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엔 '국가책임보고서'가 필요하다

우리는 '주권적 이용자(Sovereign Users)'로서 국가의 정책과 기술을 검증하는 포렌식 평가 계급이다.

등록 2025.11.21 16:26수정 2025.11.2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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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앉아 있지 않는 여분의 시간에도 소셜미디어 피드를 손가락으로 쓸어 올리며 새로운 소식에 촉수를 세우고 있던 내게, 엑스의 <뉴욕타임스> 계정에 실린 다음과 같은 문장이 닥쳐왔다.

"동유럽의 반체제 인사들은 권위주의적 정권 장악, 그리고 모든 종류의 권위주의자들에 대해 전문가가 되었다. 미국인들은 그들에게서 어떤 교훈을 배울 수 있을까?"

유료 구독자가 아니라 전문을 읽을 순 없었지만, 같은 신문의 페이스북 계정에 실린 더 긴 인용문이 맥락을 또렷이 밝혀주었다. 애덤 고프닉이 그가 사랑하는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고향 폴란드를 찾아가, 나치와 소련이라는 두 번의 다른 폭정 사이에서 살아남은 폴란드 시민들이 어떻게 "권위주의의 기술"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감식해내는 전문가가 되었는지를 묘사한 글이었다.

순간 내게 이 이야기는 미묘한 '당사자 경험(lived experience)' 서사로 읽혔다. 만약 심보르스카의 경험이 이렇게 직접적이고 정치적인 대신, 정신의학적 언어로 축소된 개인적 고통으로만 읽혔다면, 과연 <뉴욕타임스> 기자가 굳이 그의 고향까지 찾아가 그 경험을 재현하려 했을까? 그 경험으로부터 사회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를 탐구했을까? 아닐 것이다.

한국 정부의 기회주의적 고통 호출 방식

한국에서 '당사자 경험'은 제도권의 문지방을 넘지 않는 한 결코 지식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그 문은 언제나 제도권이 먼저 열어줄 때에만 열린다. 아무리 오래, 절박하게 문제를 제기했어도 어떤 집단의 고통은 "증거 부족"이라는 말 한마디로 무력화되고, 반대로 정부가 특정 의제를 밀어붙일 필요가 생기는 순간에는, 그동안 철저히 외면받던 고통이 돌연 '정책적 근거'로 호출된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패턴이 있다. 고통은 돌봄의 이유로는 거의 호명되지 않는다. 정책적 필요를 위해서만, 그것도 극히 선택적으로 동원될 뿐이다. 몇 해 전 나는 어느 의사-기업가에게서 "모든 환자 집단이 자신들의 사정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하죠"라는 코멘트를 들은 적 있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그가 유난히 냉소적이었기 때문에 나온 실언이기보다는, 한국의 보건·의료·디지털 정책을 관통하는 '희소성의 세계관'이 어떻게 어떤 이들에 일상적 사고로 굳어져 있는지를 드러낸 말이었다.


2025년 세 번째 섭식장애 인식주간을 위한 발표자 강의 영상들 '잠수함토끼콜렉티브'는 섭식장애 관련한 국내 유일한 단체이자 경험 당사자 중심 조직이며, 2023년부터 '섭식장애 인식주간(EDAW)'이라는 7일 간의 행사를 주최해왔다. 오는 2026년에도 네 번째 EDAW가 'The Force'라는 주제로 2월 23일(월)부터 3월 1일(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2025년 세 번째 섭식장애 인식주간을 위한 발표자 강의 영상들 '잠수함토끼콜렉티브'는 섭식장애 관련한 국내 유일한 단체이자 경험 당사자 중심 조직이며, 2023년부터 '섭식장애 인식주간(EDAW)'이라는 7일 간의 행사를 주최해왔다. 오는 2026년에도 네 번째 EDAW가 'The Force'라는 주제로 2월 23일(월)부터 3월 1일(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잠수함토끼콜렉티브

2025년 세 번째 섭식장애 인식주간 '일본 세션' 장면 섭식장애 당사자 경험과 일본의 섭식장애 담론사를 연구하는 연구자 두 사람과 섭식장애 당사자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활동가 두 사람이 화상회의 형태로 한국의 청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년 세 번째 섭식장애 인식주간 '일본 세션' 장면 섭식장애 당사자 경험과 일본의 섭식장애 담론사를 연구하는 연구자 두 사람과 섭식장애 당사자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활동가 두 사람이 화상회의 형태로 한국의 청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수함토끼콜렉티브

