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11.19 15:42수정 2025.11.1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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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생각하는 사람
박영호
2025년 을사년도 어느덧 끝자락에 와 있다. 참 다사다난한 해였다. 원주에서 동해로 이사하며 북평고로 옮겼고, 목공을 하다 손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부임도 못 한 채 한 달 넘게 병원에 머물러야 했다.
처음 북평고 교정에 들어섰을 때 느낌이 참 좋았다. 특히 굵직한 나무들이 가득한 화단이 마음에 들었다. 교사 뒤편에는 석류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체육관 앞의 작은 연못은 볼 때마다 정겹고 좋았다.

▲ 향나무
박영호
요즘 이렇게 좋은 풍경을 품은 학교는 흔치 않다. 우리 학교는 1946년에 개교한 학교라, 곧 낡은 교사를 새로 짓는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어제 출근할 때, 운동장에 조립식 교실을 실은 트럭이 가득 들어차고 교사 주위는 벌써 많은 이들이 나무를 정리하고 있었다.
화단에 자리한 나무들은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었다. 퇴근하면서 보니 붉은 띠를 감은 나무는 밑동이 잘려 정리되었고 푸른 띠가 둘린 나무는 이식할 준비를 마쳤다. 느티나무와 석류나무는 정리되고 단풍나무는 살아 남았다. 볼품 없이 키만 큰 소나무는 잘리고 크고 아름다운 반송은 옮겨진다. 오늘도 여전한 요란한 기계톱 소리에 잠시 수업을 멈추고 말했다.
"여러분은 복이 많은 거예요. 선생님이 많은 학교를 보았는데 우리 학교만큼 좋은 풍경을 가진 학교는 매우 드물답니다. 저기 있는 향나무는 모두 살아 남아서 훗날 내 나이만큼 되었을 때 찾아오면 반겨줄 겁니다."
오고 가면서 잉어와 붕어를 만나던 작은 연못은 이미 메워져 급식소를 짓는 공사장이 되었다. 곧 사라지는 아쉬운 풍경을 지금, 여기에 기록해 둔다.

▲ 잘려 나가는 나무
박영호

▲ 이식 준비를 마친 나무
박영호

▲ 정리된 나무
박영호

▲ 연못
박영호

▲ 석류나무는 이제 볼 수 없다
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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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운명 정해진 나무들, 그 자리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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