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경찰서와 법원 드나들던 위기청소년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소년범죄예방 정책이 123대 국정과제로 채택된 이유

등록 2025.11.24 09:41수정 2025.11.2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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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법정 청소년비행예방센터의 법교육 체험장
▲모의법정 청소년비행예방센터의 법교육 체험장 최원훈

10년 전, 청소년비행예방센터에서 자신의 꿈을 그린 아이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낯익은 사진 한 장이 눈에 띄었다. 10대 시절의 미소가 아련하게 남아있는 반가운 얼굴의 20대 청년이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때때로 과거의 추억을 소환한다.

10년 전, 청소년비행예방센터에서 대안교육 담임으로 근무할 때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학교 수업 대신 법무부 교육을 받으러 온 '위기청소년'들이 얌전하면서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교실에 앉아있었다.

학교에서 대안교육을 의뢰한 이유는 출결불량, 수업방해, 교권침해, 흡연 등이었다. 또한 절도, 폭력, 주민등록법위반, 오토바이 무면허운전 등 초기 비행으로 검찰에서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10대들의 교육과정도 운영했다. 법원반은 가정법원 소년부가 보호관찰 처분에 대한 부가처분으로 교육을 명령한, 비교적 재범 가능성이 높은 청소년들이었다.

1교시 프로그램은 마인드맵(mind map)과 자기소개 시간이었다.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자신을 표현할 기회였고, 아이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재기 발랄했다. 문제 학생들은 학교에 대해서는 '잠자는 곳', '노는 곳', '편하지 않은 집', '내가 없는 곳' 등 부정적인 비유를 많이 했지만, 자신의 꿈은 대체로 진지하고 예쁘게, 매우 열심히 그렸다.

장래 희망으로 가장 많이 꼽은 10가지 직업은 요리사, 미용사, 간호사, 유치원 선생님, 가수, 자동차 정비사, 경찰, 직업군인, 청소년 상담사, 사회복지사였다. 아이들의 마인드맵에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배려하며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당시 내가 담임을 맡았던 반에서 대안교육을 수료했던 남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료 후 한 달이 지났을 때였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소년이었다.


"선생님, 잘 지내시죠? 만나 뵈러 갈게요."

"언제 올 거니?"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소년은 전화를 끊은 지 10분 만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도 20분 이상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뭐 타고 왔길래 이렇게 빨리 왔냐?"

"오토바이 타고 170 밟았습니다."

"천천히 다녀라. 위험해!"

"배달 말고 다른 아르바이트 하면 안 되겠니?"

아이들은 빨리 간다. 가슴속에 있는 생채기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채근한다. 아이들은 빨리 가고 싶어 해도, 어른들은 천천히 가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상처도 함께 나이를 먹고 성장하는 것임을 교육을 통해 깨닫게 해야 한다. 비행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는 엄벌주의 사법으로 재범률을 낮춘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몇 년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토바이 소년의 근황을 접했다. 소년은 자신의 마인드맵에 그렸던 것처럼, 늠름한 직업군인으로 성장해 있었다.

인성교육과 체험활동 위주의 대안교육 프로그램은 진로 탐색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서 학교 적응과 교우관계 등 환경개선에 도움을 주었다. 비행성이 심화되어 재범을 하며 방황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10대 시절을 힘겹게 지나온 위기청소년들은 취업하거나 검정고시, 대학 진학, 군 입대를 하면서 자신들의 꿈을 향해 다가갔다. 청소년비행예방센터의 또 다른 이름은 청소년꿈키움센터다.

보호처분 집행 현장의 현실

하지만 소년법과 보호처분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관심 부족으로 보호처분 집행 현장의 여건은 그동안 별로 개선된 것이 없었다. 보호관찰 인력 및 소년원 시설 확충을 위한 법령 개정과 예산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 13살 촉법소년인 여학생이 금요일 퇴근 무렵에 보호관찰소에 출석했다. 이혼해서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아빠 집에서 주말을 보내고 오겠다고 보고했다. 야간외출제한 명령을 이행 중이었고, 내가 담당하는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 90명 중의 1명이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급 당 학생 수가 20~30명인 점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소년 보호관찰 담당 공무원이 얼마나 많은 소년 대상자를 지도·감독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행정처리를 하고 상황을 입력하면서 무심코 물었다.

"아빠는 얼마 만에 한 번씩 만나러 가니? 한 달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보고 싶을 때마다 만나러 가요."

하교 시간이라 면담 대기 중인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출석면담을 마치고 돌아서는 소녀의 눈망울이 슬퍼 보였다.

국정과제로 추진되는 청소년비행예방센터 개편

최근 정부가 확정한 123대 국정과제에 '청소년비행예방센터 개편, 소년원 과밀해소' 등의 내용이 들어갔다.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를 강력사범을 포함한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와 분리하여 별도의 공간에서 관리·처우하고 낙인효과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간다면, 현장의 실무자 입장에서 혁신적이고 획기적이라 생각된다. 또한 초기 비행 예방 교육부터 보호관찰 지도·감독까지 통합적으로 접근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재범을 방지하는 것이 옳다.

심리학자 테리 모핏은 범죄자를 '평생 지속형 범죄자'와 '청소년기 제한형 범죄자'로 구분했다. 평생 지속형은 상습범, 성인범이 되어 평생에 걸쳐 범죄를 저질러 보호처분 단계의 수백, 수천 배에 이르는 사회적 비용을 국민에게 부담시킨다.

대다수인 청소년기 제한형은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에 비행을 저지르지만, 소년사법절차에서 대안교육과 보호관찰, 소년원 교육을 계기로 범죄와 단절하고 성인이 되는 시기에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소년범죄예방 정책의 지향점을 잘 보여주는 현장의 지도 사례

중학교 때 집단 따돌림을 당해 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소년(만 16세)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학교에 부적응하며 가출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사기를 저질러 소년부 법정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소년의 손목과 팔에 주저흔이 선명했다. 학교 부적응, 부모의 불화와 별거, 좌절감, 자살 시도로 인한 상처였다.

보호관찰 담당자는 소년의 정서적 안정과 동기 부여를 위해 관내 병원과 연계하고 예산을 지원해서 주저흔 제거 시술과 심리치료 등 정신과 치료를 동시에 진행했다. 1년이 지난 후,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다시 학교로 돌아간 소년은 보호관찰소 직업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평소 관심을 가졌던 콘텐츠 제작 수업시간에 만든 작품이 포털에서 정식 판매되었다. 자아존중감을 회복한 소년은 작가가 되겠다는 꿈이 생겼고,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주권정부가 소년사법 통합기관 운영과 소년원 과밀수용 해소 등 소년범죄예방 정책을 국정과제로 채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소년법에 따라 위기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자 국가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호처분 집행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국민적 관심은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동력이 될 것이다.
#소년법 #촉법소년 #소년원 #보호관찰 #소년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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