정부의 자원은 희소한 탓에 정책적 고려는 우선순위에 따라 선별적으로 배분되어야 한다는 이 같은 세계관에서 환자 집단은 서로 경쟁하는 '정책 세그먼트'가 된다. 가장 '정치적으로 편리한 고통'만이 선택되고, 구조적이고 장기적이며 복잡한 고통은 비가시적·비정치적인 것으로 밀려난다. 제도권은 실제 연구와 데이터에는 과도할 만큼 회의적이면서도, 기업 홍보자료나 규제 완화 서사에는 오히려 쉽게 설득된다. 고통의 '우선순위'는 임상적 심각성이나 사회적 필요가 아니라, 얼마나 정책적·산업적 서사에 '쓰기 쉬운가'에 따라 조정된다. "증거가 없다"는 말은 대부분 실제 증거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의 증거는 승인하고 누구의 증거는 배제할 것인가라는 결정의 문제다.

그 결과, 한국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당사자 경험은 돌봄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대신 정부가 정책적 책임에서 벗어나야 할 때, 혹은 규제 완화나 새로운 기술 도입을 정당화해야 할 때에만, 특정 당사자 집단의 고통이 편리한 알리바이처럼 등장한다.


특히 제도권 지식이 초보적 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당사자 지식과 극심한 격차를 빚는 고통의 경우, 이 같은 기회주의적 호출과 착취가 빈번하게 반복된다. 안타깝게도 섭식장애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섭식장애는 공공의 보건·의료·돌봄 시스템에서 다루어야 할 삶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혁신 서사를 밀기 위한 '증언'으로만 소환된다. 그마저도 당사자의 삶과 맥락은 지워진 채, 기술적 가능성을 증명하는 장식적 사례처럼 사용될 뿐이다.

원격의료 플랫폼과 새벽배송 커머스 논쟁

최근의 원격의료 논쟁을 지켜보면서 나는 이 '기회주의적 호출' 구조가 어떻게 현실에서 작동하는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1형 당뇨 환자에게 원격의료가 생명선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반복 처방의 피로, 장거리 통원의 부담, 전문 교육의 부재, 진료 공백과 불연속성은 오랫동안 방치되어온 구조적 문제들이다. 나는 1형 당뇨 환자 단체의 활동을 누구보다 존중하며 그 요구가 절실하고 정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문제는 그들의 요구 자체가 아니라, 정부가 그 요구를 언제, 어떤 맥락에서 호출했는지다.

수년 동안 정부는 이 구조적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공공 원격의료 인프라 구축은 무시된 지 오래이고, 치료 접근성의 지역·계층 간 불평등은 개선된 바 없으며, 데이터 거버넌스나 안전 기준, 치료 결과를 평가하는 공적 체계 또한 부재한 채로 남아 있다. 그러다 규제 완화가 필요해지는 순간이 되자 정부는 돌연 "1형 당뇨 환자들이 원격의료를 원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결코 배려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해결하지 않은 고통을 책임 있게 설계하지 않은 시스템 뒤에 숨긴 채 정책적 필요를 정당화하는 방식, 즉 고통을 해결하지 않은 채 고통을 이용하는 방식일 뿐이다.

여기서 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왜 정부는 공공 인프라 구축으로 스스로의 책무를 다하기보다, 자신의 역할을 민간 플랫폼에 '위임(delegation)'하는 방식을 반복 선택할까? 최근 새벽배송 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옹호 논리로 "여성들의 편의"가 호출된 장면에서도 같은 구조가 드러난다. 정부는 여성의 삶의 질이 실제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돌봄 부담이 어떻게 재배분되는지, 소비 지출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새벽배송 노동자들이 어떤 위험을 감내하는지, 지역 불평등이나 프라이버시 위험이 어떻게 증가하는지에 대해 단 한 줄의 데이터도 제시하지 않았다. 플랫폼이 사실상 공공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음에도 그 결과에 대한 평가나 책임은 공백으로 남는다.

