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천단 중국 정부는 명청시대 황제가 제사를 지낸 천단과 천단 주변 경관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주변에 경관을 해치는 고층 건물은 법적으로 허가를 금지하고 있다.
임병식
다른 국제사례 또한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독일 쾰른 성당은 라인강 일대 고층 계획으로 위험 목록에 올랐으나 시민사회·정부·전문가 논의를 거쳐 계획을 수정하고 완충구역을 설정했다. 프랑스는 더 엄격하다. 문화재 주변 500m 이내에서 개발 행위는 국가 건축가(ABF)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비토 권이다. 파리 또한 센 강변 세계유산 구역에서는 건물 높이와 재료, 지붕 선까지 법으로 규제한다. 일본 교토 역시 도시 전체를 저층 중심으로 유지하며 5성급 호텔조차 경관에 맞춰 설계한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경관을 공공재이자 국가 브랜드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24일 오전 기자와 통화한 서울대 환경대학원 임저스틴희준 교수는 "개발업자가 고층 개발을 제시하면 서울시는 걸러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오히려 거꾸로 서울시가 나서 대규모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여론 수렴 없이 강행하니 황당하다"면서 "많은 나라에서는 경관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뷰 컨트롤(경관 규제)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유산은 명예가 아니라 책임... 지금 필요한 건
지난 주말 종묘 정전에서 바라본 남산 쪽 하늘은 훤히 열려 있었다. 그러나 그 한가운데 40층 건물이 들어선다고 생각하자 숨이 막혔다. 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숨이 막히느냐"고 반문했지만, 종묘에라도 다녀오고 그런 주장을 하는지 묻고 싶다. 누구라도 종묘 앞에 40층 건물이 들어서면 개방감은 사라지고, 제의적 상징성이 훼손된다는 데 공감한다. 다시 말하지만 종묘는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조상과 하늘을 잇는 의례 공간이다.
종묘 시야가 가려지면 수백 년 축적된 유산을 영구적으로 잃는다. 개발 이익은 10~20년이면 소진될 수 있지만, 세계유산 경관을 잃는 손실은 회복 불가능하다. 도시는 다시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종묘의 시야는 한 번 가리면 다시 열리지 않는다. 국가유산청이 사업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기존 기준인 55~71.9m 범위에서 개발하라는 것이다.
한국은 문화 선진국을 자처한다. 세계유산을 대하는 태도에서 후퇴한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을 대하는 한국의 인식 수준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유산은 명예가 아니라 책임이다. 지금 필요한 건, 개발 속도를 늦추고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모으는 일이다. 나아가 보존과 개발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사업 지연에 따른 재산상 피해는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용적율을 높여주는 방식은 근시안적이다. 종묘의 하늘을 지키는 것은 존재 방식과 공간의 기억을 지키는 일이다. 서울이 세계도시로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길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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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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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역 마루노우치처럼 종묘 개발하자? 번지수 잘못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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