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성호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 증인으로 나온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가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일 전 대통령 윤석열씨를 만류했지만 "'돌이킬 수 없다, 준비돼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한 전 총리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공판에 최 전 부총리를 증인으로 불렀다.
최 전 부총리는 '당일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윤씨와 어떤 대화를 나눴냐'는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의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어떤 이유로도 계엄은 절대 안된다고 (윤씨에게) 말했다. 우리나라 대외신용도가 계엄이 있으면 땅에 떨어지고, 경제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런데 대통령(윤석열)은 대통령으로서 결정한 것이라고 하더라. 그런 다음에 준비가 다 되어있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최 전 부총리는 비상계엄 당일 다른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이 혼재돼 있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특히 윤씨로부터 전달받은 '계엄 지시 문건'과 관련된 특검의 질문이 쏟아지자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대답했다.
특검은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CCTV를 보여주며 '윤석열이 비상계엄 선포하러 나가는 상황이다. 기억나느냐'면서 묻고 '계엄선포문 문건을 나눠주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다. 증인도 받았느냐'라고 또 물었다. 그러나 최 전 부총리는 CCTV 화면에서 본인이 계엄선포문을 읽는 듯한 모습이 나옴에도 "저는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돌직구 던진 이진관 부장판사 "대행체제 유지 목적이었냐"
최 전 부총리의 회피성 답변이 이어지자 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가 끼어들었다.
이진관 부장판사는 "기존에 (국회 등에서) 했던 설명과 다른 부분이 있지 않으냐"라고 물었고, 최 전 부총리는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기재부 장관'이라고 부르며 실무자가 윤 전 대통령에게 접근해 문건을 준 장면은 기억난다. 그걸 차관보에게 전달했고, 기재부 간부회의 말미에 그 부분을 확인했던 기억이 있는데 제가 문건을 본 시점이 CCTV와 달라서 저도 상당히 당황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 부장판사는 "기억이 안 날 수는 있는데, 적극적으로 객관적 상황과 다르게 말하는 건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에 실무자가 줬고, (문서가) 세 번 접혀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재차 확인했다. 이에 최 전 부총리는 "여러 번 물어봐서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이 부장판사는 "기억이 안 날 수는 있는데 구체적으로 말한 게 이상해서 그렇다"며 "그렇게 답한 이유가 증인의 책임을 경감시키거나 당시 상황에 비춰 대행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든지 그런 다른 목적이 있느냐"고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최 전 부총리는 "계엄에 나름 반대(하는 데) 최선을 다했고, 문건을 대통령 있는 자리에서 받았다 인정하고 (경찰에) 제출도 했다"며 "(문건을) 본 시점이나 받았을 때의 상황 묘사를 기억과 달리 할 이유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또 이 부장판사는 "(문건에는) 국회에 관련 자금을 차단하고, 비상입법기구 이야기도 있다"며 "법학을 전공했는데, 법을 아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인 내용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최 전 부총리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다.
최 전 부총리는 공판 말미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으니 제가 반대했다고 말씀드리지만, 국무위원들이 재판을 하면서 '누구는 반대했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을 많이 한다"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몸이라도 던져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사후적으로는 계엄을 막지 못한 게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최 전 부총리가 국회 등에서 했던 증언들은 앞선 공판에서 공개된 CCTV영상에 의해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최 전 부총리는 그간 국회 긴급 현안질문과 국정조사 등에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석열 곁에 있던 신원미상의 인물로부터 ▲가로로 3번 접혀 있는 쪽지를 받았으나 ▲내용을 보지 않고 주머니에 넣은 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뒤 윤인대 기재부 차관보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실 CCTV영상에는 최 전 부총리가 윤씨로부터 직접 빳빳하게 펴져 있는 A4 용지 크기의 문건을 받고 이를 정독하는 모습이 담겼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3
공유하기
'계엄문건' 정독 최상목 "기억 안 난다" 반복...이진관 재판장의 돌직구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