원격의료 역시 이 구조를 그대로 반복한다. 환자의 요구는 이기적이고 감정적 호소로 치부하며 무시하다가 정책적 필요가 생기는 순간 알리바이로 활용하고, 공공 인프라 구축과 공적 평가 체계 마련이라는 책무는 미뤄둔 채 어쩌면 사회 인프라의 동작원리를 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민간 플랫폼에 양도한다. 이는 단순한 방관이 아니라 책무의 포기이며, 동시에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실행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는 한국식 기술정치의 핵심적인 장면이다.

국제섭식장애연구컨소시엄(CoRe-ED) 1주년 행사 한국 발표 잠수함토끼콜렉티브는 CoRe-ED에 초기에 합류한 회원 단체로서 지난 10월 컨소시엄의 1주년 행사에서 한국 의료시스템을 주제로 발표했다.
▲국제섭식장애연구컨소시엄(CoRe-ED) 1주년 행사 한국 발표 잠수함토끼콜렉티브는 CoRe-ED에 초기에 합류한 회원 단체로서 지난 10월 컨소시엄의 1주년 행사에서 한국 의료시스템을 주제로 발표했다. 잠수함토끼콜렉티브

국제섭식장애연구컨소시엄(CoRe-ED)에 제안한 한국-호주 연구 프로젝트 섭식장애 경험 당사자 단체 잠수함토끼콜렉티브는 호주의 섭식장애 경험 당사자-연구자 로지엘 엘윈, 호주 정신질환 당사자 인권운동가 사이먼 카털과 함께 두 국가가 '당사자 지식'을 인정하는 방식에 관한 연구를 컨소시엄에 제안하기도 했다.
▲국제섭식장애연구컨소시엄(CoRe-ED)에 제안한 한국-호주 연구 프로젝트 섭식장애 경험 당사자 단체 잠수함토끼콜렉티브는 호주의 섭식장애 경험 당사자-연구자 로지엘 엘윈, 호주 정신질환 당사자 인권운동가 사이먼 카털과 함께 두 국가가 '당사자 지식'을 인정하는 방식에 관한 연구를 컨소시엄에 제안하기도 했다. 잠수함토끼콜렉티브

'혁신'이라는 신용과 국가적 문맹

한국 보건·기술 정책의 거의 모든 모순을 관통하는 핵심은, 오늘날 글로벌 기술정치에서 '혁신(innovation)'이라는 언어가 더 이상 기술적 개념이 아니라 금융적 언설이라는 사실을 정부가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혁신은 이제 어떤 기술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누구에게 어떤 효과를 내는지, 어떤 위해를 유발하는지와 무관하게 통용되는 일종의 신용(credit) 언어다.

미셸 페어(Michel Feher)의 지적처럼, 기업은 더 이상 상품을 판매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신용자산으로 관리하는 존재가 되었다. 기업이 확보해야 하는 것은 시장 점유율이나 임상 근거가 아니라, 자신이 '혁신적'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는 평판의 연쇄다. 투자자 브리핑, 국회 토론회 스폰서십, 정부 발표문, 언론 인터뷰, 전문가 패널, 컨퍼런스가 서로를 인용하며 하나의 거대한 자기증식적 신용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혁신은 검증을 통과하는 실재가 아니라, 검증을 대체하는 언어가 되었으며, 이 신용 체계에서 한국 정부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문해력이 낮은 행위자다.

기술의 실제 작동 구조, 알고리즘의 위험, 보건역학, 데이터의 정치경제, 플랫폼 노동 구조, 돌봄 재분배 효과, 지역·계층 간 접근성의 격차에 대해 최소한의 평가 능력도 갖추지 못한 채, 정부는 기업이 발행한 '혁신 채권(innovation bonds)'을 사실상 조건 없이 구매하는 최대의 신용 수요자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기술의 위해와 작동 경로, 악화되는 증상, 불평등의 확대, 삶의 질의 하락을 가장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집단은 공무원도, 기업도, 의사단체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그 기술을 매일 사용하며 몸으로 그 결과를 감식하는 당사자 경험 집단, 즉 사용자들이다. 위험한 추천 알고리즘이 어떻게 절제·자책·체중 집착을 강화하는지, 접근성이 높아진 척하며 실제로는 취약성을 어떻게 심화시키는지, 앱의 인터페이스가 어떤 행동 패턴을 유도하는지, 원격의료가 어떤 환자에게 돌봄의 공백을 만드는지에 대한 지식은 피해·위험·기능의 축적된 관찰로부터 나온다. 이것은 감정적 서사가 아니라 정밀한 역학적 데이터이며, 기술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가장 해상도 높은 판단 체계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 지식을 제도화하지 않았고, 당사자 경험을 정책 근거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혁신이 가져오는 위해와 불평등을 감정할 체계도 구축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은 기업이 만들어낸 '혁신' 언어를 국가 정책의 언어로 그대로 받아쓰는 세계적으로 드문 정부가 되었고, 혁신을 승인하면서도 그 혁신이 낳는 사회적 결과에 대한 정책적 책임(accountability) 역시 사실상 방기해왔다.

