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우리도 떠난다"... 이재정 의원이 말하는 한국형 ODA의 핵심

국제개발협력의 날 맞아 자립형 협력 모델 강조... "수원국 스스로 문제 해결하는 구조가 중요"

등록 2025.11.24 10:46수정 2025.11.2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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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제개발협력의 날 관련 인터뷰 진행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제개발협력의 날 관련 인터뷰 진행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ACN아시아콘텐츠뉴스

11월 25일은 '국제개발협력의 날'이다. 2009년 한국이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공식 가입한 날을 기념해 제정된 것으로, 올해 처음 법정기념일로 시행된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가 된 한국의 변화가 그만큼 깊어졌음을 보여주는 기념일이다.

그러나 국제 환경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국무부와 국제개발처(USAID)의 예산을 감축하며 미국의 공적개발원조(ODA)지출을 줄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 역시 긴축 재정 속에서 개발협력 예산을 축소하거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있다. 국제사회에는 '리더십 공백'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 상황은 한국에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안양 동안을)을 만나 국제개발협력의 날이 갖는 의미와 한국형 ODA의 방향을 물었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글로벌사우스협력위원장을 맡아 ODA 공약을 설계했고, 현재는 국회 글로벌 지속가능발전·인도주의 포럼 공동대표로서 다양한 국제협력 의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ACN아시아콘텐츠뉴스

"국제개발협력의 날은 한국이 이제 책임 있는 공여국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날입니다. 개발협력은 외교의 주변부가 아니라 국가전략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재정 의원은 한국이 단순히 공여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이제는 개발협력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때라고 강조했다. K콘텐츠와 ICT, 반도체 등으로 높아진 국가 위상 뒤에는 수십 년간 축적된 ODA 현장 경험이 있고, 정부·학계·시민사회가 함께 쌓아온 국제 네트워크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시민사회가 수행하는 개발협력이 가진 힘에 주목했다.

"시민사회가 추진하는 사업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공공외교 역할까지 합니다. 장기적 파트너십과 인권·젠더·평화 의제는 한국의 이미지와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인수위원회 없이 정부가 출범한 탓에 5대 국정과제에는 국제협력이 독립적으로 반영되지 못했지만, 이 의원은 "중요도가 낮아서가 아니라 국정기획 일정의 한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선 당시 글로벌사우스협력위원장을 맡아 지속가능한 개발협력·인도주의 전략을 담은 별도의 ODA 공약을 설계한 바 있다.

한국의 ODA 집행 실적은 DAC 기준 2024년 약 39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국민총소득(GNI) 대비 비율은 0.21%로 OECD 평균(0.33%)보다 낮다. 일본(0.34%)보다 낮고, 북유럽 국가들의 0.7~0.9%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이 의원은 "ODA는 자선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지는 일이며, 주권국의 권리만큼 의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방문한 아프리카 우간다 Kiswa Health Center .
▲지난 9월 방문한 아프리카 우간다 Kiswa Health Center . 이재정 의원실

-'한국형 ODA'강조하고 있는데 'K-ODA'가 기존 방식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한국형 ODA의 핵심을 '언젠가는 우리도 떠난다'로 설명합니다. 결국 수원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자립형 구조가 중심입니다. 트럼프 정부의 감축 속에서도 한국 사업이 지속되는 이유도 바로 그 점에 있습니다."

이 의원이 꼽은 대표 사례는 '케냐과학기술원'이다. 단순히 건물을 짓는 데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KAIST의 교육·연구 모델을 현지에 이식해 케냐가 자체적으로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구조다. 라오스 불발탄(UXO) 제거 사업 역시 같은 원리에 기반한다.

한국이 직접 제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라오스 정부와 여성 군인 중심 전담부대(Unit 58)가 스스로 탐지·제거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구조다(관련 기사: 트럼프는 떠났고, 코이카는 남았다 https://omn.kr/2cy2p)

2026년도 한국의 ODA 예산은 약 5조 1000억 원이다.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액이지만 이 가운데도 글로벌 보건·기후변화 분야는 약 1000억 원이 증액됐고, 청년 인재 양성과 국제기구 진출 지원 예산은 오히려 확대됐다. 국제기구 초급 전문가(JPO) 파견 역시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돼 시행 중이며 내년에도 유지된다.

이 의원은 "경제 규모를 보면 ODA는 언젠가 늘려야 한다"면서도 "전 정부에서는 정상외교 뒤 '선물식' 지원이 반복되며 중복·일회성 사업이 늘어났고 이제는 그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국제개발협력 체계는 국무조정실 산하 국제개발협력위원회(CIDC)가 총괄하지만, 유상·무상·양자·다자 사업이 부처별로 분리돼 추진되면서 중복 사업과 현장 실효성 저하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이 의원은 "이제는 정부·민간·국제기구를 한 축에서 조정하는 전담 외청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정 의원이 KOICA 글로벌 협력의사 프로그램이 운영 중인 우간다 뮬라고 국립 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이재정 의원이 KOICA 글로벌 협력의사 프로그램이 운영 중인 우간다 뮬라고 국립 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이재정 의원실

- 외청 신설이 왜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유상원조는 기재부·수출입은행, 무상원조는 외교부·KOICA로 나뉜 구조에서는 전략과 집행의 통합이 어렵습니다. 예산 규모만 보면 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 등 중견 부처급입니다. 영국·스위스·일본처럼 전담 기관을 갖춘 모델을 참고해야 합니다."

이 의원은 앞으로 K-ODA의 방향을 '정책 중심', '자립형 협력', '청년 참여 확대'로 정리했다. 국제보건·기후위기·디지털 전환·젠더·인권 등 글로벌 핵심 의제를 중심으로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 하며, 시민단체·지방정부·사회적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에 청년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넓히는 방안도 강조했다.

이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국회 글로벌 지속가능발전·인도주의 포럼에는 여야의원 30여 명과 UNHCR·UNICEF·IOM 등 국제기구, 빌게이츠재단·GAVI 같은 글로벌 보건 단체, 주요 NGO, 학계·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포럼은 오는 27일 국회에서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을 논의하는 세미나를 연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 의원은 "국제사회의 공백이 커진 지금이 한국 ODA의 방향성을 다시 확인할 순간이라며 한국이 자립형 ODA와 실용외교를 통해 '책임 있는 공여국'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ACN아시아콘텐츠뉴스에도 실립니다.
#이재정의원 #ODA #국제협력의날 #실용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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