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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도 '재심인용 의견' 냈는데 조용한 법원... 피해자 두 번 울리나

몇 달째 기다리고 있는 납북귀환어부 피해자들... 재심은 국가폭력 바로잡는 최소한의 절차

등록 2025.11.19 09:36수정 2025.11.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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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귀환어부 피해자들의 재심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그들 모두는 50여 년 전 국가의 손에 붙잡혀 고문당한 피해자들이지만, 2025년 오늘, 그들은 또 다른 국가기관의 침묵 앞에서 다시 고통을 겪고 있다. 검찰은 이미 "재심 개시가 상당하다"는 의견을 명확히 냈다. 그럼에도 법원은 몇 달째 결정을 미루고 있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이제는 단순한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진행형 국가폭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인수, 원현룡, 권태호, 장부길, 김진환 등 납북귀환어부 피해자들의 사연이다. 이 피해자들은 이미 한참 전에 재심신청을 냈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나도 여전히 법원에서 아무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결국 이 피해자들은 법원에 신속한 재심개시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피해자들의 의견서에는 공통된 문장이 등장한다.

"검찰은 재심개시가 상당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김인수·원현룡·권태호 사건의 경우 검찰에서 재심인용 의견을 낸 것은 올해 4월 7일이다. 그리고 장부길·김진환 사건의 의견은 지난 6월 26일 제출됐다. 검찰의 의견서 제출로부터 이미, 적게는 4~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한 피해자 가족은 법원의 재심개시 지연에 대해 이렇게 하소연하고 있다.

"검찰이 재심개시 의견을 낸 지도 오래됐습니다. 재판부의 재심개시결정이 지연돼서는 안 됩니다."

피해자들은 재심개시를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검찰의 재심 개시 의견이 있음에도 재판부가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피해 회복을 바라는 유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고 김진환 등 피해자 유족)


납북귀환어부 사건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70~80대다. 어떤 이는 이미 병원에 입원했고, 어떤 이는 재심 개시를 기다리다 숨을 거두었다. 그들에게 '재심개시 지연'은 단순한 시간 지체가 아니다. 재심이 개시되지 않으면, 명예회복도 불가능하고, 국가폭력으로 인한 피해보상 절차도 불가능하며, 특히 가족과 자식에게 진실을 밝힐 기회마저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법원이 움직이지 않는 동안, 피해자들은 삶의 끝에 다다르고 있다.


법원의 '지연', 그 자체가 피해자의 권익을 침해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납북귀환어부 사건에 대해 명백하게 국가의 잘못을 인정했다. 위원회는 국가에 "형사소송법에 따른 재심 등 명예회복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피해자들은 그 권고를 지키기 위해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은 의견서에서 그 권고의 취지를 명확히 반영해 재심개시 의견을 냈다.

"진화위 권고에 따라 재심절차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함에도 재판부의 재심개시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고 권태호 유족)

아무리 둘러보려 해도 재심개시 지연을 설명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 납북귀환어부 사건은 이미 여러 차례 재심이 인용된 사건이다. 법원은 과거 이 사건들과 거의 동일한 정황에서 고문, 강압수사, 허위자백을 인정해 수십 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들의 재판을 대리하는 최정규 변호사는 "동일한 시기에 발생한 유사 사건들이 이미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사건도 사안이 다르지 않다"라며, 그럼에도 재판부는 "기록 검토 중"이라는 설명 외에 이유를 밝히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기록 확보 문제는 본안 판단에서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재심개시는 죄의 유무를 다투는 단계가 아니다. 기본 사실과 위법 정황, 그리고 검찰 인용 의견만으로도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재심개시를 지연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

 재심을 촉구하는 재심의견서
재심을 촉구하는 재심의견서 변상철

재심은 국가가 피해자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국가폭력을 바로잡는 최소한의 절차다. 그리고 이 절차는 신속해야 한다. 정의를 지연하는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진실·화해위의 권고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검찰 의견도 따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시간을 낭비시키고 있다.

재심개시결정을 늦추는 것은 과거의 고문을 바로잡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제 법원의 침묵은 끝나야 한다. 재심을 개시하는 순간, 비로소 이 사건은 과거가 될 수 있다. 그 전까지, 사건은 피해자의 현재이며, 사법부의 지연은 국가폭력의 연장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변상철씨는 공익법률지원단체 '파이팅챈스' 국장입니다. 파이팅챈스는 국가폭력, 노동, 장애, 이주노동자, 환경, 군사망사건 등의 인권침해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률 그룹입니다.

#파이팅챈스 #국가폭력 #납북귀환어부 #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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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억울한 이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Fighting chance'라고 하는 공익법률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문두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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