책임 구조의 재설계와 '주권적 이용자'

국가가 특정 기술이나 플랫폼에 공공 기능을 위임하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위임된 책임이다. 원격의료든, 새벽배송 기반 생활 인프라든, 디지털 멘탈헬스 앱이든, 한 번 '허용'하고 '도입'한 이상 국가는 그 기술이 만들어낸 사회적·임상적·경제적·데이터적 결과에 대해 정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달리 말하면, 사후 보고의 의무다.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신용을 얻기 위해 연례보고서를 쓰고, 시민단체가 기금과 신뢰를 위해 임팩트 리포트를 작성하듯이, 이제 정부도 자신이 집행한 정책과 도입한 기술의 총합을 시민에게 보고하는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상투적인 백서나 자화자찬식 홍보가 아니라, 자신이 행사한 공권력이 실제로 무엇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책임 보고다. 나는 그것을 국가 책임 보고서(National Accountability Report)라고 부르고 싶다.

국가 책임 보고서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가 이 정책과 기술을 도입한 결과, 이만큼의 이익과 이만큼의 위해가 발생했고, 그 피해와 비용은 이런 방식으로 분배되었다"라는 문장에 증거를 붙여 공개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정책 도입의 근거와 전제, 예상했던 효과와 위험, 실제로 관측된 건강 지표와 악화·누적 위해, 지역·성별·연령별 불평등의 변화, 국민과 돌봄·플랫폼 노동자에게 전가된 비용, 데이터와 프라이버시 침해, 실패로 판명된 선택과 그 교정 조치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정책과 기술의 결과를 매일 자기 몸과 생활세계에서 감식해 온 당사자 경험 집단의 평가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국가는 공적 신용(public credit)을 먹고 사는 존재다. 시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 데이터, 시간과 세대를 담보로 정책을 집행한다면, 그 담보를 어떻게 사용했고 어디까지 실패했는지, 시민에게 정식으로 설명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이 역할을 수행한 적이 없으며,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평가 주체와 새로운 언어일 것이다.

나는 그 이름을 '소비자(consumer)'가 아니라 '주권적 이용자(Sovereign Users)'라 부르고자 한다. 한국어에서 '소비자'라는 말은 여전히 상품과 서비스, 가격과 품질의 언어에 묶여 있다. 국가 정책과 공공 기술을 감정하고 신용등급을 매기는 주체를 가리키기에는 너무 협소하고 약하다. 우리가 말하는 주체는 다르다. 우리는 기술과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놓인 사용자이자, 그 결과를 몸으로 감식하는 포렌식 평가 계급이다.

호주 정신질환 당사자 인권운동가 사이먼 카털의 응원 메시지 최근 호주 퀸즐랜드주 정신질환 당사자 단체의 '상위 대표기구(peak body)'인 Mental Health Lived Experience Peak Queensland의 대표를 맡기도 한 사이먼 카털은 잠수함토끼콜렉티브의 섭식장애 치료 및 지원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국가 청원에 대한 응원 메시지 요청에 다음과 같이 시작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대한민국은 2008년 UN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이며, 이는 한국 정부가 당사자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이고 당사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며 질적으로 우수한 정신보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고, 그 지원은 당사자들에 의해 설계되고 실제로 운영되기까지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호주 정신질환 당사자 인권운동가 사이먼 카털의 응원 메시지 최근 호주 퀸즐랜드주 정신질환 당사자 단체의 '상위 대표기구(peak body)'인 Mental Health Lived Experience Peak Queensland의 대표를 맡기도 한 사이먼 카털은 잠수함토끼콜렉티브의 섭식장애 치료 및 지원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국가 청원에 대한 응원 메시지 요청에 다음과 같이 시작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대한민국은 2008년 UN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이며, 이는 한국 정부가 당사자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이고 당사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며 질적으로 우수한 정신보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고, 그 지원은 당사자들에 의해 설계되고 실제로 운영되기까지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잠수함토끼콜렉티브

