한 중국군 패잔병을 수색한다는 명목으로 단 두 달 동안 자행한 대규모 민간인·비전투원 학살과 광범한 성폭력·방화·약탈한 사건이다. 중국 측이 추산한 희생자는 약 30만 명으로, 함양군 전체 인구의 10배에 이른다. 이 수치는 당시 매장 기록과 전후 난징전범재판의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난징대학살 희생자 기념관 전시와 기념비 곳곳에 반복 표기돼 있다.

일명 '만인갱(萬人坑, 수만 명의 희생자를 한꺼번에 매장한 대규모 무덤)'으로 불리는 집단매장지 위에 세운 난징대학살 희생자 기념관은 1985년 8월 15일 개관했다. 기념관 앞에 세워진 조형물들은 처참했던 당시 상황과 비극을 맞은 민간인 희생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특히 야외에 깔린 수많은 자갈들은, 자갈만큼이나 셀 수 없을 정도로 희생당한 사람들의 무덤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초기 설계를 맡은 건축가 치캉은 기념관을 절반쯤 땅속으로 잠기게 한 무덤형 동선과 거칠게 깎인 콘크리트를 통해 비통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야외 추모광장, 유해 전시공간, 사료전시관을 차례로 지나게 된다.


첫 마당을 들어서면 커다란 암벽에 새겨진 'Victims 300,000'과 희생자 명단이 적힌 벽, 생존자 발자국이 찍힌 '추모의 길'이 관람객의 동선을 따라 이어진다. 전시관 안쪽에는 발굴된 실제 유골이 반쯤 드러난 상태로 보존돼 있고,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하는 사진·영상·법정문서가 연대기적으로 배치된다.

입구를 지나 암회색 벽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공간은 소리를 삼키듯 가라앉는다. 압도된 침묵 속에서 학살, 증언, 심판, 평화 등을 주제로 법정문서와 사진자료, 외국인 선교사 및 언론인의 기록을 전시하고 있으며, 난징안전지대의 지도 위에는 피신처와 구조 동선이 겹겹이 표기돼 있다. 전시장에서 다시 밖으로 나오면 '평화의 종'과 물의 거울이 있는 추모광장이 나타난다. 매년 12월13일, 이곳에서는 평화의 종을 울리고 비둘기를 날리며 추모의식을 진행한다.


2015년, 난징대학살 문서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면서 일본 정부의 반발을 불러왔지만, 기념관은 "기록의 보존과 평화교육의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난징의 기억을 '중국의 역사'에서 '세계의 기록'으로 끌어올렸다.

 전시관에 실제 유해 발굴 현장이 보존돼 있다.
전시관에 실제 유해 발굴 현장이 보존돼 있다. 주간함양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기억의 장소'

2025년 10월 기준으로 공식등록된 난징대학살 생존자는 24명밖에 되지 않는다. 대학살을 경험한 생존자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지금, 난징대학살 희생자 기념관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애국주의교육법' 제정으로 각급 학교의 현장학습을 통해 청소년의 방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춘절과 방학 등 성수기에는 관람객이 폭증한다. 2019년 춘절 연휴에는 단 6일 동안 관람객이 29만9961명에 이를 정도였다.

취재를 가이드 한 난징 주민에 따르면 "영화 '난징사진관' 개봉 이후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방문한 지난 11월 5일은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념관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끝없이 이어졌다.

 난징대학살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법적 문서
난징대학살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법적 문서 주간함양

중국은 2014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결의로 매년 12월 13일을 '난징대학살 희생자 국가추모일'로 제정했다. 첫 국가추모식에서 시진핑 주석은 "소수 군국주의자들의 침략 전쟁 때문에 한 나라 전체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누구든 학살을 부정하려는 시도는 역사와 희생자,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연설했다. '원한을 오래 끌지 않되, 잊지도 않겠다'는 메시지는 공식 입장의 핵심 문구로 남았다.

또한 중국 정부는 2024년 제정된 '국주의교육법'에 난징대학살 희생자 국가추모일 등 주요 기념일을 중심으로 각급 지방정부·교육기관이 추모·교육활동을 추진하도록 명시해 기념관과 연계한 현장학습·특별강연·전시를 제도화했다. 중국 정부는 이렇게 국가추모일을 법제화하고, 정부와 지역에서 추모의식을 진행하는 한편, 학교 교육과 연계해 후대들에게 대학살의 비극을 가르친다.

더불어 기념관이 단순히 역사를 박제하는 수준이 아니라 '추모와 기억의 성지'로서 역할을 하도록 했다. 실제 유해 발굴 현장을 보존해 보여주고, 새롭게 발굴된 희생자 명단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기념관 벽에 새김으로서 난징대학살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 진행 중임을 상기시킨다.

 기념관의 평화상 앞에서 촬영한 공동취재진의 모습
기념관의 평화상 앞에서 촬영한 공동취재진의 모습 주간함양

중국 정부는 난징대학살을 '법과 의례'로 제도화하고, '장소'로 고통을 물질화하며, '교육'으로 기억을 이어가고 있다. 생존자와 유족의 목소리가 점차 사라지는 지금, 중국이 기억을 보존하고, 아픈 과거사를 평화와 미래를 위한 발판으로 계승하고 있는 방식은 우리가 민간인 학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실천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공동취재팀(낭주신문 장정안·박준영 기자 태안신문 김동이 기자, 주간함양 임아연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함양 (임아연)에도 실렸습니다.
#공동기획_지워지지 #않는 #민간인 #학살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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