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초록 웹자보
추연이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지역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 잡은 후투티가 가장 먼저 참가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인디언추장새', '오디새'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후투티는 화려하고 독특한 형태로 유명한 새이며, 한눈에 봐도 이국적인 모습으로 인해 아이들은 물론 성인 참가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원래 여름철새로 알려져 왔으나 기후위기의 진행 속에서 국내에서 텃새화 되었다. 때문에 한겨울에도 종종 관찰되지만 개체수가 많지 않아 실제로 마주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날 장남평야에서 월동 중인 후투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경험은 참가자들에게 특별한 순간이 되었다.
후투티의 관찰이 끝날 즈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다시 펼쳐졌다. 바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대형 맹금류인 흰꼬리수리가 장남평야 하늘을 가로지르며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꼬리깃이 뚜렷한 흰색으로 구분되는 성조였기에 망원경 없이도 식별이 가능할 만큼 선명했고,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숨을 죽이며 그 위용에 집중했다. 흰꼬리수리는 우리나라에서도 번식과 월동을 하지만 도시 인근에서 관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장남평야는 이 맹금류가 주기적으로 찾는 중요한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이 날의 만남은 장남평야 보전 왜 지속되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 흰꼬리수리의 비행모습
김정래
겨울철 장남평야를 찾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독수리를 위한 먹이주기를 진행했다. 정육점에서 얻어온 부산물들을 장남평야 한복판에 모아 놓았다. 겨울을 견디기 위해 장남평야로 내려오는 독수리에게 이 먹이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현장에서 직접 독수리를 보지는 못했지만, 텅 빈 들판 위에 올려둔 먹이는 분명 이 대형 조류가 다시 이곳을 찾는 이유가 될 것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 독수리 먹이를 주는 모습
김정래
후각으로 먹이를 찾는 독수리의 습성을 떠올리며, 자신들이 놓고 온 먹이를 독수리가 발견해 뜯어먹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들판에 놓인 먹이가 새들의 생존을 돕는 작은 징검다리가 되길 바란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흘러나왔고, 장남평야의 겨울 생태가 앞으로도 지속되기 위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아이들 스스로 되새겨보는 시간이 됐다.
생명은 책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직접 보고 느껴야 진짜 이해가 시작된다. 아이들은 몇 달 동안 이어진 탐방을 통해 산과 하천의 흐름을 관찰하고, 여름부터 가을, 그리고 겨울로 이어지는 생태의 변화를 몸으로 경험했다. 마지막 일정에서 철새와 맹금류의 군무를 목격한 경험은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순간이 되었고, 많은 참가자들은 올 한 해 동안의 활동을 돌아보며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 탐조를 진행하는모습
김정래
장남평야를 찾은 철새들의 모습은 단순히 아름답고 특별한 풍경을 넘어, 우리 사회가 자연과 공존을 위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묻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기후위기의 변화 속에서 텃새가 되어 버린 후투티, 개발 압력 속에서도 다양한 멸종위기의 생명을 품고 있는 장남평야, 그리고 이곳을 찾는 멸종위기 맹금류는 생태계가 여전히 우리의 선택과 정책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연을 보호한다는 말은 선언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실제 현장을 지키고, 아이들이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는 일은 미래세대를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직관적인 실천이다.
올해 '우리의 초록' 활동은 이렇게 생명의 흔적을 쫓고 자연의 시간을 함께 체감하는 과정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장남평야의 들판을 가르며 낮게 날던 큰고니와 큰기러기, 갑작스레 하늘을 가로지른 흰꼬리수리, 묵묵히 들판에서 먹이를 찾던 후투티 등 그날의 풍경은 참가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 생태감수성이 높아진 만큼 우리 사회도 한 걸음 더 생명의 편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며, 여전히 개발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위정자들에게 이 장면이 조용한 경고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우리의 초록 단체사진
김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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