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두루미 어미(우)와 새끼(좌) 큰고니와 함게 서식하는 모습
이경호
이 결정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종묘 문제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종묘는 지켜야 할 역사이고 세종은 지켜야할 역사와 생태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져가는 것은 전국 어디에나 존재하며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구조는 같다. 1970년대식 개발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미 존재하는 생명의 공간을 인공의 공간으로 대체하는 방식은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세종시가 완성이되면 철거하기로 했던 임시 도로인 96번 도로가 여전히 차량 통행을 허용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철거 대신 존치와 확대를 추진하는 세종시를 보면 답답하다. 세종보 재가동 논란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중단됐지만, 생태계 건강과 멸종위기종을 고려하지 않은 의사결정이 얼마나 생명에게 위협이 되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장남평야와 금강은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 네트워크다. 강과 습지, 농경지가 이어지며 흑두루미뿐 아니라 다양한 겨울 철새들의 생태적 회랑 역할을 한다. 이곳을 개발로 끊어내는 순간, 단지 한 종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환경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멸종위기종 보호를 관장하는 부처임에도 장남평야의 생태적 중요성에 대한 평가나 조치가 전무하다. 중요 서식처 발굴과 보호는 분명 환경부의 책무지만, 장남평야는 아직 어떤 보호지역으로도 지정되어 있지 않다. 매년 귀한 생명이 찾아와 월동하는 이곳을 적절히 조사하고, 보호지역으로 신속히 지정하는 일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지금은 대멸종의 시대이자 기후위기의 시대다. 우리의 정치와 행정이 따라가야 할 가치는 개발이 아니라 생명이다. 물질주의적 성과는 잠깐 남지만, 생명의 가치는 세대를 잇는다.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로 자리를 채우는 정치가 아니라, 제도와 관행을 바꾸어 생명 중심의 사회를 만드는 정치가 필요하다. 장남평야는 그 변화가 왜 필요한지 가장 현실적이고 생생한 사례다.
장남평야를 지키는 일은 단지 흑두루미 부부를 위한 일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어떤 도시,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자연과 생명이 비집고 들어올 틈조차 남기지 않는 개발이 시대정신이었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새로 짓는 구조물이 아니라, 남아 있는 생명의 자리다. 장남평야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아남는다.

▲ 장남평야와 세종시의 모습 그리고 비행하는 멸종위기야생생물 큰기러기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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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와 장남이가 드디어 새끼를... 이 기적, 지켜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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