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많은 할머니'의 황혼 육아, 책 읽기도 남다릅니다

[서평] 최윤순 <판 깔아주는 흥 많은 할머니>

등록 2025.11.25 09:28수정 2025.11.2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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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황혼 육아, 조부모 육아 이야기는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나도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를 7년 넘게 하고 있기에 '조부모 육아'란 말이 참 친근하게 다가온다. 책 <판 깔아 주는 흥 많은 할머니>(2025년 11월 출간)를 출간한 최윤순 작가도 황혼 육아 7년 차로, 매일 오후 손주들이 있는 집으로 출근하는 '흥 많은 할머니'다.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내가 조부모 육아 책 출간 선배로서 추천사를 써 주었기 때문이다.

 책표지
책표지 미다스북스

저자는 늦은 나이에 어렵게 합격한 초등학교 영어 전담 교사로 근무하며 기쁨과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손주 육아도 결국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며 큰딸 삼남매 육아를 시작했다. 이 글을 읽으며 모임 지인이 생각났다. 어느 날 모임에 온 지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생님들, 저 큰 고민이 생겼어요."
"무슨 고민인데요?"
"큰딸이 곧 출산하는데 손주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걱정하고 있어요. 제가 명예퇴직하고 손주를 돌봐주는 게 맞을까요?"

"선생님, 정년이 10년은 남았을 텐데 지금 그만두는 건 조금 아깝긴 하네요."
"저도 그런 생각이 들긴 하는데 남편이 명퇴하고 같이 손주 육아하자고 하네요."

지인은 고민 끝에 정년을 10년 정도 남겨둔 시점에 명예퇴직하고 지금까지 손주를 돌보고 있다. 지금도 그때 '명퇴'하기 잘했다며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도 직장을 그만두고 큰딸 삼 남매와 작은딸 남매를 번갈아가면서 7년째 육아하고 있다. 주변에서만 봐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손주 육아에 뛰어드신 분이 많다.

두어 달이 지나 손자들과 어느 정도 편안한 관계가 형성되었다.(중략) 둘째는 아침마다 얼굴 가득 웃음을 담고, 실눈을 뜨며 할머니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꽉 안아 주라며 보드라운 엉덩이를 들이미는 모습에 할머니는 홀딱 빠지고 말았다.

나는 쌍둥이 손자 5개월이 지난 때부터 돌보았기에 손자들과 자연스럽게 적응했지만, 저자는 손자들이 말로 의사를 표현하는 시기부터 육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주들과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흥 많은 할머니는 손주들과 주거니 받거니 '밀당'하며 위기를 잘 넘겼다. 할머니에게 다가오는 손주들을 보며 '세상에 누가 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손주 육아가 점점 즐거워졌다고 한다.

할머니가 '판'을 까는 즐거운 육아시간


나는야 신나는 흥머니! 손자들만 만나면 흥머니의 생각 주머니는 자꾸만 커진다. 풍선처럼 둥둥 날아가기도 하고, 열기구처럼 부웅 떠다니는 손주들 생각 뿐! 딸은 흥머니가 뭐냐며, 인터넷에도 없는 단어라고 난리다. 그렇지만 손주들이 오면 종종 거리는 놈, 날뛰는 놈, 소리치는 놈 등 삽시간에 온 집안이 들썩 거리고 초토화된다. 그 순간 할머니의 머릿속은 활짝 열린다.

저자는 점심 먹고 딸 집에 가서 오후에는 손주들과 달콤한 시간을 보낸다. 요즘 조부모 육아가 대세지만 육아의 형식은 모두 다르다. 책 제목처럼 흥 많은 할머니는 '판'을 깔아주고, 아이들은 '쇼'를 하는 즐거운 육아 시간을 보낸다. 큰손자가 동생과 싸워서 엄마에게 야단맞고 풀이 죽어 있을 때 "귤 받아라" 큰 소리로 외치며 야구 좋아하는 손자에게 귤 하나를 야구공처럼 던져준다. 손자가 귤을 받으면 "나이스 캐쳐!"라고 말해주며 손자의 기분을 풀어준다.

