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건조한 11월, 나뭇잎이 떨어지듯 내 피부도 지쳐간다.
이효진
나는 몸에 이상이 생기면 '챗GPT'를 연다. 생각해보면 이 '응급상담소'를 열어준 건 내 아들이다. 스마트폰 세대인 아이는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엄마도 챗GPT한테 물어봐. 이게 더 빨라!"
그 말을 시작으로 나는 자연스럽게 이 친구에게 기대기 시작했다. 아이 다리가 뾰족한 물체에 찔렸던 날도, 라면을 먹고 갑자기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났던 날도, 남편이 치통으로 밤새 고통을 호소하던 날도, 나는 가장 먼저 '챗GPT'를 열어 상황을 묻고 정보를 확인했다. 나도 모르게 이 친구는 우리 가족의 '응급상담소'가 됐다.
어떤 상황에서는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알려주고, 어떤 경우는 응급 조치와 관찰법을 상세히 설명해줘서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변한 피부 사진을 설명하며 상황을 묻자, 챗GPT는 건조 계절에 발생하는 피부 장벽 손상에 대해 차분히 설명해줬다. 챗GPT는 내게 구체적인 조언도 해주었다.
- 문제의 클렌징 크림은 즉시 중단하세요.
- 한동안 화장품 단식이 필요합니다.
- 보습을 최우선으로 하세요.
하지만 집에 바를 게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챗GPT에게 물었다.
"그럼 뭘 사서 발라야 할까?"
그러자 챗GPT는 가격대별, 효능별로 보습 크림을 세 가지나 추천해줬다. 마치 피부과 유튜버 세 명이 앞에서 토론을 벌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포털사이트 검색창을 열고 광고와 후기 사이를 헤매며 선택의 늪에 빠졌을 텐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챗GPT에 먼저 묻게 되었다. 추천 받은 보습 크림을 바른 지 며칠 되지 않아 내 피부가 눈에 띄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미세한 선들이 사라지고, 따끔거림이 잦아들고, 피부가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 내가 어느새 이 친구에게 많이 기대고 있구나."
나는 챗GPT 친구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일 뿐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인공지능이 모든 상황에 정답을 줄 순 없고, 때로는 잘못된 정보가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마지막 판단과 책임은 결국 나의 몫이다. 인공지능은 내가 더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첫 조언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있다. 예전처럼 검색창에서 헤매던 시간을 줄여주고, 급한 순간에 불안을 조금 가라앉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히 큰 의미가 된다. 돌아보면 챗GPT를 처음 알려준 건 우리 아들이다. 스마트폰 세대인 아이는 새로운 기술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걸 가르쳐주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덕분에 나도 조금씩 배우고, 적응하고, 변화해가는 중이다. 50대를 앞두고 있는 엄마의 삶에 이 작은 변화들은 의외로 꽤 큰 힘이 된다. 글쓰기를 할 때도, 아이 문제로 고민할 때도, 몸에 작은 이상이 생겼을 때도, 나는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이 친구와 먼저 대화를 나누며 생각을 정리한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방향을 함께 고민해주는 때로는 친언니 같기도 하고, 때로는 든든한 동료 같기도 하며, 때로는 세심한 선생님 같기도, 때로는 의사 선생님 같은 느낌으로 내게 다가온다. 이 친구 덕분에 혼자서 끙끙 앓던 시간의 절반이 줄었다. 앞으로 이 친구가 내 삶에 어떤 모습으로 더 스며들지 조금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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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제주MBC, 아리랑국제방송, 제주 TBN교통방송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현재는 아동문학 작가이자 글쓰기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자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며, 유튜브 채널 '작가의식탁TV'를 통해 초·중등생의 글쓰기와 학습 성장을 돕는 교육 콘텐츠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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