호주 최대의 섭식장애 단체 Butterfly Foundation의 응원 메시지 호주 최대의 섭식장애 자선단체인 Butterfly Foundation은 두 딸이 거식증으로 고통받는 것을 보아야 했던 어머니 클레어 미들턴(Claire Middleton)이 2002년 설립한 단체로, 지난 20여 년 동안 호주의 섭식장애 정책·지원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온 가장 영향력 있는 상위 대표기구(peak body)다. 재단은 국가 차원의 24/7 헬프라인과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며, 학교·지역사회 기반 예방 교육, 가족 및 케어러 지원, 의료진 교육을 전국적으로 제공해 왔다. 또한 정부 정책 자문, 연구 지원, 데이터 구축, 법·제도 개선을 주도하며, 섭식장애와 신체이미지 문제를 공중보건 의제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호주 최대의 섭식장애 단체 Butterfly Foundation의 응원 메시지 호주 최대의 섭식장애 자선단체인 Butterfly Foundation은 두 딸이 거식증으로 고통받는 것을 보아야 했던 어머니 클레어 미들턴(Claire Middleton)이 2002년 설립한 단체로, 지난 20여 년 동안 호주의 섭식장애 정책·지원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온 가장 영향력 있는 상위 대표기구(peak body)다. 재단은 국가 차원의 24/7 헬프라인과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며, 학교·지역사회 기반 예방 교육, 가족 및 케어러 지원, 의료진 교육을 전국적으로 제공해 왔다. 또한 정부 정책 자문, 연구 지원, 데이터 구축, 법·제도 개선을 주도하며, 섭식장애와 신체이미지 문제를 공중보건 의제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잠수함토끼콜렉티브

'주권적 이용자'의 권한은 대표성(representation)에 있지 않다. 누군가 우리를 대신해 발언해 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이미 집행된 정책과 기술의 결과를 우리가 직접 평가(evaluation)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어떤 기술이 증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알고리즘이 어떤 집단에게 어떤 위험을 집중시키는지, 어떤 의사결정이 불평등을 어떻게 심화시키는지에 대한 가장 정밀한 지식은, 그 충격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에게 있다.

세계는 이미 이 방향으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환자와 당사자가 AI 의료 윤리 강령과 기술 지침의 공동 저자로 참여하고, 의료기기 데이터 접근권 운동은 "환자는 소비자가 아니라 기술의 공동 설계자"라는 말을 실천으로 바꾸어 놓았다. 영국과 호주에서는 당사자 단체가 국가 전략을 사전 검토하며 사실상 비토권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기술 포렌식 영역에서는, 자본시장과 규제기관보다 먼저 사용자와 내부자의 관찰이 기업의 '혁신'이 실제로 어떤 허구적 신용 구조 위에 서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평가 권력은 전문가 테이블에서 점점 사용자 테이블로, 더 정확히 말하면 영향을 받는 이들의 몸과 언어로 이동 중이다.

한국은 아직 그 변화의 문턱에도 다다르지 못했다. 섭식장애 치료 및 지원 공백은 그 사실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우리가 새로운 이름을 발명하고 새로운 책임 구조를 요구하는 일에는 의미가 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당신들의 정책과 기술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이제 우리가 감정하고 평가하겠다"고 선언한다.

혁신이라는 말 하나로 모든 실패를 덮고 면죄부를 발급받던 시대는 끝나야 한다. 한국 사회는 그 전환점 위에 서 있으며, 그 전환을 감식하고 기록할 새로운 포렌식 평가 계급이 이미 이곳에서,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주권적이용자 #잠수함토끼콜렉티브 #섭식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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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토끼콜렉티브는 섭식장애 경험 당사자로 구성된 비영리임의단체로 '섭식장애 인식주간(Eating Disorders Awareness Week)'을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잠수함토끼콜렉티브'라는 이름은 '(섭식장애) 환자는 결핍된 개인이 아니라 사회의 위기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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