저자는 손주들과 책 읽기도 놀이처럼 한다. 스톱워치를 누르고 책 읽기에 도전한다. <알사탕> 책을 읽을 땐 박하사탕 한 봉지를 사서 입속에 하나씩 넣어주고 입안에 퍼지는 처음 먹어본 낯선 맛을 느끼게 하며 즐겁게 책을 읽는다. 책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손주들의 창의성도 발견하게 되고 손주들도 책 읽기의 즐거움에 빠지게 된다.


특히 명절에는 '가족 장기자랑' 포스터를 만들어 혈액형으로 팀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내어 즐거운 장기자랑 시간을 갖는 모습도 나온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판을 깔았지만, 매년 명절 때마다 하다 보니 손녀들이 포스터를 꾸미고, 스스로 사회도 보는 즐거운 상상 놀이터가 되었다. 이런 작은 놀이가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씨앗이 되길 '흥 할머니'는 바란다.

어렵지만 의미 있는 일

황혼육아에서 중요한 것은 본인 건강을 챙기는 일이다. 건강하지 못하면 마음은 있어도 손주 육아에 참여할 수 없다. 저자는 매일 아침 일어나 기도하고, 독서 동아리에서 내준 숙제를 새벽에 한다. 아침밥도 꼭 챙겨 먹고, 여덟 정거장 떨어진 운동 센터에 가서 운동하며 마음 건강, 몸 건강을 챙기려고 노력한다. 오전 시간은 자신을 위해 쓰고, 오후에 손주 육아하러 달려간다.

손주 돌보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예기치 않은 변수가 많고, 사랑 없이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힘들다고 아무 때나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중략) 돌봄은 단순히 아이를 보살피는 일이 아니다. 인내와 사랑, 그리고 세심함의 가치를 깨닫게 해 준다.

각 장 끝에는 '세대 간의 소통 노트, 육아 놀이터 만들기'등 조부모 육아의 문답을 실어서 조부모 육아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알려준다. 저자는 황혼육아의 어려움이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제약이 생기는 거'라고 한다. 이 말에 공감이 된다.

나도 주말 육아를 하기에 대부분 주말에 있는 경조사 등에 잘 가지 못한다. 저자는 육아하는 요즈음에도 시간을 촘촘하게 짜서 자신을 위해 오전 시간에 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고, 복지관에서 피아노를 배우는 등 자신을 가꾸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이렇게 하려면 건강이 첫째이고, 육아를 의무가 아니라 기쁨으로 해야 한다.

내가 출간한 책과 분위기가 닮은 책 나도 지난 6월 말에 손주 육아 책을 출간했다.
▲내가 출간한 책과 분위기가 닮은 책 나도 지난 6월 말에 손주 육아 책을 출간했다. 유영숙

다음은 내가 쓴 추천사 일부분이다.

요즘 조부모 육아가 대세다. 하지만 육아의 형식은 모두 다르다. 나도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를 7년이나 하고 있지만, 저자의 조부모 육아는 참 새롭다. 흥 많은 할머니가 쓴 '조금은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한 판!'이 궁금하시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라고 권해 드린다. - 유영숙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의 저자

이 책을 읽고 조부모 육아의 다양한 방법을 배우고 더불어 손주들이 안겨주는 기쁨을 느끼기 바란다. 손주 육아는 힘들지만, 손주들이 주는 기쁨은 훨씬 크다는 것을 손주 육아 7년인 저자와 내가 공통으로 느낀 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판 깔아주는 흥 많은 할머니 - 다섯 손주와 엮어가는 유쾌하고 다정한 날들

최윤순 (지은이),
미다스북스, 2025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판깔아주는흥많은할머니 #주말마다손주육아하는할머니 #황혼육아 #조부모육아 #최윤순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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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출신 할머니로 7년 째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2025년 6월에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를 출간하였습니다.


톡톡 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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