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대학교 공연영상학과 4학년 한서한(왼쪽) 감독과 졸업 뒤 영상 관련 분야 사업을 운영 중인 성동준 PD. 이 두 사람은 지난해 예산군지역아동센터 초등학생들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우리, 우린]을 제작한 주역들이다.
<무한정보> 황동환
총괄 기획을 맡은 성 PD는 장편을 택한 이유로 "극장 상영과 영화 데이터베이스 기록을 위해 60분 이상의 장편이 필요했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스크린 속 자기 모습을 보는 경험이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학부 재학 중에 감독, 연출을 맡은 한 감독은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학부생이 장편으로 데뷔한 건 큰 행운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프로젝트의 씨앗은 지역에서 움텄다. 부산에서 태어난 한 감독은 홍성(내포초·내포중·덕산고)을 거쳐 예산과 인연을 맺었고, 사회복무요원으로 삽교지역아동센터에 근무하던 시절 아이들과 찍은 단편을 계기로 연합회에 '군내 전체 센터가 참여하는 장편 영화 제작'을 제안했다. "연기만이 아니라 촬영·조명·음향·미술까지 현장을 통째로 체험하게 하고 싶었다"는 그의 구상은 곧 실행으로 이어졌다.
제작팀은 지난해 5월 10일부터 연기, 촬영 교육을 진행하고 오디션으로 주연 9명, 조연 40여 명을 선발했다. 본 촬영은 7월 19일 시작해 8월 13일 마무리됐으며, 마지막 날 윤봉길체육관에는 10개 센터 아이들 200여 명이 모여 장관을 이뤘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영화 막바지에 등장하는 '연합회 행사' 장면이다. 여기서 학생들이 여럿이 함께 가장 큰 귀신을 퇴치하는 대목은 출연 학생들 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어른들에게도 공동체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장면이기도 했다.
현장은 배움의 교실이었다. 천장에 조명을 올리는 스태프를 보며 "나도 들어보고 싶다"고 나선 아이가 프레임 라인을 스스로 체크했고, "배우 대사가 더 잘 들리게 해볼래요?"라며 붐마이크를 잡은 아이는 음향의 역할을 몸으로 배웠다. 더위와 긴 대기, 반복 촬영은 인내를 요구했지만,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 아이들은 집중했고, '컷' 소리와 함께 서로의 수고를 박수로 격려했다.
프로가 된 아이들
안은숙 삽교지역아동센터장은 "오디션을 주저하던 아이들이 스스로 무대에 올라 자신감을 끌어올렸다"고 했고, 강흥식 덕산지역아동센터장은 "셔터 소리와 함께 어수선함이 사라지고 프로처럼 변신하는 순간을 봤다"고 전했다.
상영 기간 중 일부 회차는 방학 동안 센터별로 극장을 대관해 단체 관람이 이뤄졌고, 부모 관객은 "아이와 나란히 앉아 보니, 아이들 목소리가 더 또렷이 들렸다"고 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지점은 '진짜 목소리'다.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센터를 다니게 된 이유, 좋은 점, 언제부터 다녔는지"를 자신의 말로 짧고 또렷하게 전한다. 한 관객은 "연기와 인터뷰가 번갈아 이어지는데, 인터뷰가 너무 생동감 있어 실제였는지 궁금했다"며 "아이들이 스크린 속에서 자기를 본다는 경험이 얼마나 클지, 어른들도 한 번쯤 그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성 PD는 "대학 시절 장편을 찍을 기회는 드물다. 이번 프로젝트는 스태프로 참여했던 (한동대) 학생들에게도 '현장 제작의 교과서'였다"고 말했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아이들의 생활과 성장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것". 인터뷰 장면은 관객에게 질문을 되돌린다. '내 사춘기의 얼굴은 어떤 표정이었나?' 스크린 속 아이들을 바라보는 동안 관객은 자신이 걸어온 시간을 겹쳐 본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나도 지역아동센터에 다녀보겠다"고 말하며 '우리'라는 공동체가 한 사람 더 확장된다. 이번 상영을 통해 제작진과 연합회는 후속 상영과 교육 프로그램 연계를 모색 중이다.
성 PD는 "영화는 기록이자 약속"이라며 "아이들이 다음 프로젝트의 스태프, 멘토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도움 주신 센터장님들과 지역의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 스크린에서 아이들과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했다.
관람을 마친 한 학생은 "힘들었지만 대사를 외우는 능력이 늘었고, 친구를 돕는 역할을 하며 스스로도 성장했다"고 말했다. 작은 극장에서 시작된 '우리의 영화'는 그렇게 다음 장면을 예고한다. 지역이 키우고, 아이들이 완성한 장편 옴니버스 <우리, 우린>. 제목처럼, 이 영화의 주어는 언제나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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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소리에 함께 박수친 아이들, 영화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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