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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천시민 8300명이 만든 공공의료 조례, 행정의 벽에 막히다

    [주장] 조례 통과 7개월째 심의위원회 구성조차 안 해... 공공의료 구축 의지 의문

    등록 2025.11.26 10:11수정 2025.11.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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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4일, 부천시 공공병원설립 시민추진위원회의 기자회견 장면
    ▲ 11월 24일, 부천시 공공병원설립 시민추진위원회의 기자회견 장면 부천시 공공병원설립 시민추진위원회

    올해 4월, 부천시의회는 시민 8300명이 직접 서명해 발의한 '부천시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를 가결했다. 지역의 공공의료를 세우기 위해 직접 나선 시민들의 의지가 제도적 근거를 확보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그러나 조례 통과 후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부천시는 조례의 첫 번째 실행 단계인 '심의위원회 구성'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행정 입장에서는 그 전에 필요한 절차를 먼저 밟아야 한다", "예산이 없다" 등의 이유로 시민이 만든 조례는 한 해가 지나가는 지금까지도 행정의 문턱에서 멈춰 서 있다.

    지난 7월 15일과 10월 14일 부천시 공공병원설립 시민추진위원회와의 면담에서, 부천시보건소는 "심의위원회 구성에도 비용이 드는데 예산이 부족하다"며 즉각적인 구성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보건소는 심의위원회 구성에 필요한 230만 원을 내년도 예산에 편성했고, 해당 예산이 그대로 집행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230만 원이 없어 그동안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는데, 이를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월요일 열린 부천시보건소 건강정책과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나왔다. 보건소가 지난 7월 15일 면담 직후 심의위원회 구성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내부 확정해 조용익 부천시장에게 보고했으나, 시장이 이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용익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부천시 공공병원 설립'을 공공연히 약속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당선 후 2023년에 진행된 약식 타당성 조사에서 '필요성은 있으나 경제성은 낮다'는 결론을 근거로 관련 논의를 사실상 멈춰 세웠다.

    이러한 상황에 시민들이 직접 조례를 만들어 제출했고, 부천시의회는 민의를 존중해 이를 가결시켰다. 그러나 조례 시행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부천시보건소의 최근 행보 또한 의문을 낳고 있다. 공공병원 설립 여부를 묻기 위한 2700만 원 규모의 설문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부천시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가 시민 8300명의 서명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보건소는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들과 관내 병원 행정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예산이 없다던 그들이 2700만 원을 들여 공공병원 '설립 여부'를 묻는 조사에는 적극적인 것이다.

    '관내 민간병원 행정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보건소의 설명은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행정부서라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이 설문조사 용역 심의위원회 자리에 올라온 문건에는 해당 설문조사의 목적이 '공공병원 설립 여부를 묻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는 것이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지적되었다.


    이미 주민발의조례를 통해 '부천시의료원 설립'이 결정되었고, 조례에 근거해 설치되는 심의위원회가 설립 과정에서 필요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논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시 집행부가 다시 '설립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추진하는 것은 어느 시의원의 표현대로 "반의회적" 행위다.

    구멍 난 부천시 응급의료·정신보건의료, 그래도 공공병원이 필요 없다는 것인가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부천시의 응급의료 및 정신보건 체계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시민의 입장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한 시의원은 최근 절단 사고를 당한 시민이 관내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즉각 치료를 받지 못하고 30분 대기한 끝에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사례를 들며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소는 "응급의료기관 병원장들과 주기적으로 회의를 통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러한 회의가 실제 지역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신보건 분야에서도 우려가 이어졌다. 부천시 소재 정신의료기관에서 폐쇄병동 격리환자가 장시간 결박된 끝에 사망한 사건이 있었음에도, 사건 초기 보건소는 '해당 병원의 조치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냈다.

    행정사무감사에서 보건소는 '정신건강복지법과 의료법 등 관계 법령을 살펴봤을 때 해당 병원의 조치에 법적, 행정적으로 문제 소지가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했으나, 지역의 안전한 의료체계 구축에 대한 행정의 책임과 감수성은 충분한가 하는 비판이 뒤따랐다.

    응급의료와 정신보건의료의 체계를 촘촘히 구축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은 결국 지방정부와 해당 기관의 책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은 보건소도, 시장도 이러한 책임을 충분히 다하고 있는지 의문을 남긴다.

    결론은 시민이 참여하는 공공의료 체계를 만드는 것

    한국의 의료체계는 수익을 위해 복무하는 민간병원 중심의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수익성이 낮거나 인력이 많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언제든 공백이 생길 수 있는 상황에 놓였고, 기존 공공병원들은 공백을 메우는 일에 더해 다른 민간병원들이 하듯 수익도 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그러나 시민의 안전이 시장 중심의 의료체계만으로는 보장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체감한 이들은 의료 전문가나 정치인이 아닌, 현장에서 다치고 아프고 돌봄이 필요했던 시민들이었다.

    병원이 이제 더는 수익 논리에 휘둘리지 않도록, 시민의 필요를 중심에 두고 의료체계를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시민이 직접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설립부터 운영까지 시민이 참여하고, 지역의 의료 자원을 촘촘히 연결해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현실화하는 지역완결젹 의료체계, 바로 그런 것을 만들기 위해 시민들이 나선 사례가 부천에 있다.

    이 사례는 앞으로의 공공의료 쳬계를 고민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번 행정사무감사가 끝나고 나면 부천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그 변화가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고 어떤 구조를 바꾸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부천시 공공병원설립 시민추진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부천시 #공공병원 #행정사무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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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활동가로 살고 싶은 사람. 아이의 선천성 희소질환 '클리펠-트레노네이 증후군(KT 증후군)'을 계기로 <아이는 누가 길러요>를 썼다. 한국PROS환자단체 대표, 부천시 공공병원설립 시민추진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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