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11.18 16:35수정 2025.11.2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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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동창은 올해부터 7살 손자 준서와 한자공부를 같이 하고 있다. 손자가 어릴 때부터 가까이 지냈지만 이제는 한자급수 자격검정 수험서를 함께 보고 있다. 현재 한자급수 목표는 5급이다. 한자로 손자와 경쟁(?)하는 친구는 손자의 한자 실력이 쑥쑥 크는 것이 대견하다.

▲ 농구선수 출신인 고교동창은 손자와 함께 한자급수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이는 손자가 한자공부하는데 적극적인 동기를 부여하려는 시도이다.
이혁진
손자와 놀아주고 한자 공부도 함께 하는 고교동창
동창이 손자와 함께 놀아주며 한자를 공부하는 것도 신기한데 급수 자격 시험까지 매진하니 정말 놀랍다. 한자의 훈과 음을 새기고 뜻을 공부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정겹고 아름답다. 손자는 든든할 것이고 할아버지는 결코 외롭지 않을 것 같다.
친구의 손자 사랑을 한자 급수로 매긴다면 1급 수준이 아닐까 싶다. 한자 1급은 한자어를 바탕으로 웬만한 한문을 해독하는 수준이다. 필자는 한때 한자연구회에서 활동했는데 다양한 직종의 회원 대부분 학구적인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한자를 바탕으로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전문 분야에서 남보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자 소양이 전문성 함양에 도움이 됐다는 의미다.
요새 아이들은 대부분 한자를 싫어하는데 손자가 한자 공부에 열심이라니 동창은 신통하고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손자와 할아버지는 지금 한자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지난 15일에는 손자와 6급 한자시험을 치렀다. 7급 시험은 이미 합격했다. 6급 시험에 대비해 2개월 동안 준비했다. 수험번호가 달라 친구는 시험을 보면서도 옆 반의 손자를 응원했다고 한다.
6급 한자 급수시험은 읽기와 쓰기 총 90문항을 40분 내에 풀어야 한다. 63문제를 맞으면 합격이란다. 평균 70점이 합격선이다. 친구 말로는 사전에 기출문제를 별도 공부하지 않으면 한자를 제법 아는 사람도 헷갈리는 내용이 많다고 한다.
시험이 끝난 후 가채점을 해보니 손자는 70점 이상으로 합격할 것 같은데 친구는 커트라인에 아슬아슬하다고 예상했다. 12월 초 합격자를 발표하는데 벌써부터 초조하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는 자신은 떨어져도 손자의 합격을 기원하고 있다. 손자에게 한자를 공부하는 동기를 부여한 만큼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부모 헌신 덕분에 반듯하게 성장하는 손주들 많아

▲ 할아버지와 함께 한자급수시험에 도전하는 손자가 고사장에 가면서 수험 참고서를 살피고 있다.
이경배
우리 세대 중 많은 이들이 손자손녀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자식을 돕는다며 손주를 돌보는 것이다. 유치원 통학은 물론이고 시간 날 때 손주들의 말동무가 되어준다. 아예 본격적으로 손자를 양육하는 친구도 있다.
그중에서 친구는 손자의 교육과 양육은 엄마 아빠에게 맡기고 자신은 놀아주는 역할만 하기로 했다. 자식들이 양육하는데 지쳐 보여 시작한 일이다. 하지만 손자의 한자 학습지를 우연히 접하고 시험까지 도전하게 된 것이다. 물론 손자도 할어버지의 동참을 반기었다.
동창은 고등학교 시절 학교대표 농구선수였다. 그는 담임선생님이 한 조언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운동하면서 다른 과목은 못해도 음악과 한자는 꼭 배우라는 것이다. 친구는 농구로 대학을 진학했지만 선생님 말씀대로 평소에 한자에 관심을 가졌다. 덕분에 한자를 전부 쓰지는 못해도 읽는 것은 전혀 불편하지 않은 수준이다.
손자가 없는 나로서는 동창의 한자 시험 도전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친구는 손자와 진정으로 어울리며 놀 줄 아는 사람이다. 친구의 그런 비결은 과거 농구할 때 팀에 실력 차이가 있는 선수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자세가 몸에 밴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손자와 조부모의 특별한 관계는 조부모의 무한한 사랑에서 나온다. 손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도 손자 성장에 동기를 부여하고 자존감을 키워준다. 그래서 예부터 손자 교육은 할아버지에게 맡겼는지도 모른다.
자식 가르치기는 정말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인내심을 발휘해 손자를 가르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변에 조부모의 극진한 사랑으로 반듯하게 성장한 유명인들을 자주 보거나 듣는다.
말이 쉽지 손자와 한자 공부로 친해지기 쉽지 않다. 그러나 친구와 손자의 도전은 계속된다. 내년 5급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바라건대 손자가 원한다면 한자를 지속적으로 배우도록 격려하는 것도 괜찮겠다. 어휘력과 문해력을 높이고 사고의 깊이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손자 한자 시험을 똑같이 치르는 친구의 도전기는 엊그제 친구들 모임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대부분 손자가 오면 같이 놀거나 산책하고 용돈을 건네주는 게 보통인데 친구는 손자와 한자로 놀면서 공부까지 하니 둘은 '완전체'라는 반응이다.
친구는 "손자와 어린 아이처럼 노는 것도 노후 건강에 좋은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늘어놓는다. 손자는 할아버지의 무조건적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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