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여건의 악화와 통일교육의 방향' 전문가 좌담회 김주현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초대 원장의 사회로 17이 국민대학교에서 열렸다.
ACN아시아콘텐츠뉴스
통일교육은 여전히 당위의 언어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미 평화 65% 시대에 들어섰다. 김범수 서울대 교수(한국정치학회 회장·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조사 결과를 들어 통일을 국가 대북정책 목표로 꼽은 응답은 15%에 불과했고, 평화공존을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은 65%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수치는 통일 논의가 정치·이념의 대립을 넘어 세대별 생활세계 속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7일 국민대학교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대학생과 함께하는 통일 여건의 악화와 통일교육의 방향 좌담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통일의 필요성을 다시 말하기보다 통일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또 어떤 가치와 언어로 설명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이 자리에서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통일 여건 악화의 배경을 북한 내부에서 찾았다. 그는 북한의 폐쇄성 심화와 경제 악화가 남북관계를 구조적으로 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필요할 때만 협상 테이블에 나오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즉시 문을 닫는 전략적 행동을 반복해 왔다. 최 전 총장은 북한이 대내적 통치 기반을 다지기 위해 통일을 상징 기제로 활용해 온 역사를 짚으며 통일 의제가 북측 정치와 깊게 얽혀 있다고 분석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북한연구학회 회장)은 시선을 남측 내부로 돌렸다. 그는 남남갈등이 통일 논의를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반공 중심 교육을 받은 기성세대와 상호이해·공동번영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아 온 청년세대의 간극이 커지면서 통일을 바라보는 감각 자체가 다층화됐다는 설명이다.
백준기 한신대 교수(전 국립통일교육원장)는 포퓰리즘 정치 환경 속에서 통일 이슈가 점점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평화·통일·민주시민교육을 결합한 통합형 교육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가치를 회복해야 청년세대가 통일 문제를 다시 사회적 의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수석 국민대 특임교수는 통일 논의의 철학적 토대를 짚었다. 그는 분단은 현실이고 통일은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상이 없는 현실은 죽은 현실이라는 표현을 쓰며 통일을 꿈꾸지 않는 분단 현실은 미래세대의 꿈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통일은 우리에게 희망과 미래의 꿈을 안겨주는 메시지라며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형석 대진대 특임교수(전 통일부 차관)는 제도와 구조의 문제를 짚었다. 통일교육 콘텐츠는 이미 상당 부분 축적돼 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할 제도와 재정적 기반이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장기 계획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통일교육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장의 문제의식은 예산에서 더 분명해졌다. 여현철 국민대 통일교육사업단장은 현재 통일교육 예산 260억 원은 인구 기준 1인당 약 500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통일교육이 의무교육도 아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통일과 평화에 대한 기본 교육과 논의가 쌓이지 않으면 성인이 된 이후 아무런 기초 없이 논의를 시작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여 단장은 17조2000억 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을 통일교육에 전략적으로 활용해 전문가들이 장기 청사진을 제시하고, 통일교육을 점진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범수 서울대 교수는 데이터와 원칙을 함께 꺼냈다. 그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조사 결과를 다시 언급하며 세대별 통일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일교육의 기준은 헌법과 유엔헌장에 담긴 평화와 민주 가치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숫자는 세대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고, 법과 규범은 통일교육이 서 있어야 할 바닥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질문은 더욱 현실에 가까웠다. 한 학생은 청년들은 어떤 가치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고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통일이 개인의 이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생은 지금 세대가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통일 관련 활동에는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자립한 뒤 굳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모두 통일의 필요성과 현실 가능성을 동시에 겨냥한 질문들이었다.
전문가들은 통일교육은 더 이상 통일을 해야 한다는 구호에만 머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평화와 민주주의, 정체성과 세대의 이해, 동아시아 질서와 같은 복합 요소를 함께 다루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일을 하나의 답으로 강요하기보다, 통일을 둘러싼 현실과 이상, 이익과 가치, 세대별 고민을 함께 풀어내는 교육이 앞으로의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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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15%·평화공존 65%… 통일교육 예산은 1인당 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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