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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결속? 이재명 정부는 왜 윤석열 정부 그대로 답습하나

[최기원의 세금 이야기] 80조 원 청구서, 사라지지 않는 '나쁜 세금 감면'

등록 2025.11.26 11:53수정 2025.11.2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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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각에서 정부 조세재정정책의 이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세금과 예산은 민주정치의 전제이자 결론이며,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기자말]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세지출, 각종 세금 감면과 비과세 조치를 일컫는 말이다. 지난 윤석열 정부의 '역대급' 세금 감면 조치는 세수 결손과 부자 감세 논란으로 이어졌고,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 조세지출의 남용을 줄기차게 비판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조세감면을 정비해서 국세감면의 법정 한도를 준수하겠다고 했고, 무분별한 조세 지출 방지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했다. 새 정부의 세법 개정안과 예산안이 베일을 벗은 이 시점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그 다짐을 이행하고 있을까.

2026년 조세지출예산서상 국세 감면액은 80.5조 원으로 사상 최고를 훌쩍 넘어섰다. 2025년에 비해 4조 원이 증가했다. 국세 감면율은 16.1%로 2024년과 사상 최고를 다투는 수준이다. 4.8% 증가가 예상되는 국세 수입에 비해 국세 감면액은 5.3%가 늘었다. 들어오는 세금보다 더 많이 깎아주기로 마음먹었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에 감사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국세 감면 법정한도를 크게 상회하는 세금 감면을 거침없이 남발한 탓에 덩달아 국세 감면 법정한도도 덩달아 높아졌다. 직전 3년 국세 감면율 평균에 0.5%p를 가산한 비율로 법정한도가 결정되는 공식상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법정한도는 14.3%에서 16.5%로 수직 상승했다. 그 결과 이재명 정부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세금을 깎아주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유산(?) 덕에 법정한도율 위반을 피할 수 있었다.

거대 양당은 상대가 무책임한 세금 감면을 남발한다고 비난해 왔지만 사실 어느 정부건 조세지출은 크게 늘어 왔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조세지출은 44.3%(19.5조 원) 늘었고, 윤석열 정부 3년간 조세지출은 23.5%(13조 원)가 늘었다. 과거 연평균 3~4조 원 조세지출을 늘린 추세만큼 이재명 정부도 늘린 셈이다. 그 점에서 이번 조세지출예산안은 법정 한도만 지켰을 뿐, 과거의 추세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꾸준히 늘어난 조세지출은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혜택으로 돌아갔다. 2021~2026년 중·저소득자의 조세지출은 연평균 5.3% 늘었지만 고소득자는 11.4%씩 증가했다. 중소기업은 7.1%씩 늘었지만,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은 16.3%씩 늘었다.

국세 감면액이 법정한도를 넘어서더라도 이에 기반해 차년도 감면한도를 인정해 주는 희한한 한도율 계산 공식 때문에 다음 해에도 역대 최고 수준의 국세 감면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내년도 국세 감면율이 계획대로 16.1%로 이행한다면, 2027년도 국세 감면 법정한도율은 16.6%가 된다. 문재인 정부의 평균 국세 감면율보다 2%p 이상 높은 감면 여력을 임기 내내 누리는 '뉴노멀'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연간 4조 원, 임기 전체로 20조 원 수준이다.


비효율적 세금 감면, 골라내지도 못했다

조세지출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적절한 재정지출이 경제에 도움이 되듯 적절한 세금 감면도 촉진제 역할을 한다. 재정지출과 조세지출은 경제 주체의 부담과 편익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그 본질이 같다. 문제는 남발되는 세금 감면, 격차를 벌리는 세금 감면, 비효율적인 세금 감면, 특정 주체에 공익적 목적 없이 혜택을 주는 세금 감면이다.


이재명 정부도 그런 세금 감면을 솎아 내고, 지속가능한 재정 지출의 범위에서 국정과제에 해당하는 여러 영역에서 조세지출을 확대하거나 재정지출 형태로 대체할 수 있었다. 전략산업과 과학기술을 지원하고 지역 소멸과 기후대응을 위한 조세지출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문제적인 조세지출 항목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 국정 장악력이 높은 정권 초가 구조조정 적기이고, 그래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조세지출 구조조정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의 이번 예산안은 과연 비효율적 조세지출을 골라냈을까? 실패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번에 일몰 기한이 도래하는 72건의 세금 감면 항목 중 65건(90.3%)는 그대로 연장된다. 과거에 비해 감면을 종료시킨 건수 자체는 약간 늘었지만, 이들은 애초에 실적이 없거나 감면액이 미미한 것들이다. 감면 예상액을 기준으로 보면 일몰시킨 감면은 0.2조 원으로 감면이 연장된 19.5조 원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몰 도래 72건 중 11건은 그 규모가 확대되었으며, 일몰 대상이 아닌 세금 감면 건 중에서도 11건은 감면액이 늘었다. 축소는 2건에 불과하다. 여기에 새로운 세금 감면 항목 다섯 건이 추가된다. 결과적으로 조세지출은 확대되는 양상이다.

