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평범한 보통의 삶'을 향한 여정

[서평] 문형배 에세이 <호의에 대하여>

등록 2025.11.26 11:59수정 2025.11.2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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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딸아이와 서점에 갔습니다. 주로 온라인으로 책을 구입하지만 한 번씩 오프라인 서점에 갑니다. 서점 특유의 분위기가 좋기 때문입니다. 책을 사러 온 많은 이들을 보면 왠지 대한민국 미래가 밝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베스트셀러란에 <호의에 대하여>가 꽂혀 있었습니다. 지나치며 제목만 봤습니다.

'아 저 책이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님께서 쓰신 책이구나.'


읽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면 일부러 하지 않는 특이한 성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 학교에 와보니 도서관에 이 책이 꽂혀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손이 갔고 읽었습니다.

호의에 대하여 책표지 호의에 대하여/문형배/김영사/18,800원
▲호의에 대하여 책표지 호의에 대하여/문형배/김영사/18,800원 김영사

문형배 작가님께서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이었습니다. 블로그를 찾아봤습니다. 착한 사람들을 위한 법이야기가 그것입니다. 들어가 봤습니다. 소탈했습니다. 일부러 힘을 쓴 글들이 아니었습니다. 독자를 위한 글 느낌보단 본인을 위한 기록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은 1998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작성해 2006년 9월부터 개인 블로그에 올린 1500여 편 중 120편을 선별하여 묶은 글을 일부 수정하고 새로운 원고를 덧붙인 책이었습니다. 책은 3부로 엮여 있습니다. 저자께서 직접 소개한 책 내용입니다.

"1부에는 일상에 관한 생각을 담았습니다. 나무 이야기, 특히, 자작나무라는 필명을 사용하게 된 사연을 눈여겨보았으면 합니다. 2부는 독서일기입니다. 참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만 여러분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내용을 고르고 골랐습니다.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3부에는 사법부 게시판에 올렸던 글을 담았습니다. 사법부에 현안이 생겼을 때 썼던 글을 정독해 주십시오."

솔직히 1부 초반을 읽을 땐 특별함이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가 특별함을 기대했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판결을 하셨던 분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저의 개인적 바람이 컸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문형배 작가님의 생각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글을 스스로를 빛내려고, 본인의 특별함을 알리려고 쓰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책의 '여는 말'부터 중간중간 계속 언급되는 '김장하' 어른과 본인이 읽었던 책 소개, 지인 분들과의 추억, 아내님께 꾸중 들으셨던 일까지, 그냥 옆집 할아버지 같았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이유, 착한 사람도 법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 대한민국 사법부에 바라는 내용까지.


그의 인생을 모두 담을 순 없으나 그의 생각은 대부분 담긴 책입니다. 특별하지 않고 어렵지 않으며 편안합니다. 문형배 작가님께서 TV 인터뷰 한 영상을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말씀을 서두르지 않았고 목소리 톤도 일정했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작가님의 말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책 마지막 문장입니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를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문형배 작가님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작가님을 그전에도 응원했지만 이 책을 읽고 더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작고 평범한 보통의 삶을 지키기 위해 애쓰신 작가님의 삶에 저 자신을 반추하게 됩니다. 삶의 방향을 정하지 못하신 분들께, 평범한 일상에 권태로움을 느끼시는 분들께, 일상의 위대함을 잊고 사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호의에 대하여 -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문형배 (지은이),
김영사, 2025


#문형배 #에세이 #호의에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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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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