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행정복지센터 행정복지센터 현판 옆에 주민자치센터 현판이 나란히 걸려 있다
박상준
주민자치회가 출범한 지 4년.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 주민자치회에서 회장으로 활동하며, 동시에 덕양구 주민자치협의회 사무국장을 맡아 동네 곳곳의 주민자치회를 연결하고 있는 필자는 이 기간 내내 같은 질문 앞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주민자치는 언제 주민의 것이 되는가?'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동 단위의 정책과 사업을 직접 제안하고 결정하는 제도'로 홍보되지만, 현장에서 체감한 현실은 달랐다. 주민 참여는 구조적으로 제약되었고, 실무를 책임지는 간사는 '존재하지만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예산은 충분하지 않았고, 행정의 지시와 일정은 자치회의 자율성을 계속 좁히고 있었다.
이 글은 현장에서 직접 겪은 경험을 토대로 주민자치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그 해결책으로 '주민자치 법제화'가 왜 반드시 필요한지를 제안하는 글이다.
주민자치회 전환 4년, 제도는 바뀌었지만 현실은 그대로
2019년을 전후해 전국 곳곳에서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되었다. 고양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환 당시 기대도 컸다.
- 주민총회를 통한 주민 직접 결정
- 민관 협력을 통한 마을 의제 추진
- 동 단위에서 주도하는 생활정책 기획
- 자율사업 예산 확대
그러나, 제도의 간판만 바뀌었을 뿐 실제 운영방식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회의·사업 추진이 낮 시간에 고정된 구조가 문제가 되었다.
여기서 한 위원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주민자치회라는데 직장인은 오지도 못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늘 비슷합니다. 결국 '주민'은 없고, 몇몇 위원만 남는 구조가 되죠."
실제 효자동뿐 아니라 고양시 덕양구 21개 동 대부분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주민이 참여해야 돌아가는 조직'이 '참여가 어려운 주민들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조직'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대표성 없는 주민자치회? 구조적 한계가 만든 왜곡
주민자치회 회의는 평일 오후에 열리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행정과의 협의, 회의실 사용, 공무원 배석 등 행정의 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직장인, 자영업자, 돌봄 노동자, 청년, 학부모 등의 참여율은 매우 낮다. 그러다 보니 위원 구성도 편중되고, 다양성은 심각하게 훼손된다. 이는 주민자치회가 '주민을 대표하는 조직'이라는 기본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주민총회에서 수십 개의 마을 의제가 도출되곤 한다. 하지만 그중 실제로 실행되는 것은 일부다.
기획·예산·추진·보고·평가 과정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할 '지속 가능한 실무 체계'가 없으면 사업이 중간에 멈추기 쉽다.
실제로 효자동에서 운영했던 복수의 마을 사업이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추진 인력이 없어 다음 단계로 못 넘어간다"는 이유로 보류된 적이 있다.
마을 주민들은 "우리가 제안하면 뭐하냐", "총회는 보여주기 아닌가"라며 회의감을 표하기도 했다.
주민자치회의 가장 아픈 부분, '간사 인건비 현실화' 문제
주민자치회의 운영은 누가 할까? 위원들이 사업을 결정하고 참여한다면, 실무는 대부분 간사가 담당한다. 그런데 이 간사는 비상근, 비현실적 수당, 업무 정의 불명확, 시간 외 노동 다수, 전문 교육 기회 부족의 상태에서 일하고 있다.
효자동의 경우 간사가 회의 준비, 회의록 작성, 위원 연락, 문화강좌 운영, 사업비 정산, 주민총회 지원, 공모사업 대응, 행정 협의까지 도맡아야 했다.
그러나 인건비는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어떤 동에서는 간사가 "천 시간 일하고, 백 시간만 인정받는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구조가 지속된다면 주민자치회의 전문성은 커질 수 없고, 위원들의 피로도는 계속 상승한다.
간사 인건비 현실화는 주민자치회 운영의 핵심 중 핵심이다.
행정 의존이 만든 '반쪽 자치'
주민자치회가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자율성은 '행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라는 한계를 갖는다.
예를 들어 회의 일정, 주민총회 일정, 예산 집행 방식, 보고 양식, 사업 추진 절차 등이 대부분 행정의 절차에 맞춰져 있다.
형식적으로는 주민 주도지만 실질적으로는 '행정의 사업을 주민이 대신 추진하는 구조'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민자치회는 법적 지위가 약하다. 그래서 독자적 예산 편성권이 없고, 사업 선정의 자율성이 제한되며, 행정 예산의 의존도가 높고, 사업의 지속성을 주민자치회가 보장하기 어렵다.
자치라는 단어와 현실의 간극은 이 지점에서 가장 크게 드러난다.
왜 법제화가 필요한가? 현장의 답은 단순하다
주민자치회를 제도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법제화다. 법률로서 주민자치회의 지위, 역할, 권한, 책임, 인력, 예산을 규정해야 한다.
법제화가 된다면 간사 인건비가 안정적으로 책정되고, 책임·권한이 명확해진다. 또 사업 예산뿐 아니라 운영 예산(사무비·교육비·운영비)이 안정적으로 보장된다. 주민총회, 의제발굴, 사업평가 등 주민 참여 방식이 표준화되어 형식적 행사로 전락하지도 않는다. 나아가 행정 위탁 수준이 아닌, 주민자치회의 독립된 의사결정권이 보장되며 정보공개·회계·평가가 법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효자동 주민자치회의 4년, 그 현장에서 본 가능성과 절망
효자동 주민자치회는 많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의제를 제안하고, 주민총회 참여율도 꾸준히 늘어났다. 마을 교육 프로그램, 환경 개선 활동, 지역축제 등 다양한 사업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 성과는 자연 발생한 것이 아니라, 몇몇 위원의 끝없는 희생과 간사의 헌신 위에서 겨우 유지된 것이었다.
위원 교체 시 사업 연속성 단절, 실무 대응 인력 부족, 신입 위원 교육체계 미흡, 주민 의견이 행정 절차에 가로막히는 현실이 모든 것이 반복되면서 위원들의 피로는 쌓여갔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계속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다음의 다섯가지가 필요하다.
① 주민자치회 법제화: 자치권·예산권·운영기준을 법으로 보장.
② 간사 인건비 현실화: 전문성·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정책.
③ 주민총회 개선: 주민 의견이 실제 동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안정 보장.
④ 다양한 주민 참여 확대: 회의시간 조정, 온라인 참여, 숙의공론 방식 도입.
⑤ 행정과의 관계 재정립: 행정은 '지원자', 주민자치회는 '결정자'라는 원칙 확립.
주민자치회는 실패한 제도가 아니다. 단지, 안정된 기반 없이 굴러가고 있을 뿐이다.
법적 토대가 마련된다면 주민자치회는 행정의 부속 조직이 아니라 주민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모으고 마을 문제에 가장 정확하게 대응하며 지역의 변화 동력을 만드는 대한민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 기관이 될 수 있다.
그간 주민자치회 현장을 지켜본 나는 확신한다.
'주민자치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법과 제도가 따라야 한다.'
나는 오늘도 주민들과 함께 마을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걸음을 내딛는다. 그리고 이 글이 주민자치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작은 불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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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현장, 발빠른 소식 - 고양e뉴스 | 에디터 박상준입니다.
고양시를 중심으로 수도권 주요 소식과 지역 경제, 현장 이슈를 직접 취재하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그 본질을 끝까지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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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4년, 왜 아직도 제자리걸음인가" 현장에서 쌓인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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