조세지출의 남용을 막기 위해 이미 갖추어 놓은 시스템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정부는 조세지출 중 정비가 가능하다고 보는 항목을 적극적 관리 대상으로 분류해 일몰 시 폐지나 축소 등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적극적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 항목들을 대부분 일몰연장했다. 9회 이상 관행적으로 일몰 연장을 시킨 건을 다시 일몰 연장 조치한 건도 다섯 건에 달한다.

좀비처럼 살아 남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세종시 국세청사 정문에 "균공애민 - 세금을 고르게 하여 국민을 사랑하라"는 표지석이 세워져있다.
세종시 국세청사 정문에 "균공애민 - 세금을 고르게 하여 국민을 사랑하라"는 표지석이 세워져있다. 연합뉴스

세법 개정안 제출을 앞두고 이재명 정부의 조세지출 개혁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시금석은 두 가지라고 보았다. 첫 번째는 선거 과정에서 온갖 세금 감면을 공약한 마당에 과연 법정한도율을 준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새 정부는 재정지출과 민관펀드, 정책금융 지원책에 좀 더 무게를 두고 공약했던 여러 세금 감면책을 이번 연도에는 현실화하지 않는 선택으로 가까스로 법정한도율을 맞추기는 했지만, 앞서 말한 대로 '상처뿐인' 한도 맞추기라는 점에서 본질적 한계는 뚜렷하다.

두 번째는 '적폐' 조세지출 항목을 청산해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비효율적인 데다 특별한 수혜로 간주할 수밖에 없어 줄기차게 폐지 요구를 받지만 수혜 집단의 반발을 두려워하는 정치의 생리 속에서 끝내 살아남는 조세지출이 있다. 이쪽 방면의 '최종 보스'가 올해 일몰 여부 연장 여부 시험대에 올랐다. 바로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다.

제도가 처음 시행된 시점인 1999년에는 정책 목표가 확실했다. 현금 거래를 통한 자영업자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거래를 촉진해야 했고,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그 일익을 담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카드 거래가 보편화되어 정책 목표가 달성된 한참인 지금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관행적으로 일몰이 연장되면서 연간 4~5조 원에 달하는 세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시효가 끝난 '과표 양성화' 목표는 세월이 흐르며 '소비 촉진을 통한 내수 활성화'라는 목표로 슬그머니 바뀌었다. 일종의 경기부양책으로 변모한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좋거나 나쁘거나 상관없이 '묻지마' 공제가 이어지고 있는 사실부터가 '경기부양' 근거의 박약함을 드러낸다. 부양 효과조차 의문이다. 신용카드로 쓴 금액을 일부 과표에서 빼 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소비를 더 할까? 조세특례심층평가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현금으로 어차피 쓸 소비를 신용카드로 할 뿐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근의 소득 상승으로 인해 누진세 체제에서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부담하게 된 상위 소득 집단의 불만을 줄여주는 정치적 목표만 앙상하게 남았다. 과표에 상관없이 정해진 금액을 납부 세금에서 빼 주는 세액공제에 비해, 과표가 되는 소득에서 공제하는 소득공제는 소득이 높을수록 크게 유리해진다. 제도를 저소득층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약간씩 개편시켜 오기는 했지만, 어쨌든 소득공제라는 방식은 구조적으로 격차를 벌리는 방식으로 작용하고 누진소득세의 작동을 축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런 문제로 말미암아 주기적으로 시행되는 '조세특례 심층평가'에서 단계적 폐지 권고가 나오고 있지만, 이번 정부의 선택은 정반대다. 도리어 일몰을 28년까지 연장하고 저출생 대책을 명목으로 자녀 수에 따라 소득공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소득이 높아 이미 결혼과 출산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이들에게 혜택을 집중시키는 소득공제 확대가 저출생 대책일 수 있는지 의문이기도 하거니와, 관 속에 들어갔어야 할 정책을 임기 중에 살려두겠다고 한 선언은 새 정부의 조세지출에 대한 혁신 의지를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이런 모든 점들을 종합해 보면, 이재명 정부의 조세지출 예산서는 조세 혁신과 거리가 먼 경로 의존의 산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자 감세'나 '재정의 지속가능성' 같은 추상적 구호는 실제 예산안과 숫자 앞에서 그 실체를 드러낸다. 한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두 당이 '감세 동맹'이라는 은밀한 결속으로 이어져 있다는 그 본질 말이다.
#감세 #조세지출 #2026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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