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호반길과 쉰질바위 수려한 용담호반길의 큰골 끝까지 들어가자 쉰질바위 봉우리(왼쪽 상단)가 나타난다. 바위 뒤쪽의 등산로로 올라가면 호수와 주변의 일품 전망을 볼 수 있다.
(사)사람길걷기협회
마을 사람들은 한 마음이었다. 애경사에 같이 슬퍼하고 기뻐했고, 서로 일해 주었고, 서로를 빌어주었다. 정월 초하루에서 보름까지는 매일 집집마다 다니면서 잘되게 도와달라고 사물놀이를 했다. 마을엔 300년 이상 된 세 그루의 당산나무가 있었다. 정월대보름엔 당산제가 열렸다. 한 해가 질 때면 청년들은 모여서 달집피우기 마무리불을 했다.
강은 마을의 일부였다. 당시엔 마을 분이 만든 나룻배가 있었다. 가을에 보리 한 말을 주면 자유이용권처럼 탈 수 있었다. 넓은 강변에선 별의별 놀이가 다 벌어졌다. 씨름, 연날리기 등으로 놀다 물로 도망가기도 하고 수영도 했다. 옛날엔 강에 고기가 많았다. 학생들은 학교 갔다오다 "고기 잡을까?" 하면 책보를 놓고 손으로 고기를 잡았다. 잡은 고기는 크기 별로 분류해 가위바위보를 해서 학생 수대로 나눠 집에 가져갔다.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고향'
아이들은 남의 오이밭에 들어가 서리도 하고, 복숭아, 배, 자두를 주인 몰래 따먹기도 했다. 주인은 알아도 용서해 주었다. 아이들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키우는 마을의 보배였다. 그 아이들이 커서 객지에 나가 일하면 고향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 고향을 위해 객지에서 열심히 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객지 자식들은 설날이 되면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잔치를 열고, 마을을 위해 돈을 내 놓았다. 그 기금으로 마을 공동 경비도 쓰고, 마을 어른들은 봄 가을로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삶이 만들어졌다. 그 삶들을 만들었던 68개 마을이 수면 아래 잠겼다. 마을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은 내내 아픔이 되었다. 마을 사람을 애써 수소문해 보지만 "누구네 돌아가셨어"라는 소식만 가슴을 때린다.
한삼희씨는 더 아프지 않으려고 부친의 논이 있던 자리에 집을 지었다. 처음 들어올 땐 오지 소리를 들었다. 여우와 삵은 빈번하게 나타났고 독사가 집 경내에 살기도 했다. 고향은 물 속에 잠겼지만 지척인 이곳에 다시 고향을 개척했다. 아직 전기는 안 들어오지만 자가 발전 시스템도 갖췄다. 진안군과 산림청에 수 없이 요청해 길에 가드레일과 반사경도 설치하고 사방댐도 놓았다. 그에겐 고향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에 이곳만은 지키고 싶었다. 더 이상 안전사고나 거리낌이 없는 곳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 큰골의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깊은 골짜기가 잘 정비돼 있고 산뜻한 길가의 필요한 곳마다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다.
(사)사람길걷기협회
그래서 그 때의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싶었다. 집 밖의 주변과 계곡과 길을 수시로 정비하며 그는 지금도 기다린다. 그들이 올 이 길에 CCTV와 가로등도 설치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갖고 있다. 고향의 추억과 그리움을 나누는 번듯한 고향 집이 되어 그들을 맞이하고 싶다. 그 시절만 생각하면 행복하고 생기가 돈다. 현직이 있어 내내 거주는 못하지만, 주말이나 휴일이면 반드시 집에 온다.
그가 써 붙여 논 '황골마을' 이정표는 그냥 지나는 사람에겐 작디 작은 하나의 표시에 불과하지만 그에겐 삶의 전부가 응집된 것이다. 그의 어릴 때의 꿈이고, 그리운 사람들이 이정표를 따라 찾아올 곳이다. 다시 돌아가고픈 추억이고, 지금까지 삶을 일군 원동력이며, 끝내 죽어서라도 가고 싶은 고향이다.
그 길은 아름다운 추억을 담았고, 다시는 잃지 않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이 길을 지켜온 한 분으로 인해 죽도교에서 용평대교 사이 10km의 용담호반길을 쾌적하고 안락하게 걸었다. 이 길을 걷다 만난 벚꽃 터널길은 4월 벚꽃 필 때 꼭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다.

▲벚꽃터널길 사람들이 몰라 한적하고 수령이 오래된 벚나무가 빽빽한 약 1km 길이의 용담호반길 벚꽃길은 봄마다 최고의 벚꽃 터널을 이룬다.
(사)사람길걷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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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학술관련 IT회사 창업, 판교테크노벨리 IT 벤처회사 대표로 재직 중에 건강을 위해 걷기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 Hiker로 살며 사단법인 사람길걷기협회를 설립하고 이사장에 추대되었다. 사람길로 국토 종주길 창시자, 현재 사람길국토종주단 인솔 중. (사)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KIC Silicon Valley Alumni 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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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없는 고향, 수몰 마을 옆에 집을 지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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