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적 복지는 왜 대학생을 놓치는가

[주장] 선별의 좁은 문을 넘어 도약을 위한 단단한 바닥으로

등록 2025.11.21 09:34수정 2025.11.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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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통학길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기자가 통학길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김서현

매일 새벽 5시, 알람이 울리면 반쯤 감긴 눈으로 몸을 일으킨다. 인천에서 서울의 학교까지 왕복 6시간의 통학길에 오르기 위해서다. 어른들은 흔히 '20대가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시기'라고 말하지만, 내 현실은 치열한 생존에 가깝다.

서울에서 자취할 때는 월세와 생활비를 벌려고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했다. 학업에 영향을 미칠까 봐 주말에만 했지만, 평일에도 영향이 갔다. 몸이 힘들어서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시험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결국 자취를 그만두고 통학을 선택했다. 서울의 월세와 보증금,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부모님의 노후 자금을 빼앗아 쓰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하지만 하루 6시간의 통학은 녹록지 않았다. 하루의 4분의 1을 버스나 지하철에서 보내다 보니 개인 시간은 언감생심이다. 늘 피곤한 탓에 기본적인 수면권과 건강권을 지킬 수 없었고, 미래를 위해 꿈꿀 기회조차 빼앗겼다. 이 6시간은 비단 개인의 특수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최소한의 삶을 보장한다던 복지 제도는 치열하게 생존을 고민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는 닿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생의 삶을 통해 본 선별복지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대학생을 여전히 부모에게 종속된 존재로 보는 낡은 기준에 있다.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이 부모로부터 경제적, 정서적으로 독립하려 해도 지금의 제도는 부모의 소득을 곧 나의 소득과 동일시한다. 제도는 가족을 완벽한 경제 공동체로 전제하지만, 현실에서 가족이라는 틀은 말 그대로 '틀'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이 기준은 날로 다양해지는 가족의 형태조차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제도와 현실의 괴리 속에서, 도움이 절실한 누군가는 끊임없이 배제되고 탈락하고 있다.

여기에 도움을 받으려면 먼저 성과부터 증명하라는 조건이 더해진다. 현재 대부분의 지원금은 성적이나 활동 실적을 요구한다. 문제는 이미 시간적 여유가 있는 대학생은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먼 거리를 통학하거나 알바에 치여 사는 대학생은 그 기회에서조차 배제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 지원 받는 학생들은 확실한 도움을 받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선별복지는 이들에게조차 또 다른 짐을 지운다. 먼저, 지원을 받게 되더라도 수많은 조건과 증빙으로 옭아맨다. 부산시 청년디딤돌카드를 받은 한 청년은 매월 구직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서를 내고, 인증받고, 영수증도 내야 했다고 말한다. 지급된 포인트는 자격증, 학원비, 면접 복장 구입 등 취업 관련으로만 사용할 수 있게 제한되어 있었다.


종합격투기 선수를 꿈꾸는 청년에게는 재활치료가 절실했지만, 취업에 필요한 것만 쓰는 지원책에서 재활은 허용되지 않았다. 지원을 받으면서도 정작 필요한 곳에는 쓸 수 없는 모순은 선별복지가 수혜자에게조차 만드는 또 다른 족쇄다.

마지막으로 선별복지는 '재분배의 역설'을 일으킨다. 재분배의 역설이란 저소득층에게 집중하는 복지제도일수록 오히려 빈곤 완화 효과가 떨어진다는 내용이다. 수혜자를 좁게 설정하면 혜택에서 배제되는 시민들은 복지재원 마련에 동참하기를 꺼린다. 여기에 '나는 세금만 내고 혜택은 못 받는다'는 불만이 쌓이면서, '수혜자 대 납세자'의 대립 구도를 부추긴다. 그러면 재원이 더디게 확보되고, 복지도 느리게 확충되어 결과적으로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첫 목표조차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다만 이 모든 한계는 선별복지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지, 선별복지의 무용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선별복지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메꾸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부모 소득 기준에 걸려 탈락한 학생, 성과를 증명하지 못해 배제된 학생, 사용처가 제한되어 정작 필요한 곳에 쓰지 못하는 학생, 선별복지는 이들을 놓치고 있다.

그렇다면 부모 소득을 묻지 않고, 성적을 요구하지 않으며, 용처조차 제한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부산 청년기본소득 연구는 그 답을 보여준다.

 대학생기본소득서포터즈 활동 사진
대학생기본소득서포터즈 활동 사진 대학생기본소득서포터즈

선별과 증명을 넘어선 대학생의 삶

2022년 재단법인 부산형사회연대기금은 만 18세부터 만 34세의 부산에 거주하는 청년 총 10명에게 7개월 동안 월 1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선별복지와 달리 부모 소득을 따지지 않았고, 성적을 요구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돈을 받은 후에도 계획서나 영수증을 제출할 필요도, 용처 제한도 없었다. 매달 통장에 100만 원이 입금될 뿐이었다.

청년들은 이 돈으로 누군가가 손에 쥐어준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하고 싶은 일에 손을 뻗어 선택할 수 있었다. 7개월간 어디에 돈을 써야 하는지 눈치 보지 않고,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났다. 부산 청년기본소득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자유롭게 자기 꿈에 투자하며 실패해도 된다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이들에게 기본소득은 100만 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꿈을 꿀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 자체를 준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7개월이라는 짧은 연구 기간만으로 장기적인 정책의 효과를 단정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해당 사례는 기존 선별복지와 달리 조건과 심사 없이 주어지는 소득이 청년들의 삶을 실제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본소득은 개인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급된다. 기본소득을 받기 위한 과정에는 자산 조사도 자격 심사 과정도 없다. 사용 후에도 내가 어떤 곳에 얼마만큼 썼는지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모두의 몫을 정당하게 모두가 나누어 가지자는 것이 기본소득이다.

기존의 선별복지 시스템 속에서 대학생은 철저히 검증받고 증명해야 하는 존재다. 부모의 소득, 성적, 증빙 서류라는 기준에 맞춰 이리저리 분류될 뿐이다. 하지만 부산 청년기본소득 사례가 보여주듯 조건 없이 주어지는 소득은 온전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변화시킨다. 생계 걱정을 덜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비로소 본인의 삶을 향한 도약이 가능해진 것이다.

대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가난을 증명해야 열리는 좁은 문이 아니라, 마음껏 뛰어오를 수 있는 단단한 바닥이다. 이제는 대학생들을 조건 속에 가두고 던지는 일을 멈추고 그들이 마음껏 삶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할 때다.
#대학생기본소득서포터즈 #시간주권 #기본소득 #복지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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